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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 다이어리 Aug 16. 2021

커버레터에 쓸 게 더이상 생각나지 않는다면

분수대 앞에서

너무 더워서 아이들을 데리고 어느 쇼핑몰에 위치해있는 아기 분수대로 데리고 갔다. 이미 여러 아이들이 점유해서 음악에 맞춰 시원한 물에 발을 참방거리고 있었다.


첫째는 엄마를 계속 흘깃흘깃하면서 물에 들어갈까말까 고민을 하는 모습이었다. 들어가면 물이 옷에 튈 것이고 여분의 옷은 없으니 물에 젖으면 곤란할것이라는 것을 미리 생각해놓는 기특한 모습이었다.


이에 비해 둘째는 첫째만큼 여러가지를 생각할 여유가 없는지라 발을 여러번 물에 담그다 결국 분수대 깊은곳까지 들어가 옷에 커다란 물그림을 그리고 왔다.


사실 거기까지 데려간 데는 나와 애들 아빠의 의도가 있었다. 주위에 딱히 놀 건 없고 아이들이 놀고 있는 곳에 함께 어울려놀면 그 쇼핑몰까지 차를 몰고 간 보람도 있을 것이고 이왕 노는거 물에 다 젖으면 옆 가게에서 티셔츠랑 반바지를 사 줄 생각까지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둘째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정도는 아니라 쇼핑몰의 에어컨으로 금새 옷이 말라 새 옷까지 사주지 않긴 했지만.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이미 나에게 주어진 때와 상황 안에서. 옷이 젖을까 두려워 머뭇머뭇대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았다.


내가 이미 무언가에 이끌려 분수대까지 왔다는 것은. 그 뒷일 역시 충분히 예비되어 있다는 걸 의미한다. 단, 여기에는 분수대에서 노는게 허락되었는지 아닌지가 중요할 것이다. 허락되지 않은 분수대에 혼자 들어가 옷에 잔뜩 물을 묻히고 온다면야 혼나는 것밖에 없겠지만.


만약 허락되었다면. 분수대 안에서 충분히 즐기며 그 시간에 친구들과 재미있게 노는 것이- 옷이 젖은 후에는 예쁜 새옷도 덤으로 주어지는-현명하고 지혜로운 행동일 것이다.

혹시 현재 나에게 허락된 환경 속에서 물에 젖을까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모습이 있진 않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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