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불만도 곧잘 토로하다 보면 세상도 선하게 구원받지 않을까 믿었는데 어쩌면 반대일 수도 있겠다 사이드미러에 비친 주차금지구역 팻말에 아차 싶었다
Y랑 칠 년 만에 봤는데 칠 년 동안 안 본 이유가 있다
어쩌면 그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지도 몰라 어슴푸레 엿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문턱까지 어찌저찌 가보긴 한 것 같지만 어쨌든 그녀는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여름 강변에 날벌레 나는 건 당연하잖아 요즘 벌레 없는 곳이 대체 어딨어
제 몸의 손톱보다 작은 몇 마리 날갯짓 때문에 맹렬히 호들갑 떠는 게
너무 싫다 얼마나 싫냐면 너무 싫어서 Y가 그냥 콱 죽었으면 더 좋았겠다 싶었다 절망의 기운을 거대한 풍선처럼 모아 던질 수 있다면 없는 기력마저도 지구에 빌려 끌어당기고 싶을 정도로
커피도 못 마셔 배도 안 고파 관심사라곤 그때나 지금이나 일치하는 게 없는데
주말에 딱히 만날 사람도 없고 갑자기 온 연락이 신기해서 얼굴은 예쁘니까 혹시 또 모르지
혹했지 모바일 게임은 안 하고 거기 길드 사람들과 무슨 관계였는지 왜 그 캐릭터를 좋아하게 됐는지 왜 걔가 우물에 빠져 울고 있는 일러스트인지 전혀 궁금하지 않아
아무무 아니, 아무튼 오늘 나랑 술 마시고 밖에서 잘 거냐고
서른하나 서른둘 입 닫고 지갑 열어야 할 사이에
미래 아닌 과거에서 여전히 허우적대는 Y 머리 묶음 뒤로 내 생각
그림자에 깃든 오랜 한숨 하나 작은 불만이 바꾼 사회의 제약 난 그때의 내가 아니라고 목적지가 어딘지 모르는 문턱 앞에서 말문이 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