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거친 살결과 불안한 눈빛과
긴 가을을 지나 초겨울에 돌입하면서 몸 여기저기가 간지럽기 시작했다. '벅벅벅'. 처음에는 오래된 기름에 튀긴 치킨을 잘못 먹었나 했는데, 며칠 내내 간지러움은 계속됐고, 며칠 동안 벅벅 긁은 자리에는 피딱지가 생겨버렸다.
엄마에게 알레르기가 생긴 것 같다면서 피부과에 가보겠다고 했는데, 엄마는 단호하고 명쾌한 목소리로 바디 로션을 바르라 했다. 피부가 건조해서 간지러운 것이라고. 피부가 건조하면 이렇게 간지러울 수 있나. 못 이기는 척 바디로션을 바르려고 찾아보니
열어 놓은 바디 로션도 꽤 많았다.
이참에 뜯어놓은 바디로션을 다 쓰고 부드러운 살결을 얻기로 했다. 열심히 바디로션을 바르다 보면 지금의 거친 살결을 바라보는 내 불안한 눈빛까지 모두 부드러워지겠지. 남은 2020년 동안은 바디로션을 열심히 바르고 2021년에는 더 부드러운 살결을 얻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