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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숑로제 May 28. 2016

지금 시간이 몇시야. 일찍 좀 다녀.

2016. 5. 27



너 왜 이렇게 늦게 들어와!



22살. 

통금시간이 11시였다. 

청춘을 옭아매는 족쇄같이 느껴졌다. 

밤하늘의 어둠이 짙게 내려앉고, 

이자카야 유리창 안이 어스름한 주황빛으로 아늑해 보일때

우리의 밤에 흥이 붙곤 했는데


난 항상 그 즈음에 일어서야 했다.


"엄마, 나 왔어"

"야! 너 왜이렇게 늦게 들어와. 일찍 좀 와!"


순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 부모님은 안 그러던데...

갑갑하다.


"아... 몰라. 짜증나..."

"뭐? 너 머라고 했어?"

"아이 참. 왔으면 됐잖아"




부모님이 자기 미워할 수가 없겠다

오늘 지인들과 식사후 커피숍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아직 부모님과 살고 있는 20대 아가씨가 어제 있었던 일을 말한다.


"저 어제 11시 조금 넘어서 들어갔는데,

엄마하고 아빠가 왜 이렇게 늦게 다니냐고 막 뭐라고 하는거 있죠?"


"어머, 11시면 그렇게 늦은거 아닌데. 싫었겠다 "


"그래서 내가 말했죠. 

나 29살인데 좀 늦게 사람도 만나고 해야 시집도 가지.

자꾸 일찍 들어오라고 하면 나 엄마 아빠랑 평생 살껀데. 좋아?"


"그러니까 부모님이 머라셔?"


"가만히 계시다가 엄마 아빠가 '난 그건 싫은데' 하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그러니까 12시까지는 좀 봐죠'. 그랬더니 

둘이 웃으며 알았대요. 킥킥"


나도 겪어봤던 비슷한 상황에서 그녀의 애교가 깜짝 놀랄 만큼 사랑스럽다.


수 틀리면 날을 세우던 그 시절,

가장 만만했던 엄마에게 내 불쾌한 감정을 여과없이 보인곤 했다.

내가 그녀에게 말했다.


"부모님이 정말 미워할 수가 없겠다"


살다보면 아주 사소한 행동 하나로

그 사람의 많은 부분을 알게 될 때가 있다.


나보다 7살이나 어린 그녀가 

7살 더 많은 언니처럼 성숙해 보였다.


오늘따라 그녀에게서 은은하게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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