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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집에 가자

드디어 신생아 중환자실을 졸업하다

by 코지그린

아기가 니큐 1에서 니큐 2로 이동했다.

그것은 위중한 상태에서 벗어났다 것을 의미했다.

아기는 느리지만 천천히 우리 곁으로 오고 있었다.


퇴원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아기 주수 35주 이상일 것. 몸무게 1.85kg 이상일 것.

자가 호흡이 가능할 것. 경구로 수유가 가능할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모가 수유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것.


니큐 2에서는 퇴원을 위한 준비 연습을 했다. 아기의 준비도 필요하지만 부모의 준비도 필요했다. 그래서 아기가 연습할 때 부모도 함께 연습한다. 아기는 위로 연결된 관을 빼고 입으로 젖 먹는 연습을 했고 인큐베이터에서 나와 바구니에 담겨 바깥의 공기와 습도와 온도에 익숙해져야 했다. 엄마인 나 역시 면회시간이 짧을 정도로 할 일이 많았다.


제일 먼저 기저귀 가는 연습을 했다. 간호사 선생님들은 거침없이 아이를 다루었지만 나는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다. 처음에는 만지면 부서질 것 같아 어렵기만 했는데 매일 하다 보니 조금씩 익숙해져 갔다. 이어 퇴원을 위한 이른둥이 부모 수업도 들었다. 퇴원 후 유의사항과 목욕 방법, 수유 방법, 적정 온 습도 등을 배웠고 유의해야 하는 응급 상황에 대해서도 교육을 들었다. 특히 이른둥이는 자궁에서 배워야 하는 것을 다 배우지 못하고 일찍 밖으로 나왔기에 퇴원 후 재활 운동이 필요했다. 자궁에서 웅크리고 있는 태아 자세는 코어 힘을 길러주고 출산 후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러나 이른둥이는 코어 힘을 기르지 못하고 태어났기에 뻗침이라는 증상을 보인다. 이는 나중에 발달 지연이나 다리 관절 변형과 같은 문제를 야기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아기의 자세를 자궁에 있던 것과 비슷하게 잡아주어야 하는데 이를 '말아주기'라고 한다. 얼굴과 팔, 다리를 배 쪽으로 모아 '자궁자세'를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자궁에서 아이가 자기 얼굴과 다리를 만지며 감각을 키웠던 것처럼 엄마가 아이 손을 움직여 자기의 얼굴과 손, 팔 등을 인식할 수 있게 매일 재활 운동을 해 줄 수 있도록 배워야 했다.


니큐 2에서 하는 이런저런 교육 중에 내가 특히 손꼽아 기다렸던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캥거루 케어였다. 캥거루 케어는 엄마의 맨가슴에 맨몸인 아이를 안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심한 이른둥이에게 정서적으로 큰 안정을 준다고 한다. 엄마에게도 아이에 대한 유대감과 사랑을 키울 수 있기에 이른둥이에게 더없이 좋은 치료라고 했다. 나는 무엇보다 처음으로 아이를 가슴에 안아본다는 생각에 너무나도 설레었다. 신나는 마음에 캥거루 케어를 하기 일주일 전부터 남편에게 수도 없이 이야기를 했다. 내가 가진 옷 중에 제일 부드러운 면소재 옷을 골라 깨끗하게 세탁했고 아침 일찍 샤워를 하고 로션은 절대 바르지 않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내가 얼마나 아이를 안아보고 싶었던가.

너를 내 가슴에 안으면 어떤 느낌일까?

건강하게 품어주지 못해 작디작은 너를 드디어 온전히 안아보는구나.


간호사 선생님은 이런저런 선들로 연결된 아기를 인큐베이터에서 조심히 꺼내 내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에 아이를 안겨주셨다. 아기와 나 우리의 첫 포옹. 아기가 내 가슴에 안기는 순간, 내 마음속으로 내 심장 속으로 아이가 들어왔다. 아기는 너무나 작았고 따뜻했고 부드러웠다. 꿈틀거리는 작은 움직임이 있더니 이내 내 가슴에 안겨 잠이 들었다. 고개를 숙여 얼굴을 봤는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만 볼 수 있는 아기의 미소였다.


엄마의 심장 소리가 들리니 아가?

너를 드디어 안아보는구나.

작디작은 우리 아기.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해.

내 마음이 사랑으로, 아기로 가득 차 올랐다.



퇴원 준비의 마지막은 수유 연습이었다. 바로 모유 직수를 하고 싶었지만 미숙한 아기에게는 무리였다. 그래서 젖병에 모유를 담아 수유 연습을 했다. 수유를 하는 바른 자세와 아기를 안는 방법, 젖병의 각도와 아기 입술 상태 등을 배웠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아이와 엄마가 호흡을 맞춰가며 정해진 시간 내에 수유를 완벽하게 끝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유가 끝나면 수유보다 더 어려운 트림을 시켜야 했다. 밀가루 반죽처럼 힘 없이 늘어지는 아기의 목을 잡고 등을 두드려야 하는데 아기가 부서질 것 같아 자세를 잡을 수도 등을 두드릴 수도 없었다. 매번 수유도 트림도 제대로 시키지 못해 면회가 끝나면 나머지 수업을 해야 했다. 수학을 못해 나머지 공부를 했던 적은 있지만 수유와 트림을 못해 나머지 수업 이라니! 하지만 엄마가 제대로 수유를 하지 못하면 퇴원을 할 수 없기에 정말 열심히 연습해야 했다.


나의 아기는 니큐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몸무게는 1.59kg에서 2.4kg이 되었고 씩씩하게 자가호흡을 했으며, 경구로 수유가 가능했다. 30주 3일에 태어났지만 35주를 건강히 넘겼다. 그리고 엄마인 나도 수유를 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렇게 2024년 7월 4일 퇴원이 결정되었다.

간호사 선생님께서 아기를 우리에게 넘겨주셨다.

나는 내 품에 안긴 아기에게 말했다.

"아가 이제 집에 가자."



난임 병원에서 만나, 아무도 모르게 뱃속에서 자란 아기.

30주 3일에 양수가 터져 갑자기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아기.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한 달을 있다 드디어 우리에게 온 아기.


나는 퇴원 전날 현관문에 금줄을 달았다. 그동안 고생한 나와 아이를 위한 트로피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나쁜 기운은 막고 좋은 것만 너에게 주겠다는 내 마음의 징표였다.


아기가 금줄을 통과했다.

드디어 아기가 우리 집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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