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결혼하고 애도 낳는데
서른의 일기
큰 초 3개가
덩그러니 꽂힌
하얀 생크림 케이크
특별한 것 없는
지나가는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
가장 흔한 디자인으로
어제 만들었는지
오늘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그 케이크에
벌써 서른이 된
나이를 곱씹으며
초를 꽂아 본다
외면하고 부정한들
바뀌지 않는
숫자는
누구에게는
한참 많을 나이
혹 누구에게는
한창일 나이
서른이라고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고
그 흔한
마음의 덜컥 거림도 없지만은
쓸데없이 들은
이름도 지긋한
'전'남친의 소식은
그냥 싱숭생숭함만 더한다
꼭 족제비 같은
얼굴이
뭐가 좋았나
그 멀리까지 한달음에
달려가서 보았나
잊고 지냈던
간사한 눈웃음이 담긴
사진에서
확인한 '전'남친의 결혼
세상에나
운 좋게 결혼까지 했구먼
내 신세는!!
한탄하기보다는
벌써
이렇게
지나가버린
세월이
희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