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캐나다 파업을 보며
캐나다 항공업계의 역사에서 너무나 익숙한 문구가 되어버린 말이 있다.
바로 “에어캐나다 직원 파업”이라는 헤드라인이다.
경험 많은 여행객과 업계 관찰자들에게 이 말은 멈춰 선 체크인 줄, 출발 안내판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승객들, 그리고 캐나다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을 뒤흔드는 조용한 혼란을 떠올리게 한다.
최근의 에어캐나다 승무원 파업은 또다시 나라를 불편과 성찰의 기로로 몰아넣으며, 노동 관계, 항공사 직원들의 권리와 현실, 그리고 캐나다 사회 전반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내가 에어캐나다의 파업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작년 9월에도 에어캐나다 파업이 있었다. 그때는 기장들(Pilots)의 파업이었다. 그 당시 우리 가족은 영국 캠브리지로 공부하러 가는 딸아이의 정착을 위해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는 나의 브런치에 자세히 기록해 두었다.
https://brunch.co.kr/@coreadian/96
이번에는 새로운 직장을 다니게 된 아들을 방문하기 위해 시애틀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해 두었는데 또 파업사태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번 파업으로 이어진 주요 쟁점은 에어캐나다 승무원들이 이륙 전과 착륙 후 수행하는 무급 업무(업계에서는 groundwork라 불림)에 대한 보수를 요구하는 것이다.
북미 항공업계에서 승무원들은 일반적으로 기내문이 닫힐 때부터 급여가 지급된다. CUPE (Cadian Union of Public Employees)에 따르면, 에어캐나다의 구체적 정책은 출발지 공항에서 브레이크가 해제될 때부터 도착지에서 브레이크가 걸릴 때까지만 승무원에게 급여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즉, 승무원들은 공항에서 다음 항공편을 기다리는 시간이나 탑승객들이 기내에 들어와 짐을 싣는 동안의 시간에는 임금을 받지 못한다. CUPE는 에어캐나다 승무원들이 매달 약 35시간가량의 무급 노동을 수행한다고 추산했다. 이것은 단순히 금전적 요구를 넘어선, 개인적·직업적 존중을 바라는 외침이기도 하다.
파업의 핵심에는 수년간 쌓여온 문제들이 있다. 근무 조건, 임금 형평성, 스케줄 관리, 그리고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지속적인 과제다. 특히 승무원들은 예측 불가능한 근무표, 긴 근무 시간, 그리고 가족과 반복적으로 떨어져 지내는 것에서 오는 정서적 부담을 호소해 왔다.
노동 불안은 오랜 불만, 지켜지지 않은 약속, 그리고 쌓여가는 압박의 산물이다. 캐나다의 국적 항공사인 에어캐나다( Air Canada)는 수천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승무원부터 지상직까지 모두가 국내외 항공 여행을 매일 운영하는 데 기여한다.
이번 파업은 단순한 업무 중단이 아니라, 더 깊은 불만의 징후다.
파업은 흔히 지연된 항공편이나 재정적 손실로만 평가되지만, 그 인간적 대가는 훨씬 더 복잡하다.
파업에 나선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치르는 희생은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동료와 미래 세대 노동자들을 위한 것이다.
특히나 여행 성수기인 8월에 승객들에게는 연결 편을 놓치거나 휴가를 다시 계획해야 하는 등 불편이 뚜렷하다. (난 이 부분에서 제일 화가 난다. 회사와 노조의 문제인데 소비자가 가장 피해를 입는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모양새
에어캐나다 파업의 영향은 공항 담장을 넘어 그 파급효과가 넓어진다.
항공 산업은 캐나다 경제의 핵심 축으로, 관광·무역·연결성을 가능케 한다. 국토가 광활하고 대안이 제한된 나라에서 항공편 중단은 기업, 가족, 지역 사회 모두에 영향을 준다.
여행사, 호텔, 콘퍼런스 기획자들은 일정을 재조정하고 예산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 여행객 유입에 의존하는 지역 경제도 발 빠르게 적응책을 찾아야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여론은 분열된다. 어떤 사람들은 직원들의 처지를 공감하지만, 다른 이들은 불필요한 갈등으로 본다.
토론토 피어슨국제공항(Toronto, Pearson International Airport)에서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 (P.E.I) 출신에 어린아이들을 둔 한 어머니는 에어캐나다(Air Canada) 항공편이 취소된 뒤 CP24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애쓰고 있으며, 집으로 가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써야 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불안하다고 전했다.
여행객들은 나중에 항공사가 비용을 환불해 주길 바라고 있지만, 아직 그게 확실하다는 확인을 받은 건 아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뉴욕으로 신혼여행을 떠날 준비를 한 신혼부부는 일요일 새벽 3시에 항공편이 취소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상황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걸 배우긴 했어요. 그래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기대했던 일이 이렇게 바뀌니까 속상하죠. 환불 불가 호텔 예약도 있고, 콘서트 티켓도 있었는데요.”라고 말했으며,
공항 다른 쪽에서는, 칸쿤으로 가려던 6명의 여행객이 바뀐 여정을 설명했다.
원래 5시간짜리 여행이 거의 20시간 걸리게 되었다고 하고, 에어캐나다가 이번 재예약 비용을 부담했다고 덧붙였는데, 그 금액은 약 2만 2천 달러(CAD22,000)에 달했다.
나의 지인도 이번 여름에 한국에 계시는 노모를 방문하러 가셨다가 이번 일요일에 돌아오기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비행취소 이메일을 받고 당황스러웠다고 소식을 알려왔다.
노동 분쟁은 근본적으로 협상의 시험이다. 노조 지도부와 회사 대표는 협상테이블에서 원하는 것과 가능한 것 사이의 간극을 메워야 한다. 단체 협상 과정은 긴장과 타협, 때로는 창의적인 해결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태에 대한 협상 조치로 에어캐나다에 따르면 캐나다 산업위원회(CIRB)가 파업을 승인한 노조 지도부에 항공편을 중단시킨 이번 파업을 종료하라고 명령했으며, 개별 조합원들에게도 불법 행위를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승무원들을 대표하는 캐나다공공노동조합(CUPE)은 해당 명령을 무시하고 CIRB의 결정을 연방 법원에 제소했다.
캐나다 총리인 마크 카니(Prime Minister Mark Carney)는 에어캐나다 승무원들이
“항상 공정하게, 항상 공평하게 보상받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지금 우리는 문자 그대로 수십만 명의 캐나다인과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이번 행동으로 인해 불편을 겪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저는 양측이 가능한 한 신속히 해결할 것을 촉구합니다.”
라며, 노조와 에어캐나다가 아직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또다시(Not again)”라는 말은 단순한 탄식이 아니다.
파업의 반복은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여전히 존재함을 의미하며, 이제는 주목과 시정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해법은 총체적이어야 한다. 개선된 스케줄 관리, 공정한 보상, 정신 건강 지원, 진정성 있는 경력 개발 기회는 직원들의 경험을 바꾸고, 곧 승객들의 경험으로 이어진다. 직원 개발에 대한 투자, 피드백을 위한 공개적인 창구, 투명한 소통은 사치가 아니라 필수다.
또다시 일어난 승무원 파업이 마무리되면, 캐나다인들은 그 비용과 교훈을 곱씹게 된다. 항공편은 재개될 것이고, 직원들은 돌아올 것이며, 여행의 리듬은 다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또다시”라는 말은 머지않아 다시 울려 퍼질 수 있다.
파업은 단절의 순간이자 재생의 순간이다. 그것은 우리의 제도를 떠받치는 가치—공정, 존중, 존엄—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에어캐나다의 과제는 분명하다. 갈등을 기회로 바꾸고, 다음 장을 ‘혼란의 언어(the language of disruption)’가 아니라 ‘진보의 언어(the progress’)로 써 내려가는 것이다.
난 다행인지 아직 비행취소 이메일을 받지 않았다. 나의 여행이 시작되기 전에 파업이 끝나기를 바라고, 새로운 둥지를 튼 아들집을 무사히 방문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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