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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더워지고 몸과 마음에 짜증과 피로 쌓이면 나는 자기혐오가 심해진다. 더워서 속옷 하나만 걸치고 잠들었다가 아침에 일어나면 완벽한 근육질이 아닌 몸에 괜시리 짜증이 난다. 글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 두툼하게 드러나는 뱃살들이 부끄럽고 짜증난다. 그러다가 팔로 눈이 가면 잔근육이 가득하지 않아서 괜시리 속상하다. 물렁거리는 내 팔의 살들이 한없이 부끄럽고 수치스럽다. 여름이라 잔뜩 올라온 피지와 여드름들은 내 혐오를 극단적으로 치닿게 만든다. 마치 내가 게으르게 살았던 것에 징벌 같은 느낌도 든다.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면 또 다시 자기 혐오가 시작된다. 한 번에 두시간씩 집중해서 책에 빠져서 읽지 못하는 내가 한심하고, 내 마음에 조차 들지 않는 글을 써내는 내가 싫다. 그렇게 온통 하루가 자기혐오로 얼룩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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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는 이런 자기혐오가 떨어지는 자존감을 치유해주는 가장 좋은 것은 감정적인 연결이라고 이야기한다. 다행히도 오늘은 누군가를 만나기로 되어있는 날이지만 그 누군가와 감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면 감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데, 나는 내 몸과 마음을 사랑하기조차 힘드니 과연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것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이것이 어렵다면 나는 영원히 자기혐오의 굴레에 빠져서 살아야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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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평화를 찾고서 나의 몸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은 그저 의식적으로 하면 되는 것일까. 아니면 주위 사람들이 나를 칭찬해주고 어루만져주면 되는 것일까. 집에 앉아있으면 혐오만 늘어날 듯 해서 일단은 몸을 씻고 일찍 나가서 카페에서 책이라도 읽으러 나간다. 괜시리 어제 입었던 붉은색 바지가 부끄러워져서 오늘은 덜 혐오스러운 무난한 옷을 입어야겠다는 생각부터 든다. 일단은 씻자. 그러면 조금 나아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