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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upang Design Jul 27. 2021

성장하는 조직,
성장하는 리더십

조직 규모에 따른 리더십, 리더가 리더를 낳는 과정

쿠팡 UX팀을 이끈지도 이제 2년 반이 지났다. 회사가 빠르게 성장한 만큼 어느새 조직 규모도 다섯 배 가까이 늘었다. 이 기간 동안 여러 도전 과제가 주어졌고, 끊임없는 고민이 뒤따랐다. 리더로서 팀이 성장함에 따라 단계별로 어떤 고민과 전환점이 있었는지, 또 리더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1단계.

팀의 영향력을 키우는 과정


쿠팡에 합류하게 된 당시 팀원은 스무 명 남짓. 프로덕트 디자이너와 UX 리서처로 구성된 이 팀에서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은 팀을 이해하는 과정이었다. 팀이 처한 상황과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속속들이 파악하고자 곧바로 개인 면담을 진행했다. 


UX팀은 스타트업 환경에서 회사와 함께 빠르게 성장하며 매번 긴박하게 일을 처리하던 상황이었다. 프로세스를 갖출 틈조차 없이 건건이 요청 업무를 처리해야 했기에 주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팀원 모두가 UX팀이 주도적으로 일을 진행하려면 제대로 된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나 역시 팀에 체계가 더해진다면 보다 전문적으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으로 거듭날 거라 믿었다. 또 향후 팀의 규모가 확장되는 환경까지 고려한다면, 지금이 조직의 체계를 탄탄하게 잡을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했다. 이와 더불어 UX팀이 고객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팀원들에게는 자신감을, 외부적으로는 팀에 대한 신뢰를 심어줘야 했다. 


계획을 실행하기에 앞서 팀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이었다. 팀을 이끄는 리더로서 제시한 비전은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UX 전문가 집단’으로 조직을 포지셔닝 하는 것이었다. 이 비전을 토대로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했다. 현상에 대한 근본 원인을 찾아 문제를 정의하고 진짜 문제가 맞는지 검증한 뒤, 문제에 맞는 가설과 솔루션을 만들어나가는 모든 과정을 단계별로 나눠 UX팀의 프로세스를 정의했다. 그리고 프로세스를 모든 프로젝트에 적용하는 동시에, 이해관계자와 커뮤니케이션할 때 UX 관점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방법을 거듭 훈련했다. UX 시스템이 도입되고 프로젝트의 성공 사례가 하나 둘 쌓이자, 팀원들에게서 주체적으로 문제를 발의하고 솔루션을 제안하는 UX 전문가로서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팀 밖에서는 PO, 개발 등 각 협업 조직의 리더들과 방향성을 맞추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정규 프로젝트 외에도 위클리 미팅, 스프린트, 워크샵 등을 통해 함께 고민하고 기획해보며 세 팀이 같이 움직이는 기능 조직이라는 문화를 조성했다. 이후 구체화된 팀 프로세스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상위 조직과 리더들에게 팀의 변화와 성과를 알렸다. 팀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사내 핵심 조직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였다. 마지막 분기에는 조직 밖에서 우리가 그간 쌓아온 성공 사례들과 팀의 비전, 방향성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컨퍼런스나 디자인 토크 같은 오프라인 행사에 적극 참여하며 업계 안에서 입지를 넓혀나갔다. 


첫 1년은 팀 내부 문제를 일대일로 파악하고 대응하는 단계에서부터 이해관계자와 상위 리더, 나아가 회사 외부로 팀의 영향력을 넓히기까지의 모든 상황을 전면에 나서 리드했다. 비전이 불명확하고 영향력이 약한 팀을 재빠르게 정비해 안정적인 궤도에 도달시키려면, 리더가 직접 나서 체계를 잡으며 주도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 판단한 까닭이다. 



2단계. 

여러 명의 리더를 만드는 과정


팀 프로세스가 안정화되면서 프로젝트의 범위는 넓어지고 UX에 대한 관점은 더욱 깊어졌다. 고도화된 체계 안에서 UX 디자이너와 리서처뿐만 아니라, 콘텐츠 전략가, BX 디자이너, 플랫폼 디자이너 등 더 많은 UX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어느덧 조직의 규모가 2배 이상 늘어 혼자 감당해야 할 팀원이 불어나게 되자, 모든 프로젝트와 인력을 관리하는 데 힘에 부쳤다. 팀원들이 내 결정을 기다리느라 오랜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상황을 계속 맞닥뜨리게 되면서, 나로 하여금 병목 현상이 생기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탓에 발생한 문제였다. 또 다른 리더, 중간 관리자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팀원들은 중간 관리자로 인해 팀 구조가 세분화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내비쳤다.

‘어차피 총책임자에게 최종 리뷰를 받게 될 텐데, 중간 절차가 생기면 더 지체되지 않을까?’ 

‘대기업처럼 변하는 게 아닐까? 팀이 세분화되면 내 역할 범위도 줄어드는 걸까?’ 


조직이 커졌을 때 흔히 발생하는 문제를 우려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과연 그게 진짜 문제일까? 그들이 불안해하는 마음은 사실 ‘문제 상황’이 아닌 ‘증상’에 가까웠다. 팀원들을 설득하기 전에 중간 절차가 생기는 게 왜 싫은지, 대기업화되는 게 왜 걱정인지, 거부감의 진짜 이유를 파고들었다.



중간 관리자에 대한 거부감은 총책임자에게 곧바로 리뷰하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작은 규모에서는 옳은 판단일 수 있으나, 이 정도의 팀 규모에선 생각의 전환이 필요했다. 팀원들이 총책임자에게 매번 리뷰를 받는다면, 팀의 규모가 커질수록 리뷰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도 늘어나게 된다. 그 말인즉슨 총책임자에게 리뷰 받는 방식이 더 이상 빠른 방법이 아니라는 뜻이다. 중간 관리자와 1차 논의를 마치고 문제될 수 있는 시안만 내게 공유한다면, 대부분의 업무를 기다리지 않고 처리할 수 있어 이전보다 훨씬 효율적일 터였다. 


‘대기업화되는 게 싫다’는 말도 들여다보면 대기업의 문화가 싫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팀원들은 대기업이 되는 것을 두려워한 게 아니라 ‘대기업' 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수직적인 분위기를 걱정하는 듯했다. 팀이 세분화된다면 수직적인 환경에서 본인의 역할 범위가 줄어들뿐더러 이전처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분업 없이 권한이 주어질 때 디자이너는 각 프로젝트마다 프로덕트 디자인, 리서치, UX 라이팅, 비주얼 디자인 등 모든 일을 일당백으로 감당해야 한다. 프로젝트의 1부터 10까지 모든 것을 실무자 혼자서 담당해야 하는 체계가 스타트업에서는 린(Lean) 하게 일하는 방식처럼 여겨질 수 있으나, 규모가 있는 조직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비스 전체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되려면 각 프로젝트를 맡은 개인이 전문적이지 않은 영역에서까지 모두 높은 퍼포먼스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팀원들은 전문 분야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 어렵다. 조직이 세분화되어야만 각자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한 스페셜리스트로서 더 깊이 몰두하며 퀄리티 있는 결과물을 산출해낼 수 있고, 그들이 기능적으로 움직일 때 조직 또한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다.


고객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과 마찬가지로, 팀원들이 겪는 증상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나니 해결의 실마리가 보였다. 중간 관리자가 필요한 이유부터 앞선 근거를 들어 설득한 뒤, 조직이 대기업화되는 게 싫다는 말에 대해 되물었다. 


“우리는 모두 회사가 성장하는 걸 원하지 않나요?” 


성장을 위해 달리고 있는 회사에서 ‘우리 조직은 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는 말은 모순적이다. 대기업 하면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도 기존 대기업에 대한 통념일 뿐이다. 나는 과거 더 큰 기업에서도 자유롭고 수평적인 문화를 유지하면서, 팀원들이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많은 고민과 시도를 한 경험이 있다. 이런 경험을 되돌아봤을 때 우리 팀 역시 규모에 걸맞은 체계를 도입하면서, 지금과 같은 문화를 유지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수평적인 문화에 세분화된 조직 체계가 더해진다면, 여러 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개인의 전문 역량 또한 더 집중적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이러한 변화가 팀원들을 스페셜리스트로 성장시키고 전문가 집단으로 조명하는 발판이 되리란 의지를 밝힘으로써, 마침내 팀을 설득할 수 있었다. 



3단계.

리더가 또 다른 리더를 만드는 과정


커지는 몸집만큼 조직이 세분화되면서 중간 관리자들에게도 더 큰 역할과 권한이 주어졌다. 내가 겪은 병목 현상이 중간 관리자들에게 동일하게 일어날 수 있으므로 그들의 권한도 결국 팀원들에게 위임되어야 했다.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물리적 총량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조직이 커나가면서 권한을 나누는 일은 필수적인 과정이다. 분권화를 통해 조직의 의사 결정 속도를 끌어올리고, 개인에게 더 많은 능력 발현의 기회를 제공해 지속적으로 업무에 대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리더는 또 다른 리더를 만드는 자리다. 하지만 팀원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리더처럼 판단하게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급한 프로젝트가 주어졌을 때, 리더는 팀원의 시행착오를 지켜보지 못하고 직접 상황을 빠르게 처리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이때 직접 일을 처리하거나 적극적으로 나서 도와준다면, 팀원은 스스로 판가름하면서 결정을 내릴 기회를 잃게 된다. 업무는 신속하게 처리했을지언정, 팀원이 리더로 성장하는 속도는 그만큼 더뎌진다. 엄마가 아이들에게 방 청소를 가르치는 상황을 비유해보자. 엄마는 아이들의 서툰 청소 결과도 마음에 들지 않거니와 지저분한 방 상태를 지켜보는 것도 힘들다. 그렇다고 급한 마음에 매번 방을 치워주다 보면 아이는 청소하는 법을 제대로 익힐 수 없다. 하물며 아이가 두어 명도 아니고 열 명이라면? 엄마의 체력은 곧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 마음에 차지 않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볼 때, 아이는 스스로 경험하며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팀원을 성장시키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원이 직접 답을 찾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안내하고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리더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팀원 모두가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며,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성장시키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중간 관리자의 또 다른 비전이다.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UX 전문가 집단’이라는 UX팀 비전 아래, 세부 팀 단위의 새로운 비전을 세우고, 이를 위해 해야 할 일을 팀원들이 스스로 계획하도록 돕는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 팀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가슴 뛰는 자극을 주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리더의 역할이다. 


“3개월 뒤 퇴사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 팀에서 무얼 이루고 나간다면 가장 뿌듯할 것 같아요?” 


팀의 비전을 고민하던 중간 관리자에게 나는 위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중간 관리자가 처음 보여준 비전은 회사에서 요구하는 팀의 역할, 팀이 이뤄야 할 성과 중심의 목표에 가까웠다. 그 정도로는 팀에 영감을 불어넣거나 태도를 변화시키기 어려워 보였다. 그저 회사가 원하는 바를 전달하는 역할에 불과했다. 그에게 자신이 진짜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떠올려보라고 제안했을 때, 나는 전혀 다른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팀원 모두가 그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해 업계에서 최고의 팀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이게 바로 팀에 공유할 비전, 팀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리더의 영향력이었다. 이 비전을 바탕으로 그는 팀원들과 함께 '어떻게 이 비전을 달성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팀이 나아갈 방향과 구체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었다. 


최근 들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중간 관리자의 비전을 발굴하고, 중간 관리자가 자신의 팀원을 또 다른 리더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쏟고 있다. 결국 100여 명의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팀의 비전을 확고하게 지탱해나가면서, 중간 관리자들이 스스로의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

합류하고 싶은 팀


조직을 이 정도 규모로 성장시키고 이끄는 경험은 처음이기에, 나 역시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겪었다. 팀 리더들과 함께 리더십 관련 도서를 참고하거나 워크샵을 통해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다른 회사의 리더들을 만나 교류하며 리더십에 대한 관점을 계속해서 다듬어가고 있다. 리더십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가시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가면서 나만의 해답을 찾아나가려 한다.



현재 쿠팡 UX팀은 여러 명의 리더들과 내가 세운 비전을 바탕으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고맙게도 이제껏 이 문화를 지지하고 신뢰해 주는 팀원들 덕에, 새로 합류한 팀원들도 팀 문화에 어렵지 않게 적응하며 같은 관점과 방향을 바라볼 수 있었다. 지금의 문화와 업무 방식이 팀을 성장시키는 것을 넘어, 궁극적으로는 팀원들의 커리어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쿠팡 UX팀이 팀원들에게는 자부심으로, 외부 디자이너들에겐 합류하고 싶은 조직으로 여겨지도록, 훌륭한 팀원들을 서포트하는 리더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 ‘빌 캠벨’이 리더의 역할에 대해 던진 질문으로 이야기를 끝맺는다. 

“당신과 함께 일한 사람들이나 당신이 도와준 사람 중 훌륭한 리더로 성장한 사람은 몇 명인가?”



Interviewee Jonny

Graphic Design by Jason

Edited by 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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