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보다 피하고 싶은 외로움
커피를 끊으면서 내 몸은 스스로 맘에 들 정도로 변해갔다.
규칙적인 수면 패턴과 수면의 질,
커피 대신 물로 채워지는 몸에서 생기는 활력과 생기,
커피에 의존하지 않아도 맑은 정신 등
오히려 회사에서 깍두기 같은 존재가 된 것에 감사함을 느끼면서 즐겁게 카페인과 멀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늘 마음 한쪽엔 알 수 없는 외로움이 있었다. 점심시간에 혼자 산책할 때면 둘셋씩 모여 커피 한 잔씩 들고 걸어가는 이들이 세상 부럽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또래의 여직원이 입사하게 되면서 그런 외로움들이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카페인도 고개를 빼꼼 하고는 슬쩍 다시 내게 찾아왔다.
자연스럽게 밥을 먹고 카페를 찾아 줄을 서서 커피를 주문하고 나온 커피 한잔을 들고 직장 동료와 함께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이 모든 게 마치 하나의 코스인양 물 흐르듯 그렇게 되었다.
점심시간이면 북적북적한 카페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
누군가는 아주 당연할지 모르는 이 일상의 패턴이 무미 건조하던 내 일상을 조금이나마 다채롭게 만들어줬다.
’커피 한 잔 하실래요?‘
이 말에 어떤 신비한(?) 힘이 있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어떤 매개체가 필요했다.
그게 누군가엔 술일 수도 담배일 수도 커피 일수도 있지만 그 매개체가 무엇이던 상관없었다.
우리가 대화를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니깐 말이다.
아무튼 그게 내겐 커피였고, 나는 그렇게 다시 카페인의 손을 잡았다.
알고 보니 커피 한 잔 하자는 말에는 단순 커피를 먹으러 갑시다! 는 1%고 나머지 99%는 다른 의미로 채워져 있었다.
외로움보단 카페인을 가까이하고 싶은,
결국 나도 어쩔 수 없이 무리 속에 어울리고 싶은 사람이구나 싶었다.
어쩌면 비자발적 깍두기였던 내가 스스로에게 외로움을 느낄 틈도 주고 싶지 않아서 카페인을 인질 삼았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오늘도 내 한쪽 손에 들린 커피 한 잔은 내게 큰 방패가 되어준다.
언제든지 불쑥 찾아오는 외로움에게 나는 혼자가 아니라고 목이 쉬어라 외쳐대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