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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기 반장 May 02. 2024

이상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비법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재방송을 보았다. 지난해에 방송된 기안84의 마라톤 풀코스 생애 첫 도전기였다. 사실 나는 <나 혼자 산다>도 기안84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연예인들의 소탈한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 프로그램의 취지인데 그들의 넘사벽 일상은 서민들에게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기안84도 워낙 구설수에 자주 오르내리던 인물이라 그동안 나의 관심을 끌지 못했었다.


그러나 기안84의 예능인 듯 예능 아닌 예능 같은 다큐를 보면서 진심으로 그를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기안84는 뛰면서 마신 물이 복통을 일으켜 25km 지점을 통과한 후 쓰러졌다. 이미 거기까지도 첫 도전으로써는 대단한 성과였다. 다행히 그는 응급처치를 받고 다시 일어났지만, 반복되는 오르막 길과 심해지는 발목 통증, 체력 고갈 등으로 수없이 쓰러지고 다시 달리기를 반복했다.


유체이탈을 한 듯 창백해진 그의 얼굴과 이미 컨트롤이 안 되는 몸에서 나온 어정쩡한 자세를 보고 있자니 웃으면 안 되는데 영화 <맨발의 기봉이>가 떠올라 피식피식 웃기도 했다. 그런데 자신의 한계 앞에 무릎 꿇고 고통스러워하던 그가 초인적인 힘으로 다시 일어나 뛰기 시작할 땐 뜨거움이 차올라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울다가 웃으면 신체의 변화가 일어난다는데 방송을 보는 내내 나는 몇 번의 신체 변화를 겪었는지 모르겠다.


5시간 안에 완주를 해야 기록이 인정되는 42.195km 풀코스에 도전한 그는 수많은 역경과 한계를 극복하고 마침내 4시간 47분 08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아내와 함께 방송을 보고 있던 나는 마침내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터져나오는 걸 애써 참느라 혼이 났다. (울다가 들키면 한동안 놀림거리가 되는데 그게 더 슬프다.)



사진=MBC TV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캡처



클리셰 같지만 인생은 마라톤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미 한계가 온 상황에서 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알면 포기하게 될까 봐 바닥만 보며 뛰었고 머릿속을 비우며 그저 걷지만 말자고 되뇌었다."라는 그의 고백에 울림이 있었다. 그동안 나는 원대한 이상을 목표로 세웠다가 포기하기를 수백, 수천 번 하지 않았던가. 


이상적인 목표는 보잘것없는 일상과는 큰 괴리가 있다. 자그마한 일상 안에 광대한 이상을 구겨 넣으려고 하니 쉽게 지치고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처럼 천리 길을 가려면 오늘 천리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딛는 '한 걸음'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 걸음씩 충실히 버텨내는 일상을 차곡차곡 쌓아갈 때 우리는 어느 순간 눈앞에 다가온 이상을 발견하고 미소 짓지 않을까?


결승선을 통과한 사람들 중에는 시각장애인, 200회 풀코스 완주 등 자신의 한계를 극복한 영웅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 날의 영웅은 거의 꼴찌로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가장 환하게 미소 지은 기안84가 아니었나 싶다. 그는 볼품없는 완주 메달을 목에 걸며 "나보다 잘 뛰는 사람은 너무나 많지만, 오늘은 내가 나 자신에게 칭찬해 줄 수 있어 기쁘다."라고 했다.


나와 84년생 동갑이라 그런지 마흔의 나이에 엄청난 도전을 한 그에게 감동과 위로, 자극을 받았다. 인생의 본질은 남들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한계와 싸워 이기는 것이라는 사실을 깊이 마음에 새겼다. 그것을 온몸으로 가르쳐준 기안84에게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직장 생활에서도 한 가지만 기억하자. 싸움은 나 자신과 하는 것이다. 서로를 끌어내리는 개싸움에 휘말리지 말자. 스스로 개가 될 뿐이다. 




[이학기 반장 연재]

월 : 이학기 스쿨의 월요일 진로반
화 : 이학기 스쿨의 화요일 독서반
수 : 이학기 스쿨의 수요일 작가반
목 : 이학기 스쿨의 목요일 직장반
금 : 이학기 스쿨의 금요일 고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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