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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쁜손 Mar 20. 2021

집 나간 전동 휠 다시 귀가~~

 오랜만에 페이스북을 보다 보니 제부가 올린 글과 조카의 동영상이 보였다. 제부는 나의 페이스북 친구 중 한 명이다. 어, 지난주 우리 조카가 잃어버려 울며불며 속상해하던 전동 휠을 다시 자유롭게 경찰서 앞에서 타는 모습이 영상에 보인다.

 제부가 경찰서에 신고는 했지만 별 기대는 안 하고 있었다는데... 내용을 보니 환경미화원이 분실물인 줄 알고 습득해서 구청 사무실에 보관했다 신고를 했고,  마침 제부가 분실물 신고 접수를 하여 찾을 수 있었다.

 조카의 활짝 핀 얼굴이 마스크 위로 보이는 것 같아 나도 마음이 흐뭇했고 누군가를 의심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조카는 영상 끝에 "대한민국 짱!" 하며  멋지게  휠을 자유롭게 조정하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한참 반항적인 사춘기 소년, 중학교 2학년 조카는 요즘 사회니, 학교를 삐딱한-부정적인-시선으로 바라봐서 부모의 걱정을 샀는데 이번 일로 조카가 우리가 사는 사회에 대해 조금이라도 밝은 면을 바라보고 건강하고 긍정적으로 자랐으면 싶다.



 "이모 안녕하세요?"하고 조카가 와락 안긴다. 녀석이 기분이 아주 좋은 모양이다. 현관엔 문제의 전동 휠이 무사히 귀환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도 "아유 이쁜 거~~"하며 엉덩이를 토닥였다.

 아무리 사춘기 소년이라도 워낙 조카는 기본적으로 살갑고 애교가 많아 기분이 좋을 때는 지엄마나 나한테 착착 감긴다. 물론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얼굴이 사납게 변하며 찬바람 소리도 쌩하니- 여간 무서운 게 아니지만 그래도 나한테만은 따뜻하고 곰살맞은 조카이다.

 그런 조카도 여느 아이와 같이 성장통이라는 통과의례를 중학교 입학하고부터 겪고 있는데, 공부는 왜 해야 되는 건지 모르겠다는 것부터 우리나라는 치안도 허술하고 시민의식이 부족한 후진국이라는 다양한 부정적 생각들로 툴툴거리니 지 부모는 부모 된 입장에서 마냥 사춘기여서 그런 거라고  치부해버리고 내버려 두기에는-부정적 사고가 고착화될까-심히 걱정이 되는 것이다.

 동생은 여러 차례 아들의 삐딱한 시선을 바로 잡으려 몇 번의 대화를 시도했는데, 생각 외로 아이의 생각을 바꿀 논리와 근거가 부족해서 버벅거리다 말을 얼버무렸다고 한다. 그러니 아이는 더 기세 등등해지고 아무튼 동생 꼴이 우습게 되었다.



 바람 잘 날이 없다. 오늘도 작은 조카한테 동생이 있는 힘껏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 학교에서는 웬 숙제가 과목별로 많은지 아이는 천하태평 느긋하기만 한데 그놈의 벌점과 수행평가가 뭔지 엄마만 애가 타서 난리다. 공부를 왜 해야 되는지도 모르고 가뜩이나 대한민국은 살기 힘든 나라라고 외치는 중학교 2학년짜리 사춘기 소년을 누가 말리겠는가. 고집불통 아들에게 - 말솜씨 하면 빠지지 않는 동생이나 제부도- 번번이 k.o패를 당했다.

 게임 금지령까지는 아니어도 요즘 한참 게임 제한령이 발효된 지 두 달로 접어들었는데,  게임의 빈도랑 시간은 줄어 다행인데 그 시간에 만화책을 읽거나 친구들이랑 밖에서 논다고 나가서 한참 연락두절이 되니 아마도 pc방에 가는 모양이다. 그러니 결국은 고심 끝에 내린 제한령도 소용없게 되었으니-아이를 쫓아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없는 노릇-아들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노심초사하는 동생이 딱하게 느껴졌다.



 질풍노도의 시기답감정의 낙폭도 크고 자기감정을 잘 제어하기 힘든 시기이니 그러려니 이해는 하면서도 막상 자식이 그 폭풍의 중심부로 들어서면 부모는 당황스럽다. 나야 그 시기를 거쳐 장성한 아들이 있어 우리 조카의 성장통을 조금은 느긋하게 바라볼 수 있고 기다려 주라고 말할 수 있지만 동생은 마냥 지켜보기만은 힘든 모양이다.

 아직 미성숙한 성장단계니 큰 울타리만 쳐주고 곁길 로만 안나가게 도와주는 역할이 부모의 역할인데 첫째와는 다르게 그것도 마냥 어리고 귀염둥이 막내아들 녀석의 변화가 당혹스러운 것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그러던 어느 . 그날도 학교 숙제와 게임시간으로 동생과 조카가 옥신각신하고 있었는데 고집 센 조카가 엄마와의 입씨름이 시작되었다. 좀 더 게임을 하겠다는 조카와 밀린 숙제를 하지 않으면 게임을 할 수 없다는 엄마가 팽팽하게 맞섰다.

 기본적으로 마음이 여유롭고 허용적인 내  동생도 이번엔 단단히 결심을 하고 아들의 나쁜 버릇을 다잡아 보려고 한 모양이다. 그러나 우리 조카도 만만치 않았으니 -지 엄마가 원칙을 꺽지 않고 게임을 중단시키니 -숙제거리를 찢어 거실에 집어던지고  자기 방으로 씩씩대며 들어가 버렸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 조카가 방문을 열고 슬그머니 거실로 나오더니 미동도 안 하고 서 있는 동생한테 와서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찢어진 학습지를 테이프로 붙여서 숙제를 하기 시작했다.



 그날 조카는 동생의 흔들리지 않은 원칙을 확인했는지 그전까지 부리는 생떼를 부리지는 않는다. 여전히 감정 기복도 심하고 툴툴거리는 중학교 2학년 반항아이지만 아직도 한참 자라나는 어린 묘목답게 지지대를 대 준대로 큰 틀은 벗어나지 않고 자라는 것이 고마울 뿐이다.

 

 작은 조카의 담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새 학년 새 학기라 선생님이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의 특이 상황을 묻고 학교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에 대해 전화로 상담하시는 중이시다. 우리 조카 차례가 되어서 동생한테 전화를 주셨다.  이런저런 얘기가 오고 가는 중에 동생이 활짝 웃는다.

 "언니~~ 우리 아들이 글쎄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자기소개서에 나라고 적었대." 하고 목이 멘 듯 나를 본다. 그 목소리에서 요즘 한참 아이를 제대로 훈육하고 키우는지에 대해 고심하던 동생의 마음고생이 느껴져 나도 마음이 짠했다. 그래도 아이가 갖는 부모에 대한 마음이 긍정적인 믿음이 있음을 확인했으니 지금과 같이- 소신 있게- 아이의    울타리가 돼주면 될 것이다.


 오늘은 또 무엇이 속상한지 조카가 씩씩거리며 눈물을 훔치며 학교에서 돌아온다. 동생이 이유를 물으니 학교에서 친구와 다툰 일을 털어놓는다. 동생이 아이를 가만히 안아준다. 그리고 등을 토닥이며 얼마나 속상했을지 마음을 읽어준다.

 아이는 믿는 대로 자란다고 한다. 지금은 비록 조카는 흔들리는 연약한 가지이지만 늘 응원하고 믿어주는 부모가 있어 곧게 든든하게 자랄 것을 의심치 않는다. 


 동생네서 집으로 올 무렵 아까의 훈훈한 모드는 사라지고 한바탕 두 모자가 실랑이를 한다. 매일매일이 전쟁이다. 그래도 이모 간다는 소리에 조카는 현관까지 나와 내 볼에 뽀뽀를 하고 인사를 한다. 나는 중학생이라고 하지만 체구가 너무 작아 안쓰러운 조카를 꼬옥 안아준다. 그리고 그 순간 마음속으로 아이가 건강하고 밝게 자라길 간절히 기도한다. 나의 바람이 하늘에 닿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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