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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꼴레오네 Sep 13. 2020

브라질 하루, 세상의 모든 폭포들

포스 두 이과수

딱 하루, 브라질을 넘어갔다 온다.


이과수를 떠나는 날, 브라질 쪽 이과수를 보기 위해 일부러 저녁 시간 비행기를 끊었다. 같은 이과수지만, 어느 쪽에서 보는지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르다는 많은 여행자들의 말에 욕심이 생긴 탓이다. 시간이 촉박하지 않았기에, 일부러 양쪽 이과수를 모두 볼 작정이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악마의 목구멍을 눈앞에서 봤다면, 오늘은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기대를 한껏 안고 숙소를 나선다.


택시보다 조금 더 싼 이유로, 버스를 탄다. 숙소에서 만난 초등학교 교사 동행도 함께한다. 내가 여행지에서 만난 첫 번째 교사다. 육로로 국경을 넘어본 것은 유럽에서 경험해보았지만, 유럽 국가들은 유로에 소속된 탓에 국경을 통과하는걸 몸소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남미는 많이 다른 듯하다.


많은 나라들이 그러하듯,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국경도 이과수로 이어지는 강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러기 위해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다리의 색이 다르다. 처음에는 아르헨티나를 나타내는 흰색과 하늘색이었다가, 이후 브라질을 나타내는 초록색과 노란색이 나타난다. 국경을 넘어가는걸 몸소 느낄 수 있었던 순간.


출처 : https://www.vingle.net/posts/793593


처음으로 국경 심사대를 방문한다. 버스에서 모두가 내려 작은 건물로 이동한다. 아르헨티나 출국 심사를 받기 위함이다. 공항처럼 까다롭진 않고, 그냥 여권만 보여주고, 도장이 찍히고 끝이다. 이렇게 간단할 수가 없다. 이곳을 통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과수를 보러 온 여행객들 이어서일까.


브라질 입국 심사를 위한 줄

버스는 잠시 이동하더니, 다시 멈춰 선다. 이번에는 브라질 입국 심사를 받기 위함이다. 건물이 나란히 붙어 있어서 한 번에 출입국 심사를 받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왜 이런 시스템으로 나누어져 있는지 모르겠다. 브라질로 가는 입국 심사도 아주 간단하게 끝이 나버린다. 입국 심사대 앞에 걸린 거대한 브라질 국기를 보니, 브라질에 오긴 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포스 두 이과수로 들어가기 위한 줄은 어제 푸에르토 이과수의 줄보다 길어 보인다. 줄이 몇 겹으로 겹쳐서 줄줄이도 이어져있다. 과연 오늘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 푸에르토 이과수에서는 기차를 타고 이동했다면, 포스 두 이과수에서는 버스를 타고 국립공원에 들어갈 수 있다. 절차가 둘 다 복잡하긴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버스를 타는 줄과 입장 줄이 다른데, 어차피 버스를 타고 이동할 텐데 줄을 통합시키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한다. 결국 내가 입장 줄에 먼저 서있고, 남은 일행들이 버스 티켓을 끊는 줄로 간다. 


포스 두 이과수의 입장 줄. 심지어 사진 뒤로 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밖에 보이는 줄이 전부인지 알았는데,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밖에 있는 줄만큼 건물 내부에도 줄이 또 있다. 루브르 박물관처럼 줄을 운 좋게 피하는 경우가 있다면, 오늘처럼 끝없는 줄의 마지막에서 기다려야 하는 불상사도 있다는 것. 그래도 동행들과 나눠서 줄을 선 덕분에 그나마 빨리 입장한다. 그래도 한 시간 삼십 분이긴 하지만......


2층 버스에 타서 10분 정도 가니 드디어 병풍 같은 이과수가 펼쳐진다. 멀리서 보는 이과수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과 같다. 거대한 절벽 곳곳에서 폭포가 떨어지고 있다. 제주도에 가면 천지연 폭포니 정방 폭포니 하는 많은 폭포들이 있다. 그런 폭포를 한 곳에 다 모아놓은 느낌이라고 할까.




포스 두 이과수는 멀리서 수많은 이과수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국립공원 자체가 넓지는 않다. 포스 두 이과수의 메인이 되는 다리로 향한다. 역시나 좁은 철제 다리인데 사람이 넘쳐난다. 오고 가는 사람 속을 겨우 헤집고 앞으로 향한다. 멀리서 악마의 목구멍이 보인다. 어제 가까이서 본 악마의 목구멍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어제처럼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는 없지만, 세계에서 손꼽는 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 게다가 날씨는 너무도 좋아서 사진도 잘 찍힌다는 점.


포스 두 이과수에서 바라본 악마의 목구멍


저 멀리 악마의 목구멍 위에 어제 갔던 푸에르토 이과수의 전망대가 보인다. 여전히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오늘 하루 함께 다니는 교대 누나는 말도 많고, 걸음도 빠르고, 사진도 매우 잘 찍고, 그만큼 잘 찍히기도 한다. 긍정적이고 활발했던 그녀 덕분에 오늘 여행이 조금 더 재밌어진 느낌도 든다. 




다리 위에서 이과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 하는데, 그 좁은 다리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안 나오게 사진을 찍고 싶어서, 동행들은 길 한쪽을 아예 차지해버린다. 나도 사진을 잘 찍히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렇게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 정도로 찍고 싶진 않았다. 결국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이서 모두 사진을 건진 다음에야 우리는 다시 길을 가기 시작한다. 다리를 지나가는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눈총을 본 것은 나뿐일까. 민폐를 끼친 것 같은 기분에 마음 한편이 좋지는 못하다. 결국 나도 동조해서 사진을 찍었고, 말리지 못해서 할 말은 없지만, 여행의 아쉬운 순간 중 하나인 것은 틀림없다. 그들 머릿속에서 '어글리 코리안' 이란 생각이 들진 않았기를 조심스레 바란다.


포스 두 이과수의 메인 스팟을 보기 위한 좁은 철제 다리




날씨는 너무할 정도로 좋았지만, 계속 걸어서 그런지 피곤하고 잠이 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숙소로 돌아와 양해를 구하고 샤워를 한다. 다시 새로운 도시로 떠나갈 채비를 한다. 짐을 챙겨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한다.


푸에르토 이과수 공항


밤늦게 이과수를 떠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노숙을 하고는 우수아이아로 떠나는 길고 긴 일정이다. 공항 노숙은 최대한 피하고 싶은 일이지만, 이동 시간이 어쩔 수 없이 길 수밖에 없는 남미에서는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다. 덥고 습한 이과수를 떠난다. 잠을 자야 하는데, 좁은 비행기에서 잠을 청하기도 어렵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공항에서 노숙을 할 때도 잠이 오지 않아 누워만 있는다. 동행들은 잘도 잠을 청하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어느 여행자의 인스타그램 사진 하나에 이끌려 가게 된 우수아이아.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그곳에서 어떤 풍경이 나를 맞이할까.
한껏 기대을 하며, 우수아이아행 비행기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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