찬 바람과 깻잎향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깻잎 한장 한장에 곱게 양념을 바르고
초록빛과어울리게 당근을 채 썰어 덮어주고
불위에서 살짝 한 김을 올려주면
연구소 가득 깻잎의 향이 찐하게 퍼진다.
따뜻하게 지은 흰 밥 위에
깻잎 한장 살포시 내려 앉는다.
긴장ㅁ루에 젓갈을 넣어 자작자작 절이면
깻잎 향에 코를 막고 고개를 흔들어 대던 나였는데
쉰을 훌쩍넘긴 이 나이에
깻잎 따서 까매진 손톱이 정답고
뻣뻣하게 살아나는 듯 하더니 금방 숨죽이며
간 들어진 모습이 꼭 우리 인생살이처럼
애처롭기도 하고 서글퍼지기도 하다.
그런데 추억 속에 얹힌 한장의 초록이
나의 부끄러운 허물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