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와 바다를 내려다보는, 내 책상 자리

by 꼬낀느

남편의 말


우리 부부는 책상이 꼭 필요한 사람들이다. 제주에 내려와서 처음 살던 집에서도 거실에 TV를 없애고 부부 각자 책상을 거실에 놓았다.

집안에 머무를 때는 거의 모든 시간을 책상에서 글 쓰고, 책도 읽고, 일하면서 보내는 집사람의 성향상 책상 위치는 가장 편안한 곳이 되어야 했다. 거실에는 TV를 놓지 않아서 당연히 내 책상을 놓게 되었고, 집사람의 책상은 자연스레 부부 침실 쪽으로 들어가게 되어 드레스 룸을 등지고 서귀포와 바다를 내려다보는 자리에 책상을 설치하게 되었다.


한쪽 벽에는 거울을 설치해서 화장대 대용으로 하고 다른 쪽 벽에는 책장을 설치해서 필요한 책을 놓을 수 있도록 했다. 책상 아래에 간단한 사이드 테이블을 만들고 철제 프레임에 목재 마감을 해서 육중한 느낌이 나도록 마감하였다. 이동식 가구를 최소화하자는 설계 원칙에 따라 책상, 사이드 테이블과 책장 모두 붙박이로 설치했다.

요즈음 집사람은 집에 있는 시간에는 대부분 책상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편안함을 느끼는 책상이기를.


아내의 말


과거 서울에서 나는 아파트 거실에 커다란 책상을 두었다. 책상이 벽을 향해 있는 것은 답답했다. 어쩔 수 없이 좁은 방에 책상을 두어야 할 때를 빼고, 책상은 늘 방이나 거실 중앙에 두고 밖을 바라보았다. 거실에서 TV를 없앤 것은 이미 오래전이었다.

그때 책상에 앉아 고개를 들면 거실 창을 통해 보이던 아파트 맞은편 건물. 여름이면 열어둔 창으로 들어오던 바깥소리. 나는 꿈꾸었다. 지금 보고 있는 게 바다이고, 들리는 게 파도 소리이기를.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거라 믿지 않았지만, 마냥 꿈꾸었다. 그 꿈을 남편에게 말했었다.


남편은 집을 설계하며 내 책상을 집 중앙에 남쪽 바다를 향해 두었다. 2m, 두께 7cm의 튼튼한 책상이다. 물론 바다는 멀어서 보이기만 할 뿐, 파도 소리 대신 새소리와 개구리 소리가 들린다.

남향 책상은 봄이 지나면 더워서 오전에 앉아있기 힘들다. 그래서 북쪽 한라산을 향한 창 앞에 학원 책상을 하나 두고 침실 창을 열어두면, 바람이 솔솔 통하는 명당이 된다. 에어컨을 틀기 전까지 그 자리에서 오전을 보낸다.


예전에 교수님이 수업 시간에 한 말이 있다.

작업 환경을 보면, 그 사람이 만들어 낼 결과물이 보인다.”

나는 이제 누구도 부럽지 않은 작업 환경을 갖고 있다. 그러니 최상의 결과물을 만드는 일만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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