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노동시간, 똑같은 삶 속에서 획일화 되어가는 사회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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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정도 매주 주말마다 편의점에서 노동을 하고 있다. 그마저도 오전이 아니라 주로 오후에 시작해서 다음날 새벽에 끝난다. 평일 5일 동안 충분히 쉴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이것저것 해보려고 할 때는 아쉬움이 더 많다. 한국의 대부분의 직장(괜찮은 직장)들은 주5일제로 일하기 때문에 독서프로그램, 강연 등 대부분은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해서 토요일, 일요일 오후에 진행된다. 주최자들의 입장에서야 직장인들을 최대한 모으기 위해서는 그 사람들이 제일 자유로운 시간을 잡아야 할테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주 고객층의 시간과 입맛에 맞추는 것이 마케팅의 기본이니까 말이다. 다만, 이렇게 되면 나처럼 파트타임으로 일하거나, 일반직장인들과 삶의 패턴이 다른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나 공동체 같은 것들의 제약이 발생한다. 최근에 글 쓰는 모임을 하고 싶어서 이곳저곳 전부 뒤져보고 있지만 모두 토요일 아니면 일요일이라 참여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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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불편함이외에도 일을 하다보면 한국 사람들의 삶의 패턴이 정말 단조롭고 획일화 되어있다는 생각을 한다. 편의점 매출이 증가하는 시간이 그 증거이다. 아침 출근시간인 7시~8시 사이에 편의점에 사람들이 잠시 몰렸다가 근무시간인 5시까지는 한가하다. 6시이후 저녁을 먹고 술을 먹거나, 간식을 사기 위해서 편의점에 들른다. 9시가 넘어서 본격적으로 그날을 즐기기 위한 사람들이 몰려와서 다량의 술을 사간다. 그리고 잠들기 전 3시정도까지 이 패턴이 반복된다. 2년째 일했지만 한주도 빠짐없이 같은 시간에 비슷한 사람들이 몰려와서 '술'을 산다. 뻔한 노동시간, 뻔한 취미, 뻔한 인간관계의 삼중주가 만들어낸 지루한 루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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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가 되고, 2000년이 되고, 정보화가 되고, 스마트한 세상이 되면서 다양성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사회는 획일적이다. 일주일에 5일 * 8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고 그 외에 시간에 사람들을 만나서 술을 먹고, 여가를 즐긴다. 이것 이외의 삶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이전에 찾아본 북유럽 국가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우리 사회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하루 3시간만 일하고, 오후에는 글을 쓰기 위해 대학원을 가고 저녁에는 와인을 마시는 직장인도 있었고, 돈을 더 벌기 위해서 한국의노동자처럼 오랫동안 일하는 노동자도 있었다. 3시간만 일해도 생계는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선택을 하는 사회였다. 더벌기 위해서 일을 더하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오래 일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런 노동의 가치에 대한 높은 평가와 임금이 결국 사람들의 다양한 선택을 만들고 사회를 다양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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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다양성이 가득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결국은 노동의 가치에 대한 높은 평가로서 임금을 높여야한다. 최저로 받는 사람들에게 임금은 너무 낮고, 더 많이 일해야한다. 3시간~4시간만 일하고도 삶을 영위하면서 다른 가치를 생성해내는 사회가 되어야한다. 더 많이 벌고 싶은 사람들은 더 일하되, 돈 이외의 것들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다른 삶을 선택할 기회를 주는 사회 그것이 다양하고 공정한 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