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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Dec 20. 2021

어쩌면 사랑 앞에선
우리 모두 이기적이다

열 번 찍어도 안 넘어가는 나무가 있다는 걸 명심하자


요즘 연이어 불행한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다. 말다툼 끝에 몸싸움이 격해져 결국 연인을 사망하게 만든 사건, 헤어진 전여친을 스토킹 하다가 살해한 사건, 일방적인 구애 끝에 상대방이 받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하고 살인한 사건 등 관계를 이어나갈 수 없는 상황임을 인지한 후에도 계속해서 자신만의 감정을 앞세워 타인을 해치는 일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자신이 상대에게 가지고 있는 일방적인 감정을 강요하면서 상대가 이를 받아주지 않으면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마는 것이다. 이런 뉴스들을 접하고 있노라면 문득 두 가지 상반된 문장이 떠오른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이기적인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은 아마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진 말은 아닐 것이다. 어떠한 일을 이루고자 할 때, 그 어떤 고난과 역경이 닥치더라도 굳센 다짐으로 이겨내고자 한다면 결국 이뤄낼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누군가가 고심 끝에 만들어낸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말의 참뜻이 왜곡되어 마치 싫다는 사람에게도 끝없이 구애하면 결국 진심이 통하여 쟁취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최악의 요소가 존재한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본래의 참뜻이 왜곡되어 쓰이고 있다는 것이며, 또 하나는 이 와중에 상대방을 하나의 물건, 소유물처럼 여겨 ‘쟁취한다' ‘가진다'라는 단어를 붙인다는 것이다. 관계는 서로의 뜻과 마음이 그 어떤 외부의 압력 없이 맞았을 때 시작될 수 있는 것이고, 유지 또한 양쪽 모두 계속해서 처음의 마음을 이어가고자 하는 뜻이 있을 때 가능하다. 어느 한쪽의 강요에 의해 가능한 것도 아니거니와 누구의 강력한 소유를 주장함으로써 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길 강요하며,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을 제멋대로 해석해 적용한다.


얼마 전 글로벌 뉴스 토픽에서 자신을 스토킹 하는 남자 때문에 길바닥에 엎드려 우는 여자의 사진과 사연을 접하게 되었다. 기사의 주인공은 중국에 사는 남녀인데, 자신을 5년 동안 쫓아다니며 수차례 고백한 것도 모자라 명확한 거절의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재차 꽃다발을 들고 와 길거리에서 고백하는 남성에게 여성이 처절하게 “이제 제발 나 좀 놔달라"며 무릎을 꿇은 채 손을 모아 빌었다고 한다. 사진 속 여성은 정말 말 그대로 대성통곡을 했고, 해당 남성에게 큰 죄라도 지은 것마냥 무릎을 꿇고 쉴 새 없이 빌고 또 비는 모습이었다. 그 앞에서 남자는 꽃다발을 든 채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으로 여성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드물지 않게 접하는 스토킹 뉴스의 하나였지만, 여성의 절규를 눈으로 보니 나조차도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제삼자인 나조차도 이러한데 기사 속 여성이 그간 얼마나 고통받았을지 생각하니 가슴이 내려앉는 듯했다.



누군가는 말한다. “이기적인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진정한 사랑은 나보다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고 상대의 단점까지도 포용할 줄 아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성숙한 사랑이다”라고.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우리는 누구나 다 이기적으로 사랑하고 있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하길 원하고, 내가 마음에 두지 않은 사람이 고백해온다면 딱 잘라 거절하기도 한다. 또 연인과 관계를 이어나가는 과정에서도 그 사람이 나에게 맞춰주길 바라거나 내가 싫어하는 행동은 하지 않고, 좋아하는 행동만 자주 해주길 바란다. 이러한 것들은 일상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행위들이라서 문제 되지 않고 있지만, 사실 잘 생각해보면 이기적인 속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성직자나 봉사자와 같이 대가를 바라지 않고 헌신하는 것이 아닌 이상,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랑하는 행위가 완전히 이타적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감히 누군가를 사랑하는 행위에는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속성이 내포되어 있다고 본다.


연인 간의 사랑에는 분명 이기적인 속성이 존재하지만, 이타적인 부분 또한 존재하며 이 두 가지가 적절하게 공존하면서 균형을 맞춰갈 때 관계는 시작되고 또 유지된다. 하지만 스토킹의 경우는 이기적인 마음 쪽으로 균형추가 완전히 기울어짐으로써 비극이 시작된다. 그리고 이 비극은 결국 어느 한쪽의 완전한 파멸이 있어야만 끝이 난다.


우리는 누구나 사랑 앞에서 조금씩은 이기적이다. 그 정도가 다를 뿐, 이기적이지 않은 사랑을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항상 나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며 조심하고 또 주의해야 한다. 지금 나의 감정을 드러내는 방법이 올바른지, 누군가를 괴롭히고 있지는 않은지, 사랑의 균형추가 한쪽으로 급히 내려가지 않도록 균형을 잘 맞추고 있는지에 대해 언제나 깊이 생각하며 조심해야 한다. ‘사랑이었다'라는 변명만으로는 모든 것이 용서되지 않음을 유념하면서 말이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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