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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로지 Jan 26. 2024

끊었던 커피를 3개월 만에 다시 먹기 시작한 이유

카페인보다 피하고 싶은 외로움

커피를 끊으면서 내 몸은 스스로 맘에 들 정도로 변해갔다.


규칙적인 수면 패턴과 수면의 질,

커피 대신 물로 채워지는 몸에서 생기는 활력과 생기,

커피에 의존하지 않아도 맑은 정신 등


오히려 회사에서 깍두기 같은 존재가 된 것에 감사함을 느끼면서 즐겁게 카페인과 멀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늘 마음 한쪽엔 알 수 없는 외로움이 있었다. 점심시간에 혼자 산책할 때면 둘셋씩 모여 커피 한 잔씩 들고 걸어가는 이들이 세상 부럽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또래의 여직원이 입사하게 되면서 그런 외로움들이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카페인도 고개를 빼꼼 하고는 슬쩍 다시 내게 찾아왔다.



커피 한 잔 하실래요?



자연스럽게 밥을 먹고 카페를 찾아 줄을 서서 커피를 주문하고 나온 커피 한잔을 들고 직장 동료와 함께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이 모든 게 마치 하나의 코스인양 물 흐르듯 그렇게 되었다.


점심시간이면 북적북적한 카페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

누군가는 아주 당연할지 모르는 이 일상의 패턴이 무미 건조하던 내 일상을 조금이나마 다채롭게 만들어줬다.


’커피 한 잔 하실래요?‘

이 말에 어떤 신비한(?) 힘이 있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어떤 매개체가 필요했다.


그게 누군가엔 술일 수도 담배일 수도 커피 일수도 있지만 그 매개체가 무엇이던 상관없었다.

우리가 대화를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니깐 말이다.


아무튼 그게 내겐 커피였고, 나는 그렇게 다시 카페인의 손을 잡았다.


알고 보니 커피 한 잔 하자는 말에는 단순 커피를 먹으러 갑시다! 는 1%고 나머지 99%는 다른 의미로 채워져 있었다.



내 손에 든 커피 한잔의 의미



외로움보단 카페인을 가까이하고 싶은,

결국 나도 어쩔 수 없이 무리 속에 어울리고 싶은 사람이구나 싶었다.


어쩌면 비자발적 깍두기였던 내가 스스로에게 외로움을 느낄 틈도 주고 싶지 않아서 카페인을 인질 삼았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오늘도 내 한쪽 손에 들린 커피 한 잔은 내게 큰 방패가 되어준다.

언제든지 불쑥 찾아오는 외로움에게 나는 혼자가 아니라고 목이 쉬어라 외쳐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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