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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Mar 11. 2020

평생직장이 어디 있나요?

나의 취업 그리고 이직 스토리(2)

처진 어깨에 힘 팍 주고, 어깨에 일부러 각 잡을 일은 아니지만, 고개와 시선은 앞을 보고, 자신감 있게 도전하는 당당한 모습으로 앞으로도 살 생각이다. 난 그런 프로 이직러이니까.

https://brunch.co.kr/@cooljhjung/123



나의 세 번째 직장도 지인의 요청으로 이직을 결심했고, 네 번째 직장과 굳이 비교하자면 세 번째는 첫 직장 다닐 때 선배가 함께 일하자고 요청해서 움직였고, 네 번째는 세 번째 직장을 다닐 때 외산 보안제품을 고객사에 제안하는 단계에서 만난 외국계 보안회사 임원이셨던 분이 자신이 옮기는 회사에 함께 일하자고 요청하였다. 그분은 함께 일한 몇 달을 보고 나를 선택한 것이지만 나는 첫 직장에서부터 그분을 알았고, 친했던 선배를 통해 그분의 인성이나 업무 스킬들에 대해 상세히 들은 터라 많은 고민 없이 면접을 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인터뷰를 보고 옮긴 회사가 소프트웨어 보안 회사였고, 지금까지 하는 일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 보안이라는 개념과 업무 스킬을 다져온 곳이기도 했다. 물론 이 세 번째 직장에서 전임 관리자의 퇴사로 입사 2년 만에 13명이나 되는 큰 조직의 관리자로서의 경험도 해보았고, 영업이라는 조직에 몸 담으며 외부 세미나 발표나 교육 등에 대한 스킬도 쌓으며 나의 업무 스킬의 범위를 한 층 높일 수 있었던 곳이기도 했다. 물론 이렇게 좋은 추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회사 경영 악화로 급여를 못 받은 것도 여러 차례였고, 통신사와 주로 많이 일했던 예전과는 달리 주요 고객이 금융사나 일반 기업, 공공기관 등 다양한 환경이어서 정말 갑 중에 갑, 아니 갑 중에 슈퍼 갑을 많이 만났었던 직장이었다.


  마지막 퇴사할 때에도 사업부서 매각에 동참하라는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내가 가고 싶은 자리로의 자발적 이직을 고민했고, 이렇게 두드렸던 문은 오히려 손쉽게 결정되었다. 헤드헌터를 통해서 연락을 받았, 팀장 포지션이라 1,2차 구분 없이 한 번에 대표이사 인터뷰까지 다. 헤드헌터 말로는 인터뷰에 굉장히 깐깐한 분이라는 팁을 줘서 걱정이 많았는데 나름 경력 12년 차의 깡(?)으로 할 말 다 하고 나와야지 하는 생각에 오히려 인터뷰 순간에는 긴장감이 덜 했었다. 물어보는 질문에 성실히 답했고, 어떤 질문에는 자신감을 넘어 조금은 과하다 할 정도로 잘난 체를 한 것 같은 답변들도 했지만 인터뷰 때 분위기가 나쁘지 않아 기대를 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뷰를 보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에 헤드헌터에게 연락이 왔고, 보통은 1~2일 있어야 최종 결과가 나오는데 10분도 지나지 않아 연락이 온 건 드문 일이라고 오히려 나를 치켜세워 주었다.


 이렇게 입사한 회사에서는 추억도 많았고, 탈도 많았지만 현재까지 9년을 다니고 있다. 입사 초에는 새롭게 개발된 솔루션을 컨설팅하고, 구축하고,  채널사들 지원하는 업무를 하여서 너무 바쁘고, 고됐지만 지금까지 직장 생활 중에 가장 활동적이고, 능동적으로 일을 했었던 것 같다. 재미도 있었고, 보람도 있었다. 지금도 이야기하면 다들 알만한 대국민 서비스용 솔루션을 컨설팅, 구축 지원한 적도 있고, 어떤 때는 누구도 계획 못한 사업을 설계 단계부터 작업해 본 적도 있고, 전혀 예상 못한 고객사에 보안 솔루션을 제안, 구축하기도 했다. 회사에서 인정하지 않아서 혼자 그간 했었던 업무 관련 포트폴리오를 정리해 대외기관에 제출하여 외부 기관에서 주는 상도 수상 했었다.(관련 분야 컨설팅 대상)


 누가 뭐래도 자신감만큼은 충만했고, 그 당시에는 평생 이렇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나친 자신감이 어느 순간 자만심으로, 누가 보기에는 오만으로 비칠 행동, 언행들로 보였던 듯하다. 한순간이었지만 해오던, 해왔던 업무 성과를 인정받지 못했고, 전혀 다른 업무로 전배까지 됐다. 이런 과정에서 이직을 다시 고민하게 됐고, 스스로 프로 이직러를 자처했지만 경력 19년이나 된 포지션은 쉽게 나는 자린 아니었다. 걱정이 됐고,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스스로 초조해할 때 원하던 모바일 보안 회사 Presales 포지션에 인터뷰 요청이 왔고, 프레젠테이션 면접 포함 1차 실무자 인터뷰를 봤다. 나름 인터뷰를 잘 봐서 기대를 했었고, 기대했던 것처럼 2차 대표이사 포함 최종 임원 인터뷰 요청이 왔다. 2차 인터뷰 당일날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감 있는 태도로 소신껏 인터뷰를 봤고 당연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결과는 좋지 않았고, 부사장 포함 두 분의 임원은 마음에 들어했으나 대표이사가 반대해서 최종적으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사실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스스로가 면접에 만족해했으니 됐고, 그 회사와 맞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회사에서 또 한 번의 면접 제의가 왔고, 이번에는 포지션도 기술부 부서장 자리여서 더 편하게 면접에 응할 수 있었다. 요청한 회사의 포지션은 맘에 들었고, 인터뷰 요청한 회사에서도 내 커리어나 인터뷰 결과도 마음에 들어했던 터라 가급적이면 나를 스카우트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난 입사 요청을 거절했고, 그 사유는 지금 받는 연봉 수준의 급여도 아쉬웠지만 업무도 앞으로 10년을 보았을 때는 큰 메리트가 없어 보였다.

  난 아직도 입에 불만을 가끔씩 뱉어내지만 9년째 한 직장을 다니고 있다. 부서가 전배 된 후에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했던 일에도 경험이 쌓여가며 익숙해졌고, 현재는 일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많이 줄어든 편이다. 예전에는 왜 이렇게 불만이 컸을까 생각해 봤더니 아마 19년 동안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을 배제하고 그 스트레스만 봤던 내가 보였다. 앞서 두 번의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느꼈지만 지금 재직 중인 회사에서든 , 다른 회사에서든 아직까지는 날 찾고, 내가 필요로 하는 일들이 있음에 감사할 수 있게 되었고, 이대로 그냥 주저 않지는 않겠구나 싶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축 처진 어깨에 힘 팍 주고, 어깨에 일부러 각 잡을 일은 아니지만, 고개와 시선은 앞을 보고, 자신감 있게 도전하는 모습으로 앞으로도 살 생각이다. 난 그런 프로 이직러이니까. 아직은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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