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하룻밤 사이에도 겨울은 올 수 있다

이 문장을 처음 만났을 때, 나도 모르게 넋두리처럼 여러 번 되뇌었다. 어떤 문장을 소리 내어 읽는 행위는 인간의 인식 기관을 반복적으로 자극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특별한 순간을 선사한다. 의식적으로 '현상을 관념과 연결한다'는 의미이다. 낡은 기억 저편에 숨어있었지만, 내 인생에서 하룻밤만에 겨울이 왔던 순간들이 다시 떠올랐다.

유독 길었던 밤이 떠오른다. 뜬 눈으로 아침을 맞이해야 했던 번민의 밤이 기억난다. 엄마에게 처음 거짓말을 했던 날 밤, 그녀에게 이별을 통보받았던 밤, 나에게도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책이 생긴 밤, 군대 가기 전날 밤, 그리고 외할머니와 영원한 이별을 했던 밤.

이런 밤들은,

그때 온전히 느꼈던 고민, 분노, 슬픔, 열정, 그리움은,

결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다른 나를 만들었다. 그렇게 어제와는 다른 오늘이 되었다.

하룻밤 사이에 겨울은 그렇게 온다.

시집을 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