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말
목욕을 좋아하는 집사람을 고려하여, 우리 집 부부 욕실은 집 중앙, 가장 바다 전망이 좋은 남향에 위치했다. 욕실에서 커다란 창을 통해 서귀포 앞바다가 내려다보이고, 욕실의 사이즈 또한 샤워부스와 욕조를 설치하고도 여유가 충분할 만큼 공간을 확보하고자 하였으며, 설계자의 제안에 따라 욕조 주위는 편백으로 마감하기로 하였다.
또한 바닥과 벽체 마감은 주방 식탁에 사용한 화이트 카라라 계통보다는 좀 더 베인(vein)이 짙은 아라베스카토 대리석 문양의 대형타일을 선택했다. 하루 종일 햇볕이 드는 남향이라서 밝은 컬러지만 짙은 베인이 들어간 마감은 묘한 조화를 이루어 주었다
집 전체의 설계에 맞추어 전체 등은 매립으로 하였으며, 굳이 세면대 전면 거울을 수납공간으로 하고 싶지 않았다. 단순하게 후면부에 LED 등을 넣고 고정 거울 설치했고, 수납공간인 장식장을 변기 상부에 설치하였다.
아내의 말
우리 집을 방문한 여자 손님들의 가장 큰 탄성은 욕실에서 나왔다. 나는 물에서 살아난다. 몸이 필요해서 원하고, 그게 충족되면 살아난다. 그래서 늘 목욕이 중요했다. 숨이 막히는 사우나는 오래 있을 수 없어 싫었다. 노천온천에 가면, 15분가량 더운물, 나와서 외기를 쐬며 휴식 15분, 이를 번갈아 2~3번 하며 온천에서 놀다보면 한 시간이 훌쩍 간다.
집에서는 거의 매일 저녁 식사 후 반신욕을 한다. 블라인드를 내리고, 창문을 조금 연다. 따뜻한 물 안에서 길어야 20분. 그 후 나는 깊은 잠을 잔다.
집에서 욕실은 2층의 가장 안쪽에 있다. 평면도에서는 중앙에 위치하지만, 욕실에 가기 위해서는 문 세 개를 거쳐야 한다. 안방을 지나 옷방 겸 내 책상을 지나야만 들어올 수 있다. 사실 안방부터는 우리 부부만 드나들고, 아이들이 집에 있을 때도 잘 들어오지 않으니 우리 부부에겐 가장 내밀하고 편안한 공간이 된다. 그래서 가깝게 느끼는 여자 손님들에게만 공개한다.
휴식의 공간답게, 나는 욕실에 많은 물건을 두지 않는다. 싹 비워놓고 모델하우스같이 사는 게 마음 편하다. 이러한 공간을 만들어 준 남편의 배려에 늘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