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외도. 그래서 나는 법정에 섰습니다.]-11화

나약함

by 첩극

“어디로 갈 건데?”

“어디로 모실까요?”

아내와 기사님이 동시에 물어봤다. 뻔하지 어디겠어.

난 기사님께 처갓집 주소를 불러드렸다.


“잘못했어.. 다신 안 만날 게..”

처갓집으로 간다는 말에 아내가 손을 잡고 울며 빌었지만 더럽다고 느껴 손을 빼 버렸다. 그간 있었던 일은 차치하고 안 만나겠다 약속했으면서 거짓말을 하고 오늘 또 상간남을 만났다. 팔짱을 끼고 숙박 업소로 들어가던 모습과 뻔뻔하기 그지없는 상간남의 태도에 마음이 너무 쓰렸다.


옆에서 계속 아내가 사과를 하며 계속 말을 걸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처갓집에 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 지 당신 딸이 지금 뭘 하고 다니는지 다 말해주고 싶었지만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장인어른.


장인어른은 우리 아이가 태어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뇌졸증이 왔다. 코로나 기간이라 간병인을 구하기 어려워 장모님과 나, 그리고 동서가 돌아가면서 입원실에서 밤을 보내며 간병했고 다행히 상태가 조금 호전되어 퇴원을 했었다.


제대로 걷지 못하시니 처갓집엔 손을 잡고 돌아다닐 수 있도록 손 위치에 바를 설치했고 장인어른은 매일 재활치료를 다녔다. 50년대에 태어나신 분 같지 않게 큰 키와 건장한 체격이었던 장인어른은 몸무게가 20kg이상 빠졌고 하루하루 야위어 지셨다.


난 장인어른을 존경했다.

어느 날 병원에서 집에 들어와 살지 않겠냐고 제안하셨을 때도, 내가 가죽공예를 하는 것까지 감안하여 본인들이 쓰시는 방 외에 침실, 드레스룸, 가죽방까지 어떻게 구성하자 제안하셨을 정도로 장인어른 역시 나를 좋아하셨다고 믿는다.


당시 나는 장인어른에게 처갓집으로 들어가겠다고 하였으나 후에 아내가 반대했다. 어차피 집도 도보거리니 자주 왔다갔다 하면서 모시는 게 더 낫겠다고 하였고 본인 아버지 일이니 내가 더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도 뭐해서 알겠다고 하고 넘어갔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장인어른이 조금 회복하셔서 잠깐이라도 장모님과 외출을 할 수 있는 상태인데, 심적으로 많이 약해지신 건 어쩔 수 없었다. 없던 피해의식이 많이 생기셨고 무슨 일이 생기면 본인 탓을 하셨다. 자기가 약해져서 그렇다고.


그 와중에 오늘 가서 이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장인어른은 분명 쓰러지실 거고 이 일이 트리거가 되어 돌아가실 지도 모른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처갓집으로 가겠다는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택시는 처갓집 근처에서 멈췄고 계산을 하고 내렸다. 그래 일단 카페로 이동해서 이야기하자.

아내는 처갓집이 아니라 카페로 가자는 말에 조금 안도한 것 같았다. 그 모습마저 너무 미웠고 화가 났다.


커피를 시키고 아내는 카페 2층으로 먼저 보냈다. 원래는 처갓집으로 가서 속 시원히 다 불어버리려고 했는데 그러지 않게 되자 마음이 답답했다. 상간남의 가증스러운 얼굴이 계속 떠오른다. 못참겠다. 휴대폰을 들어 아내 회사를 검색하여 대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네 총무팀 ㅇㅇㅇ대리입니다.”

하필 받아도 아는 분이 받았다. 결혼 전 아내 회사의 회식에 참여한 적이 있었고 아내가 친하다는 사람들 얼굴은 그 때 다 익혔다. 신혼 초 내 퇴근이 늦은 시즌이 있었고 그 때 아내가 회식 하는 날은 퇴근 후 차를 끌고 회식장소로 가서 아내를 태우고 왔기에 이 분 얼굴도 자주 뵈었다.


“안녕하세요. XX 남편 입니다.”

“어 안녕하세요, 어쩐 일이에요?”

난 다짜고짜 상간남의 번호를 알려달라고 물어봤다. 이런 식으로라도 아내와 상간남 사이에 뭐가 있

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죄송한데 개인 정보는…”

당연히 알려주지 않을 것을 예상했다.


“그럼 아내 팀장님에게 전화 좀 돌려주시겠어요?”

“왜 그러시죠? 무슨 일 있으신가요?”

“그건 나중에 XX에게 들으시고, 아무튼 전화 좀 돌려주세요. 제가 직접 물어보게.”

“잠시만요 확인해볼 게요.”


하지만 그 다음 들려온 대답은 팀장님이 회의 중이라 연결이 어렵다고 했다. 뭐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그렇다고 팀장님이 전화를 받았을 때 부하직원의 개인사를 이 분에게 말할 것도 아니었기에 무언가 일이 있다는 뉘앙스만 띄우려 했기에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지금 전화를 받은 대리님은 아내와 가장 친한 동료 중 하나로 남편이 돌아가신 지 오래 됐고 아들 둘을 키우고 있었다. 집도 근처라 쉬는 날 종종 둘이 만나기도 하고 그 집에 놀러가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다른 사람이 받았으면 했다. 그래서 회사에 의문의 소문이 나길 바랐는데, 전적으로 아내 편인 사람이라 아쉽게도 그 기대는 할 수 없게 되었다.


커피를 받고 올라갔다. 아내에게는 내가 보는 앞에서 상간남에게 전화를 걸어 관계를 정리하라고 했고 아내는 알겠다고 하며 전화를 걸었다. 보는 앞에서 휴대폰으로 녹음 기능을 켜서 아내 앞에 두었다.


“ㅇㅇ야..”

눈물을 흘리며 상간남의 이름을 부르는 아내가 너무 미웠다. 그들의 사랑을 끝내 버리는 내가 되려 악역인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아내는 아련하게 상대의 이름을 불렀다.


“우리 이제 그만하자..”

상간남은 잠깐 말이 없었다.


“무슨 말인지 알고, 일단 알겠어. 지금 남편 옆에 있지? 나중에 회사에서 이야기하자.”

“아니야. 회사에서도 말 안 할 거야. 만나지 말자. 이제 그만하자.”

아내는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지금 흘리는 저 눈물은 날 향한 것일까 상간남을 향한 것일까.


아이가 하원 할 시간이 되어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내가 장모님께 오늘은 직접 하원 시키겠다고 하여 아이가 다니는 처갓집 건너편의 어린이 집으로 이동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엄마와 아빠가 함께 데리러 온 모습에 기쁨을 마구 표출하며 선생님한테 인사도 하지 않고 나오려 해서 인사를 시키고 나왔다.


집으로 가는 길에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서 놀았다. 매일 장모님과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는 엄마 아빠가 오늘 같이 있는 게 너무 좋았던지 셋이 계속 놀기를 원했고 맞춰줬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중국집에 들러 식사를 했는데 티비에는 제목도 모르는 한국 아침 드라마가 틀어져 있었고 일반적인 아침 드라마가 그렇듯이 불륜에 관한 내용이 있었다. 저게 내 이야기가 되다니. 기분이 처참했다.


집에 돌아와 아이를 씻기고 재운 후 다시 아내와 함께 식탁에 앉았다.

이번엔 아내가 먼저 물어봤다.


“어떻게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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