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7.31.
요즘 조금 늙은 것 같다.
한 체력 하던 나였다.
고등학교 때 다들 엎들여 잘 때
홀로 최후의 생존자마냥 쉬는 시간을 향유했다.
결혼 하고서는
애들 재우고 새벽 1시까지 맥주 한 캔씩 따먹는 재미가 쏠쏠해
냉장고에 맥주캔이 마를 날이 없었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달라졌다.
아이들 재우려고 누웠다 눈뜨면
아침인 경우가 허다하다.
10시만 넘어도 눈이 시거운게
하품이 배속 깊은 곳에서 진심 올라온다.
혹시 일이 생겨 하루라도 늦게자면
그 다음날 하루 종일 맥을 못춘다.
그런데 비단 수면 시간뿐이 아니다.
특히 내가 살짝 서글프기 조차 한 것은
전체적인 내 욕구를 지탱해왔던
그 어떤 모종의 에너지가 전체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생활 전반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가장 놀라운 것은 '식욕'.
정말 식욕하면 어디가서 빠지지 않는 식탐을 자랑하던 나인데
요즘엔 뭘 먹어도 예전같이 맛있지가 않다.
양도 예전보다 줄은 것은 물론이고
특별히 먹고 싶은 음식도 없다.
(이건 정말 굉장한 사건이다. 난 이런 적이 별로 없었다)
게다가 화장도 잘 하지 않는다.
아침마다 볼터치까지 풀 메이컵을 해왔었다.
그런데 요즘은 선크림에 틴트만 바른다.
(틴트 안하면 하도 아프냐고 물어봐서...어쩔 수가...)
아침마다 화장을 해서
예쁘게 보이고 싶은 뭐 그런 욕구가 있었는데
정말 그런 마음이 온데간데 없이 사그라졌다.
내 나이가 이제 '불혹'을 바라보고 있어서 인가.
부질없이 엉뚱한 것이 마음이 갈팡질팡 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던데,
마음이 평온하기는 커녕
그냥 맥아리가 없어진 기분에
어쩐지 살짝 서글프기까지 하다.
+
나중에 알고보니
그냥 더위먹은 증상.
++
진짜 왜케 더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