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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re Apr 26. 2019

당신의 찬란했을 날들

치매 그리고 그 주변의 삶



치매에 걸린 아내를 10년 동안 보살피다가 살해한 80대 남자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범행 후 본인도 자살을 택하려다가 급하게 집에 돌아온 아들에 의해 간발의 차이로 목숨을 구했는데, 아들이 집을 찾았을 당시 그는 아내의 시신 곁에서 울고 있었다고 한다.


언제라는 기약 없이 치매 환자를 돌보는 느낌은 무엇일까. 어린 자식을 키우는 어려움에서 뿌듯함과 충만함이 제거된 감정일까. 부모 향한 우직한 효심과 '이만하면 할 만큼 했다'는 못된 마음이 매일같이 서로를 겨누는 전쟁일까. 무언가를 1만 시간 동안 반복하면 달인이 된다던데 감정의 벼랑 끝에 사는 보호자의 삶도 결국엔 익숙해질 수 있는 걸까.


그러다가 문득 한 얼굴이 뇌리에 스친다. 몇 년 전 가정방문 대상자로 만난 치매 할머니. 매주 금요일 오후 집 앞 의자에 앉아 볕을 쬐고 계시던 모습을 기억한다. 보통 인지능력이 저하된 환자들의 본능적인 감정 표출은 이기적임을 넘어서 파괴적이기까지 한데, 그분은 항상 아이처럼 한없이 맑은 눈동자를 보여주셨다. 남편 되시는 할아버지는 묵묵히 그 병시중을 들면서도 집 안을 항상 깔끔하고 정갈하게 유지하셨고, 벽 구석구석의 단란한 가족사진과 할머니의 환한 잔치 사진, 부녀회장 상패 등이 그녀의 찬란했던 날들을 짐작케 했다. 햇수로 6년째, '이제 요양원에 보내드려야죠'하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어쩐지 씁쓸하게 웃으며 언젠간 그러마고 하시던 할아버지와 문 밖을 나서는 내 손에 끝끝내 아이스크림을 들려 보내시던 그 할머니는 지금 어디에 계실까.


창문 밖으로 보이는 신축 요양원 건물에 개원을 알리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저렇게 큰 요양원이 또 들어선다는 것은 또 수많은 치매환자와 그 가족들이 지쳐 나가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집과 요양원, 둘 중 어디에서도 편치 않을 어떤 노부부의 삶이 눈에 밟혀 이내 나는 블라인드를 성급히 내린다. 그리고는, 아내의 목숨을 제 손으로 앗아가면서도 고통 없이 떠나가기만을 바랬을, 한 남자의 서툴렀을 범행에 대해 생각하며 하릴없이 쓸쓸해진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81/000299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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