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큰 집에
한 여인이 산다
큰 전쟁통도
자식 잃은 슬픔도
무용담처럼
늘어놓지 않고
누군가
노크를 하면
조용히
나 여기 있다
문을 열어준다
불평을
늘어놓는
손자의 잡담도
알 수 없는
옹알이를 뱉는
손자의 아들도
지긋이
바라보며
따뜻한 차 한잔
숨겨둔 군것질거리로
들어주고
대답해 준다
심부름값으로
건네준
꼬깃 접힌
지폐 한 장에서
우리 할머니 생각이 난다
사춘기 투정과
소락대기를 다 받아낸
할머니
어른이 된 척
처음 받은 월급에서
꼬깃 접은 지폐 몇 장을
용돈이랍시고 건넨
손녀를
동네방네
자랑하던
전쟁통도 겪고
온갖 수모도 다 겪었으면서
무용담 한 번을
늘어놓지 않고
어느 날
조용히
떠난
할머니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