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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by 찬우

7월 7일 4시 44분, 괴이한 조합이네

복잡한 이유를 대는 건 어렵고 후루룩 애정하는 건 쉽지

더운물 붓고 젓가락 올려 설익음을

기다리면 되는 일


해야지 뭐 어쩌겠어

어제 다짐했던 독백 금지 천사 금지 보기 좋게 어겨 버리고

갖은 연락에 둘러싸인 날

오늘 내로 받아야 할 회신 독촉하는 전화를 걸었다

무른 포기는 거듭된 고민과 담대한 용기의 결과물임을

늦은 후회가 나를 기다릴 테고 분명 이번에도 그럴 것이나 난 늘 진심이었어 또 또 혼잣말 내 정체는 웅크린 바람 같은 게 아닐까 저 멀리 불을 퍼트리는 산타아나


원망을 차곡차곡 쌓길

기억 없는 힐난도 차근차근 밟고,

“그럼에도 사랑은 식지 않아” 따위의 나른한 소회를 담담히 뱉을 수 있는

신화와 괴담을 혼동하며 입천장을 덴 인간

남들이 모르는 고고한 직업을 가졌다


결과가 좋으면 과정은 다 영웅담이 된다 나는 지금 어떤 신의 가호를 받는가

아마도 저주의 신

입이 꼬이는 소소한 불행으로 자가진단 키트에 붉은 줄을 긋는 신

죽지 않고 잘 사는 일에 진심인 자를 멸시하는 신

물 한 잔 안 마시고도 배출되는 액체의 출처를 만드는 신

죽일 수 없는 신


1분에 4도씩 돌아가는 시계가 있어요

머리가 다 벗겨진 할아버지가 말 거는 게 괜히 싫어서 인상 잔뜩 찌푸려주곤 귀를 닫았는데

괘씸하게 굴지 말고 좀 더 들어볼 걸 그랬나

노쇠한 자는 얼만큼 다르게 흐르길래

뒷이야기의 결말이 뭐였을까


아끼던 거 다 쥐여준 이에게 남은 시간은

잴 수 없는 각도

미세하게 46도를 가리키는데 바라는 정답은 45도인 걸 아는 것처럼

삐뚤빼뚤


하트 모양 음각을 새긴다

이것마저 측정하는 사랑이지

올곧게 부서지는 소신이지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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