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향 Feb 20. 2019

수영 입문한 지 1년

점점 빠져드는 중

2019년 2월 2일은 내가 수영에 입문한 지 일 년 되는 날이다. 추운 겨울에 시작해서 봄, 여름, 가을을 지나 다시 겨울이 되었다. 나는 지속적으로 꾸준히 하는 일에 약한 사람이다. 매사에 끈기가 부족해서 온갖 핑계를 대며 포기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놀랍게도 일 년을 버텼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버틴 것이 아니라 즐겼다는 표현이 맞다.  소심한 겁쟁이 아줌마가 어떻게 물을 좋아하게 됐을까 생각하며, 수영장에서 보낸 일 년을 되돌아본다.


ㅡ낯설고 어색한 분위기, 처음 한 번만 깨면 끝


수영장 등록을 마치고 겪게 된 첫 난관은  수영복을 입고 수영장에 짠 하고 등장하는 일이다. 첫날 샤워장에서 쭈뼛쭈뼛 수영복을 끼워 입고, 사람들 틈으로 들어가기란 정말 어색함 그 자체였다. 수영복이 피부 마찰로 매끄럽게 올라가지 않아 애 먹었는데, 몸에 비누칠을 한 다음 입으면 쏙 들어간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수영복에 붙은 브라가 입을 때마다 꼬여서 불편하다 했더니, 옆 사람들은 수영복  브라를 떼고 실리콘 브라 패드를 넣었다 뺐다 하는 것이다. 얼마나 편리하던지 실리콘 패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처음에 구입한 수영복, 사이즈도 모르고 대충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ㅡ늘 제자리인 것 같지만 나는 조금씩 성장하는 중


첫날의 어색함을 이기고 난 다음 익숙해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호흡하기, 발차기, 팔 돌리기를 배우며 매일 조금씩 물살을 가르는 즐거움. 특히 어느 순간, 25미터 레인을 한 번도 쉬지 않고 도착했을 때의 감동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6개월 뒤, 두 번째로 구입한 수영복

2월에 자유형을, 3월에 배영, 4월에 평영, 6월에 접영을 시작했다. 시작은 저렇게 했어도 온전히 동작을 마스터하기까지 시간은 많이 걸렸다. 저 영법들 순서대로 모두 마스터한 것도 아니고,  지금도 부족한 자세를 교정하며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이다. 내가 보기에 중상급반 사람들은  뭘 더 배우는 걸까 의아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얘기한다.


"수영은 매일 해도 할 때마다 힘들어요. 우리도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늘 배우고 있답니다."


사람마다 네 가지 영법 중에서 더 잘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이 있다는데, 나 같은 경우는 자유형과 접영이 잘 되는 편이고 평영과 배영은 더 어렵게 느껴진다. 평영을 익히는 데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4월에 평영 발차기를 시작했는데, 12월이 가까워서야 '아! 바로 이 거야." 하는 느낌이 찾아왔으니 말이다. 어떤 운동이든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수영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물을 무서워해도 꾸준히 연습하면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세 번째로 구입한 수영복

ㅡ나의 안부를 묻고 기다려주는 고마운 사람들


6개월쯤 지난여름이 되자 수영장에 사람들도 많아지고, 더운데 수영장을 오고 가는 일이 귀찮을 때도 많았다. 부족한 아침잠을 보충하느라 결석을 하면, 수영장 언니한테서 득달같이 전화가 온다. 내일은 꼭 나와라, 심심해서 안 된다는 말로 독려한다. 가끔 수영 끝나고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며 수다를 떨며 보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온 것이다. 어느 곳이든 고마운 사람들이 있어서  참  좋다.

1주년 기념으로, 네 번째로 구입한 수영복

ㅡ새로 산 수영복이 입고 싶어서 수영장 간다.


수영장에서 친해진 언니는 수영복과 수모가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언니가 수영복에 각별한 애정이 있다는 사실과, 수영복 모으는 취미와 지식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덕분에 나 역시 용기 내어 6개월간 착용했던 시커먼 수영복을 벗어던지고, 빨간 수영복을 샀다. 일 년 만에 내 수영복은 네 벌이 되었다. 그날그날 기분대로 골라 입으면, 기분 전환도 되고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는데 도움이 된다. 곧 준비하게 될 오리발과 스노클링 장비도 기대된다.

처음 수영복과 지금 수영복의 크기 비교/실리콘 브라캡

ㅡ일주일에 한 번을 가더라도 오래 다녀야지


일 년이면 습관이 붙을 만도 한데, 아침마다 이불속 유혹을 뿌리치는 일과, 크고 작은 일정들, 간혹 본능적으로 샘솟는 나의 게으름으로 결석하는 날이 잦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샤워를 하기 위해 수영장을 가야 한다.'는 생각과 '잠깐 하고 오더라도 일단 가자.'는 마음으로 간다. 집을 나설 때는 귀찮지만, 수영장에 들어갔다 나오면 날아갈 듯 상쾌하다. 미련스럽게도 다음 날 아침이면 그 기분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내게 수영을 처음으로 권해준 친구한테 이 공간을 빌어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내가 수영을 배우겠다고 선포하자 미리 준비해둔 수영 용품들을 선물해 준 친구다. 수영장 경험담을 다 들어주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수영 베테랑인 그  친구와 수영할 수 있는 날을 상상하며 계속 수영을 즐기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하루 여행ㅡ제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