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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밤이 오면
by
노르망디 시골쥐
Jan 26. 2024
어둠이 짙게 깔리고
모든 소리도 희미해지는
밤이 되면
깜깜한 방에
모두 잠든 방에
홀로 눈뜨는 게
두려운 소녀가 있다
달빛마저
처량해 보이는
밤에는
되도록
눈을 뜨지 않으려
눈을 꼭 감고
이불까지 뒤집어쓰고
식구들보다
일부러
먼저 잠을 청한다
그러다
문득 눈이 떠진
오밤중
늦게까지 일하다오신
어머니의 뒤척임 없는
깊은 숨소리를 듣는다
늦게까지 라디오를 듣다
잠든 할머니의
지지직거리는 라디오 소리를 듣는다
오늘은
늦게까지
술이 거나하게 취해
비틀거리며
오밤중 요란스레
귀가하는
옆집 아저씨소리도 조용하다
누구를 찾는 듯
시끄럽게 울어대던
맹꽁이 울음소리도
어둠이 집어삼킨 듯
들리지 않는다
밤은
어둡고 조용하다
나도 집어삼킬 듯이
이불을 뒤집어써본다
발끝까지
잠든 언니의 손을
슬며시 잡아본다
혹시라도 깰까 봐
이 밤이 지나면
금세 아침이겠지만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
밤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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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무명화가
프랑스 노르망디 작은 시골에서 그림을 그리며 살아갑니다. 가끔 사부작대며 무언갈 만들기도 합니다. 유명하지 않은 일개무명화가지만 느리게 흘러가며 전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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