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을 채 채우기도 전에 권고사직을 당하다.
팀 전체적으로 대규모 빅뱅이 있던 시기에, 팀장님이 나와 몇몇 동료들을 불러냈다. 어느 미팅룸에서도 아니고 급하게 회사 건물 주차장에서 들었던 것은 우리 모두 짐 싸고 나가야 한다는 것.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곧 3년인데? 였다. 3년 근속 휴가를 받으면 뭘 할까 라는 행복한 고민을 시작하기도 전에 짐 싸고 나가라는 말을 듣다니. 얼마 전까지 주말출근까지 요구하며 엎치락뒤치락 프로젝트를 했는데도 말이다.
인사팀과 면담, CTO와의 면담 등 여러모로 내가 물러날 곳이 없다는 것이 와닿던 차에 반 충동적으로 발리행 티켓을 구매했다. 2021년도부터 했던 요가에 깊이 빠져들고 토요일은 온종일 요가 심화반에서 요가만 했던 차에 이렇게 된 거 온종일 요가만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인도를 가고 싶었지만 여름이 가까워지던 시기였고 나의 요가선생님께서 여름에 인도에 가는 걸 그리 권하지 않으셔서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발리로 택했다. 그 이후로 발리 비자 신청, 발리 YTTC(Yoga teacher training course) 신청까지 모든 게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
원체 고민이 많아 행동이 굼뜬 인간이었는데 상황이 닥치니 나는 해변에 서서 파도를 속절없이 맞는 꼴이 됐다. 숨쉬기 위해서 해변을 벗어나던 더 깊은 바다로 들어가던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걱정과 기대가 동시에 느껴졌다. 앞으로 어쩌지? 나 서울에서 계속 지낼 수 있나? 월세는 낼 수 있나? 앞으로의 커리어는? 시장 상황도 안 좋은데 이직할 수 있나?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때는 다가오고 있었다.
6월 말 발리행 티켓을 구매하고 TTC 7월 코스를 신청한 나는 남은 한 달 반을 면접에 올인했다. 발리에서도 마음이 편하려면 날 기다리는 일자리는 있어야 한다는 결심에서였다. 그동안 이곳저곳 많은 국내여행을 다니긴 했지만, 면접도 지원도 열심히 진행했다. 그리고 내 상황을 이해해주는 회사가 나타나 조금은 편안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생각보다 안정추구형 인간이라 말이 통하지 않는 곳은 여행을 자연스럽게 피했다. 그래서 주로 갔던 곳이 일본이었다. 일본어는 어느 정도 했기 때문에 코로나 이후로 갔던 곳은 일본. 그 외의 다른 나라는 잘 안 갔다. 영어 공부라곤 수능 때가 다였기 때문에 내가 어느 정도 영어가 나오는지 알 수도 없었고 영어로 수업하는 것도 얼마나 이해할지 미지수였다. 그런데 두렵진 않았다. 어떻게든 되겠지. 그저 이 마음 하나로 비행기를 탔다.
나의 요가 선생님께는 당분간은 수업을 쉬어야 할 것 같다며 내 계획을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나의 어머니와 비슷한 연세로 나에게 거칠지만 따뜻한 조언을 자주 해주시는 분이었다. 너무도 가고 싶은 회사의 면접 전에도 너무 집착하지 말고 떨어지면 그저 내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고 흘려보내라고 말씀해 주시곤 하셨다. 이번에도 내 결심을 들은 선생님은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어찌 되었던 네가 선택한 것
나 역시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고 알고 선택했다. 그래서 나는 그 말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발리로 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