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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우 Sep 12. 2022

요즘 나는

나름 바쁜 날들이었습니다.

일이 급격하게 바빠지면서 내 삶의 대부분이 회사에 할애되고 있다. 방치된 내 브런치의 가장 최근 글은 딱 지난달 이맘때쯤 업로드한 것. 혹시나 날 기다리고 있는 독자들이 있나 싶어 가끔 조회수만 확인했다. 


요즘 나는 어떤 일이든 기록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일들을 동시에 해내고 있다. 극강의 J로서 강력한 피로감과 압박을 동반하는 중이라 나만을 위한 무언가를 정리하고 정제할 시간이 전혀 나지 않는다. 그럴수록 세세한 항목을 가진 뜻깊은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이 있지만 글감 또한 도통 모이질 않는다. 어떤 일이든 흡수하는 즉시 배출해야 할 정도로 에너지 낭비가 큰 시즌이라 그렇다. 그래서 요즘 일상을 복기해보고자 쓴다.




1. F/W 준비


나는 옷 쇼핑을 좋아한다. 설령 내게 어울리지 않더라도 시도해보지 못한 의류 피스들을 입어 보는 것에 성취를 느낀다. 가을/겨울은 나 같은 멋쟁이들에겐 최고의 계절이다. 딱히 꾸밀만한 아이템이 많지 않은 여름옷을 드디어 탈피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기대된다. 1차 F/W 준비(?)로 신발 한 켤레, 가디건 한 벌, 셔츠 두 벌, 자켓 한 벌, 팬츠 두 벌을 구매했다. 


우선 신발, 지난해 오렌지 컬러의 조던 스타피쉬를 선물 받고 나서야 이 시장에 눈을 떴다. 랩을 하고 돌아다니던 대학 시절에는 조던을 신고 있는 선후배들을 보란 듯이 비웃으며 반스를 고집했는데... 괜히 조던, 조던 하는 게 아니었다. 살까 말까 고민했던 엠부쉬 콜라보 덩크를 그냥 질러버렸다. 블랙 색상을 사고 싶었지만 범고래 대란에 합류한 거처럼 보일까 봐 블루 색상으로 크림에서 40 얼마를 주고 샀다. 물론 빠른 배송이다.


270 정사이즈 갔다. 반 업해도 됐을 듯...


다음으로 가디건, 유쓰배쓰의 지난 시즌 블루 컬러 가디건을 구매했다. 나는 여기저기 스크랩해둔 의류 보관함 같은 폴더가 있는데 오랜만에 둘러보다 이 제품에 팍 꽂혀서 구매했다. 블루 톤에 재질도 괜찮은 데 앞판의 플라워, 체커 보드 패턴이 마음에 들어서 샀다. 무신사 동행 세일로 8만 원인가 9만 원인가에 샀다. 최근 약속에 입고 나갔더니 "오빠는 화려한 거 좋아하네"란 소리를 들었다. 


같은 제품인데 당연히 나는 이 느낌은 안 난다..


셔츠 두 벌은 각각 올리브, 스카이 블루 색상으로 구매했다. 이상하게 나는 셔츠가 엄청나게 많은데도 계속 구매하게 된다. 자켓은 짙은 블루 색상의 마운틴 윈드브레이커를 구매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시즌은 유독 푸른 계열에 꽂혔나 보다. 바람막이는 이미 두 벌이나 있는데도 샀다. 팬츠는 회색 스트링 나일론 팬츠와 패턴이 있는 흑청색 진으로 구매했다. 바지에 무늬가 조금만 들어가도 신기해하는 선배의 눈은 내 관심 밖이다.


2. 방송 준비


어느덧 3년 차를 바라보는 방송쟁이가 되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 PD 특성상 정말 다양한 상품을 알게 되는데 내가 모르는 장르를 접하는 건 어려우면서도 즐거운 일이다. 나는 회사에서 2개의 고정 PGM을 맡아서 하고 있는데 일반 PGM에 비해 더 애정을 가지며 일한다. (그렇다고 일반 방송들에 소홀히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한 개는 뷰티, 한 개는 생활/잡화 방송이다. 둘 다 일을 하기 전에는 1도 관심이 없던 분야다.


그중 다음 주 월요일 방송인 제나벨은 요즘 젊은 여성 분들에게 꽤 입소문을 타고 있는 뷰티 상품이라고 한다. (사실 나는 잘 몰랐음;;;) 뷰티 상품 특성상 일단 사용해봐야 디테일을 풀어내기 용이한데 나는 샘플을 받아보고도 잘 쓰질 않는다. 원체 얼굴에 뭘 찍어 바르고 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하지만 차주 방송의 글루타티온 마스크 팩은 한 번 해봤다. 뭔가 피부가 밝아진 느낌이다.


제나벨 많관부


다음 주 금요일 방송인 센티멘털 디퓨저는 향을 디바이스 밖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관계로 지금까지도 참 고민이 많은데 상품 자체는 너무나 마음에 든다. 가격도 정말 예쁘게 설정되어 있고 바다, 풀, 꽃 향으로 나뉘어 한 개를 구매하고도 세 명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을 가진 아이템이다. 나는 그중에 풀 향을 하나 받아서 집에 둬봤는데 진짜 제초 후의 냄새가 난다. 덕분에 우리 집은 풀밭이 되었다.


방송 상품 이미지는 아닙니다... 신상이라 아직 구글에 이미지 검색이 안되네요... 참고만 해주세요...


3. 절대진리 - 1차 소맥, 2차 와인, 3차 보드카


여전히 술을 잔뜩 마시고 있다. 몸무게도 너무 많이 불었고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껴 드디어 몇 년 만에 헬스도 등록했지만 술은 도저히 끊기가 힘들다. 그래도 거의 매일 하던 혼술은 이제 1주일에 한 번 정도만 한다. 이것만 해도 장족의 발전이다. 하지만 술자리는 피할 수 없다.


바뀐 점이라면 원래는 자리를 바꾸지 않고 1차에서 끝까지 마시는 게 취향이었지만 이제는 차별로 주종을 바꿔야만 오랜 시간 술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하게 나는 요즘 2차에는 꼭 화이트 와인을 마셔야만 다음 날 상태가 괜찮았다. 덕분에 나를 따라 술을 마시던 사람들은 숙취 폭탄을 맞이했다. 왜 그럴까...


마무리로 집에 와서 보드카 한 잔을 딱 마시면 이대로 죽어도 상관없겠다는 기분으로 잠에 든다.


4. 포켓몬고


29년 포덕 인생 올해 다시 시작한 포켓몬고에 불이 붙었다. 커뮤니티 데이 같은 특별한 이벤트 날에는 무조건 시간을 꽉 채워 포켓몬을 잡으러 다닌다. 정말 다행히도 커뮤니티 데이는 보통 방송이 없는 토요일에 진행된다. 27레벨에서 접었는데 다시 시작한 지 4개월 만에 37레벨이 되었다. 이건 내 스케줄을 감안해보면 정말 말이 안 되는 수치다. 그만큼 틈틈이 포켓몬을 잡고 있다. 오늘도 테오키스를 8마리나 레이드했다.


포켓몬고에는 같은 포켓몬이어도 기술 배치와 개체값에 따라 순위가 나뉘는데 좋은 개체를 포획하기 위해 이미 잡은 포켓몬이어도 끊임없이 볼을 던져야 한다. '100 개체'라고 부르는 졸업 포켓몬이 나오기 전까지는 끝나지 않는 것이다. 모든 수치가 최고치인 100이 그럼 최고냐? 아닌 경우가 있다. 바로 아래 이야기할 '고배리'라는 배틀 시스템에서는 다른 계산 방식으로 100이 아닌 개체를 '일부러' 잡아야만 하기도 한다. 어렵지?


https://www.youtube.com/watch?v=mTcWCRQj48E

팀 나들 포켓몬고 고배리 설명 영상, 포켓몬고 어렵다 정말


수집만 하던 과거와 다르게 현재 추가된 콘텐츠 중 '고배리'란 포켓몬 대전 시스템은 요즘 내 주된 관심사이기도 하다. 은근 본가 게임에 비해 고민의 여지가 없어 보이지만 나름 고배리도 머리싸움이다. 내가 가장 선호하는 포켓몬 조합은 마릴리, 니드퀸, 씨카이저 조합. 나는 파랭이 클럽이라고 부른다. 주로 슈퍼리그만 진행하는데 이 조합이면 카운터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씨카이저가 너프 돼서 좀 아쉽긴 하다.


마릴리, 니드퀸, 씨카이저


위의 세 문단처럼 나는 포켓몬고에 대해 수십 가지 이야기를 줄줄 읊곤 하는데 가끔 남들이 물어본다. "왜 그렇게 포켓몬을 좋아하세요?" 좋아하는 것에 이유를 가지면 그건 존경하는 거다. 나는 포켓몬이 그냥 좋다.


5. 소음


2년째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원래도 귀가 예민한 편이라 청각에 의해 쉽게 기분이 변하곤 하는데 6평짜리 원룸살이는 정말 쉽지 않다. 층간/벽간 소음 특성상 윗집인지 옆집인지 소리의 주체를 알 수 없어 자다 깨게 되면 극도의 분노를 느끼면 벽과 천장을 둘 다 쾅쾅 두드리고 만다. 그러면 좀 잦아든다. 십새끼들.


6. 향수


나는 향수를 좋아한다. 어렸을 때 엄마는 향수를 뿌리면 머리가 아프다며 아들들에게 향수를 절대 못 쓰게 했는데 사실 나는 그 시절부터 향수를 너무나 좋아해서 엄마 몰래 뿌리곤 했다. 나는 '옴므'가 붙는 남성적인 향이나 우디, 스모키 향보다는 차라리 플로럴, 스파이시한 향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여성들이 주로 쓰는 향수를 쓰기도 하며 때때로는 두 제품을 섞어 쓰기도 한다.


향수만큼 쉽게 건네지만 어려운 선물이 없다. 이 향이 좋다고 해서 샀는데 그 사람이 싫어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향수 선물은 하지 않는 편이다. 반면 받은 건 정말 많은데 나는 싫어하는 향도 쓰다 보면 좋아하는 특이 취향이라 감사한 마음으로 선물한 사람을 생각하며 잘 쓴다.



그렇게 선물 받은 모든 향수를 얼마 전에 다 소진했다. 드디어 나만의 향수를 살 때가 온 것이다. 사실 정말 바꾸고 싶었던 향수가 하나 있는데 최근 그 향을 회사 동료에게서 맡고는 화들짝 놀라서 확인했던 경험이 있다. 지근거리에 같은 향이 나는 건 최대한 피해야 한다. 그렇게 구매하려던 톰포드가 아닌 로에베를 샀다.


여름용으로 구매했는데 내가 가보지 못한 해외의 바닷가 향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그런 쿨하고 눅눅하고 뭐 그런 향이 난다. 내 주변에서는 한 번도 좋다고 한 사람이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슬슬 가을/겨울용도 하나 찾아봐야겠다.


7. 경청하는 법


나는 워낙 말을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한편으론 한창 떠들다 찾아오는 정적과 현자타임, 에너지 소모에 힘들어하는 인간이다. 직업 때문에 하루에도 정말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수천 마디를 말해야 하기에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때는 과하게 과묵해질 때가 있다.


덕분에 의도치 않게 요즘 경청하는 '척'이 되는데 이게 은근히 맞은 편의 상대에게 위안을 주나 보다. "오늘 왜 이렇게 말이 없어?" 하면서도 가만히 이야기를 듣다 미소만 짓거나 한 두 마디 툭툭 건네는 게 오히려 수십 줄의 문장을 쏟아내던 때보다 더 큰 호응을 끌어낸다. 이게 경청의 힘인가? 우수에 찬 척하지 말라는 힐난까지는 감수해야 한다. 아, 힘들어서 그런거라구.


8. 요즘 플레이리스트 중 3곡


GongGongGong009 - 산책 (산책하면서 듣기 정말 좋다. 공공구의 작사법이 너무나 내 취향)

Zior Park - BLACK FIN (셧더퍽업 칼 세이건~ 할때 개좋음)

NewJeans 앨범 전곡 (말이 필요없음)





새벽 산책을 하다 번뜩이는 영감 하나가 떠올라 후다닥 집으로 돌아와 켠 브런치 창 안에서 모든 기억을 말끔히 소각해버린 뒤 뭐라도 하나 써야겠다 싶어서 휘갈겨 쓴 <참 쓸모없는 하루입니다>입니다. 제목과 달리 단 한 번도 쓸모없는 글은 쓰지 않았다 자부합니다만 이번에는 안 그러려고 했는데. 또 쓰고 보니 저한테 의미가 있는 복기였네요. 여러분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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