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교육 속에 죽어가는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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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아르바이트를 2년넘게 하면서 성희롱 교육이라는 것을 2번 받았다. 한 번은 우리가게 담당 SV가 나에게 와서 성희롱 교안을 직접 읽어주었다. "대희씨 성희롱은 나쁜거에요~ 하면 안되구요~ 당하면 연락주시구요~ 음.. 자 끝났습니다!" 과장과 왜곡을 잘하는 나지만 진짜로 이렇게 하고 끝났다. 나는 그 매장에서 끊임없이 정신공격과 폭력에 시달렸고 결국 그만두었다. 다른 한번은 지금 일하는 가게에서 인데, 이번에는 교안도 보여주지 않고 내가 컴퓨터에 앉아있는 사진만 한 장 달랑 찍어서 보내주고 끝났다. 가게에 성희롱이나 성폭행을 당했을 시에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관한 대처법이나 교안은 비치되어 있지만 성희롱 교육을 대하는 모습만 봐도 그 대처법이 크게 의미가 없을 것임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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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직영편의점이나 가게들은 성희롱 교육을 한다. 대부분 내가 했던 것처럼 형식적이다. 성희롱은 나쁜 것이니 하지 마세요 정도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내용은 대부분 직원과 직원, 알바와 알바 사이에서 벌어지는 것을 상정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성희롱이나 성폭행은 가장 권력차가 극심하게 나는 관계에서 쉽게 일어난다. 가게에서 가장 권력차가 심하게 나는 것은 누구일까. 알바와 알바일까? 아니다. 바로 점장이나 본사직원과 알바다. 그들은 우리의 직접적인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말 한마디에 우리는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가장 자주 밀접하게 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신고를 하거나 불편해지면 일을 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가장 강하게 교육해야할 내용은 '점장이 나에게 성희롱이나 폭력을 행사했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할까'이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이런 내용은 교육하지 않는다. 스스로 그 상황을 이겨내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점장이나 본사직원 다음으로 위험한 사람은 바로 손님이다. 실제로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례는 대부분 손님들이 저지르는 일들이다. 알바의 머리채를 잡는 사람도 있고, 알바를 성희롱 하는 사람도 있다. 술취한 사람이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일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기본적으로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무시하는, 노동자를 무시하는 문화 속에서는 맨정신인 사람도 얼마든지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성희롱을 하고 폭력을 행사할 수있다. 점장에 의한 성희롱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는 이것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특히 점장과 단둘이 일하거나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은 편의점의 경우에는 더욱이 곧 바로 대응하기가 어렵다. 혹시라도 손님을 때리거나 손님에게 피해를 끼치면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 것을 뻔하기 때문에 때리거나 소리치거나 할 수도 없다. 우리 가게에도 손님이 성희롱을 하거나 할 경우에는 더욱 크게 소리내어서 인사를 해서 뻘쭘하게해서 내보내라고 되어 있다. 말도 안되는 메뉴얼이다. 모든 것이 노동자가 아니라 가게의 이미지와 매장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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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교육은 그나마 해주기라도 하지만, 안전교육은 해주지도 않는다. 손님이 칼을 들고 들어오거나, 지진이 나서 건물이 흔들리거나, 가게에 화재가 나거나 해도 어떻게 해야할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모른다. 비상구의 위치도 모르고, 비상시에 건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전혀 모른다. 소화기는 손님들의 동선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창고 구석 깊이 처박혀있기 쉽상이고, 강도가 들면 어떻게 112를 누르지 않고 경찰을 부를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아주 깊숙히 처박혀 있는 안전메뉴얼 표를 보면 손님을 먼저(!)대피시키고 대피하라고 되어있다. 노동자의 목숨따위는 손님보다 위기의 순간에 조차 밑에 놓여있다. 물론, 직원이 대피로를 더욱 잘알고 평소에 교육을 잘 받는다면 그것을 잘 모르는 손님을 안내해주고 빠져나가는 것이 원칙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교육을 따로 받지 않는다. 그렇다면 교육을 해주던지, 아니면 각자 도생으로 빠르게 대피하라고 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 같은 것 아닐까. 우리도 모르는 대피로로 사람들을 어떻게 대피시키라는 것일까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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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교육과 안전 교육의 사례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편의점이나 아르바이트 현장에서는 꼭 필요한 교육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목숨은 큰 고려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게 입장에서는 아르바이트 노동자 한 명 다치는 것보다는 가게 물건이 얼마나 더 박살났는지가 더 큰 관심사항이다. 노동자의 상처가 전치 몇주이냐 보다는 가게를 다시 원상복구 시켜서 장사를 시작하는 데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더욱 큰 걱정이다. 그나마 산재보험이라는 존재가 노동자의 상처에 대한 회사의 관심을 높여주기는 하지만, 4대보험 조차 들지 않는 곳이 가득한 한국의 편의점과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산재보험은 존재조차 알기 힘든 것이다. 알아도 신청한다면 해고될 것부터 걱정해야한다. 신청이 되었더라도 눈치가 보여서 지속적으로 가게에서 일하기란 더욱이 힘들다. 이것이 가능한 맥도날드를 아르바이트 노동의 최고봉이라 부르는 이유가 있다. 이 정도를 하는 것이 한국에서는 너무 힘들고 어렵다.
많은 것을 바라고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목숨과 인권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우리 가게에서도 점장이 버젓이 노동자에게 "미인계로 물건좀 많이 팔아봐요"같은 멘트를 던진다. 그 말을 들은 여성 노동자는 그 말이 성희롱인지 조차 인지하지도 못했고, 거기에 저항할 수는 더더욱 없었다. 태풍이 불어서 문이 박살나서 손님들이 다쳐도 모든 책임을 손님과 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노동자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이 회사다. 가볍다고 여겨지는 성희롱 한마디를 이렇게 쉽게 여길 수 있는 매장에서는 성폭행과 강간이 일어날 수 있고, 가볍게 부서진 문 하나를 노동자의 책임으로 하는 회사는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지면 가게 물건부터 챙긴다. 평소부터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를 챙겨나가지 않으면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극단적 상황에는 더욱 더 할 수 없는 것이 사라지고, 무방비로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평소부터 최소한의 권리를 챙겨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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