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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약사 Nov 25. 2021

나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볼 수 있을까?

덕질 유전자가 결핍된 탓일까요...?

좋아한다/사랑한다


사랑하는 게 좋아하는 것의 상위 감정이라고 믿어왔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이 두 감정이 각기 다르게 소중하게 느껴졌다. 더 솔직히 말하면 '좋아한다'는 감정이 더 반갑다. 좋아하는 마음이 사랑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많다. 헤어져있는 어느 때 못 견디게 보고 싶다면, 사랑일 확률이 높다. 해가 좋은 날 널려진 빨래가 된 것처럼 뽀송뽀송 유쾌한 기분만 줄 수 있는 건 '좋아하는 사람'이다.

김이나 <보통의 언어들>




이 대목을 읽으며 나는 어쿠스틱 콜라보의 <묘해, 너와>라는 노래를 떠올렸다.




좋아서 그립고, 그리워서 외로워지는 느낌. 주위가 온통 너로 가득 찬 기분. 보고 싶다가 한 순간 미친 듯 불안하고 울컥 눈물이 날 것 같다가도 전화 한 통에 다 낫는 마음.  


사랑의 마음을 가감 없이 드러낸 가사를 되새기며 좋아한다와 사랑한다의 차이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사랑은 좋아하는 감정보다 훨씬 더 충만할 수 있지만 그만큼 나를 많이 잠식하고, 때로는 저 노랫말처럼 외롭고 불안한 마음도 생기게 한다. 그래서 뽀송뽀송 유쾌한 기분만을 주는 건 아니라는 것. 옆에 없으면 보고 싶고 어떨 때는 미친 듯 불안하기도 하지만, 그러다 전화 한 통에 언제 그랬냐는 듯 다 낫기도 하는 것이 사랑이다. 이성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사랑인 듯하다.




사랑이라는 감정과 유사한 것으로는 '덕질'이 있다.


덕질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이다.


나는 덕질을 해본 적이 없다. 무언가를, 누군가를 가슴 절절히 열성적으로 좋아해 본 적이 없다는 뜻이다. 학창 시절 친구들이 가수나 연예인을 덕질할 때도 다소 시큰둥한 눈으로 바라보며 '뭐가 저렇게 좋다는 걸까?'라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괜찮음' '별생각 없음' '싫음' 그 세 가지 단계만 있다. '매우, 몹시 좋음'이라는 단계가 없다. 어릴 때는 이런 나의 성향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는데 요즘은 '어쩌면 내게는 덕질 유전자가 결핍된 거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덕질하는 사람들의 빛나는 눈, 열정에 가득 찬 표정을 볼 때면 가끔 부럽기도 하다. 무언가에 그렇게 열성적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부럽다.




저 노랫말 같은 감정이 사랑이라면, 나는 진짜 사랑이란 걸 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 하듯 소개팅도 하고 썸도 타고 몇 번 연애도 해보았지만, 상대의 호감으로 시작된 관계였기에 이른바 눈에 콩깍지가 씌이는 경험은 해본 적이 없다. 연애를 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에게 나 역시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기는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상대의 호감이 식거나 반대로 상대가 적극적으로 결혼에 대한 뉘앙스를 비치기 시작하면 그 관계는 끝났다. 이 정도의 감정으로 결혼을 해도 되는 건지,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물론 관계가 끝나면 그동안의 정이 남아 조금 힘들기는 했다. 하지만 헤어져도 죽을 만큼 아프거나 보고 싶지는 않았다. 잠깐 설레고 좋았지만 끝나도 금방 또 괜찮아지는 관계였다는 뜻이다.


아직 진짜 사랑을 못 만나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정말 덕질 유전자가 결핍되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사랑이라는 감정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번 생에 진짜 사랑이라는 걸 해볼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뽀송뽀송 유쾌한 기분만은 아닐지라도, 노래 가사처럼 불안하고 외롭고 아플지라도 일생일대의 사랑이란 게 있다면 한번 해보고 싶긴 하다.



ps. 결혼하는 사람들은 다들 사랑해서 결혼하는 거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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