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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향연 10화

할머니 생각

by 노르망디 시골쥐

저 큰 집에
한 여인이 산다

큰 전쟁통도
자식 잃은 슬픔도
무용담처럼
늘어놓지 않고

누군가
노크를 하면
조용히

나 여기 있다

문을 열어준다

불평을
늘어놓는
손자의 잡담도

알 수 없는
옹알이를 뱉는
손자의 아들도

지긋이
바라보며

따뜻한 차 한잔


숨겨둔 군것질거리로

들어주고
대답해 준다

심부름값으로
건네준
꼬깃 접힌
지폐 한 장에서

우리 할머니 생각이 난다

사춘기 투정과
소락대기를 다 받아낸
할머니

어른이 된 척
처음 받은 월급에서

꼬깃 접은 지폐 몇 장을
용돈이랍시고 건넨
손녀를

동네방네
자랑하던

전쟁통도 겪고
온갖 수모도 다 겪었으면서

무용담 한 번을

늘어놓지 않고

어느 날
조용히

떠난

할머니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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