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라는 도구로

by 굿대디

11월의 어느 늦은 밤, 인스타그램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우연히 브런치 공모전을 보고 나는 벌떡 일어났다. 그동안 쓰고 싶었던 나의 삶을 글로 표현해보고 싶었다. 다음날 아침 아내에게 공모전 이야기를 했다. 나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고.


11월 8일 처음으로 글을 적어 업로드했다.

그리고 밤마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래픽 디자인과 그림, 만화, 영상에는 익숙하지만 글이라는 도구로 컨텐츠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 중간중간 만화도 넣고 싶었다. 나라는 사람과 우리 가족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하지만 늦게 시작했다는 핑계로 글쓰기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반드시 공모전에 당선되어야 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당선되면 그 역시 영광이고 새로운 도전이겠지만, 당선이 안 되어도 이미 나는 많은 것을 얻었기에.


나는 이번 글쓰기를 통해 ‘용서와 감사’ 이 두 가지를 얻었다. 죽음에 대한 강의를 하셨던 교수님이 계셨다. 부부 관계가 유달리 좋으셨던 교수님은 어느 날 갑작스럽게 남편과 사별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죽음에 대해 치열하게 공부했고, 글쓰기를 했다고 하셨다. 눈물로 그 세월을 감당하셨다는 교수님은 세월이 흐르고 보니 글쓰기라는 활동을 통해 잡념과 분노를 정화시켰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것을 나에게도 권하셨다. 글쓰기는 실제로 인지행동치료의 치료기법 중 하나이다. 나는 나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용서하지 못했던 사람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람도 나도 그저 최선을 다해 살았을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글을 쓰며 떠올리는 모든 상황 속에서 감사를 발견했다. 이제껏 나의 삶은 단 한 번도 나만의 무언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희생과 기다림, 배려와 사랑이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아내에 대한 감사를, 아이에 대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훗날 아들에게도 글을 읽고 쓸 수 있고, 인생에 대해 생각할 때 올 것이다. 그때 이 글 속에서 자신의 인생의 시작에 함께 했던, 아버지의 생각과 삶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미련 없이 글을 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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