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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Apr 13. 2020

‘이것’만 빼면 다 좋은 나의 연인?

도대체 ‘이것’을 왜 뺍니까?


화려한 연애 경력이 있지도 대단하다 할 정도로 거창한 연애를 해본 것도 아니지만 종종 주변 사람들로부터 연애 상담 요청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아무래도 타인의 이야기에 유독 귀가 쫑긋해지는 나의 성향이 한몫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연애 상담을 요청하는 친구 혹은 지인들이 가장 처음 물어보는 질문은 어쩐 일인지 천편일률적으로 똑같다.  


“어떻게 남자 친구랑 그렇게 오래 사귈 수가 있어? 대단하다. 권태기는 없었어?” 


권태기가 왜 없었겠는가? 싸우기도 많이 싸웠고 아주 끝장을 보자는 마음으로 서로 끈질기게 대화했던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결국에는 서로를 아직 좋아하고 또 맞춰가려는 의지가 이별에 대한 마음보다 조금이라도 더 컸기 때문에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오래 사귄 커플들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질문을 하는 사람들에게 절대 좋은 이야기만 해주지 않는다. 나의 연인을 험담하는 이야기도 하지 않지만, 오래 사귀었다는 것을 신의 경지처럼 떠받들어주는 사람들에게 휘말려 진실을 숨기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짧은 연애만을 반복하는 데 지쳐 이젠 한 사람에게 오랫동안 정착하고 싶다는 친구에게 나의 경력을 거들먹거리며 장기 연애의 장점에 대해서 줄줄이 읊기만 하는 것보다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서로 맞춰주고 이해해주고 해야만 했던 지리멸렬하고 지난했던 과정들까지 모두 공개한다. 이렇게 되면 눈을 반짝이고 나에게서 무언가 희망의 말을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친구들의 눈빛에서 라이트가 서서히 꺼져가는 것이 느껴져 미안하지만, 한편으로는 진실을 전달했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이 차오르기도 한다. 


이렇게 5년 이상의 장기 연애에 감탄을 하며 던진 첫 질문이 끝나면, 또다시 비슷한 류의 질문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며칠 전에 남자 친구(혹은 여자 친구)랑 싸웠어. 그런데 연애 초반이라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어느 정도 사귀고 난 후라서 그런지 자꾸 단점만 보이고 또 내가 싫어하는 걸 고치지 못하고 계속 반복하는 모습에 짜증 나. ‘이것’ 하나만 빼면 괜찮은 편인데… 그 사람은 문제가 없는데 내가 복에 겨워서 그런 건지 아니면 권태기가 와서 그렇게 느껴지는 건가 싶기도 하고…” 


사귀고 나서 1년 정도 된 커플들이 참 많이 던지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이 들어오면 나는 반문한다. 


“그런데 말이야, 네가 말하는 ‘이것’ 하나는 왜 빼는 거야?” 


이렇게 반문하면 대다수는 우물쭈물하거나 ‘이것’ 하나 빼면 좋은 점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이것’만 좀 어떻게 해보고 싶다는 대답을 한다. 하지만 이게 과연 ‘이것’ 하나만의 문제인 걸까? 



많지 않은 연애 경험을 되돌아보면, 당시에는 몰랐지만 ‘이것’ 하나가 연애의 지속과 이별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주었다. 남의 일에 대입해보면 “에이~ 뭐 그거 하나 가지고 남자 친구(혹은 여자 친구)랑 싸우냐?”라고 말할 수 있는 사소한 일도 결국 내 문제, 내 일이 되면 입장이 확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히려 말로는 사소한 문제라고 하며 그 심각성을 축소시키려고 하지만, 자꾸 신경 쓰이고 두고 보자니 마음 한 켠이 불편하고 불쾌하다. 나에게 사소한 문제가 아닌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고쳐주고 싶고, 그만하게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연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있기 때문에 맞지 않는 부분을 서로 억지로 맞춰가려고 하면서 여전히 ‘이것 하나만 빼면 다 괜찮은데’라는 말로 인연을 이어가려고 애쓴다. 하지만 당사자도, 당사자들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도 사실은 다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진절머리 나게 싫은 ‘이것 하나’를 빼면 사실 남는 게 없다는 것을. 오히려 ‘이것 하나’라고 축소시켜 말하는 작은 것 하나가 다른 수 십, 수 백 가지의 좋은 점들을 갉아먹는다면, 정말 문제 있는 혹은 나랑 안 맞는 사람과 연애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진실을 우리는 알면서도 외면하고 싶은 것이다. 


털어서 먼지 한 톨 안 나오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모두 크든 작든 각자 허물이 있는 존재들이다. 그렇기에 단순한 성격 차이를 제외하고, 술버릇이나 폭력적 성향, 남성 또는 여성 편력을 가지고 바람피우는 일을 일상으로 하는 등 절대적으로 좋지 못한 습관이나 버릇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연인으로 두고 있다면 명심하라. 아무리 당신에게 백 번 좋은 옷을 선물하고 맛있는 밥을 사주고 달콤한 말로 기분을 좋게 해 준다고 하더라도 좋지 못한 ‘이것’ 하나가 결국에는 당신을 파멸로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이것 하나 빼면’이라고 하며 문제를 축소시키지 말기를 바란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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