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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기 반장 Jun 13. 2024

일하고 싶은 스타트업을 만들려면


정답이 없는 세계, ‘성과가 답이다.     


나는 14년간 쿠팡과 이랜드에서 TOP 매출을 찍어본 세일즈 전문가이다. <매출 1등 MD는 이렇게 팝니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현재는 ‘나’라는 1인 기업의 CEO이다.     

 

첫 회사 이랜드에서는 오프라인 MD로 일하며 입사 3년 차 때 연간 영업이익 23억을 개선한 결과, 인사 고과 최고 평가를 받고 최연소 팀장이 되었다. 쿠팡으로 이직 후 3년 차 때는 한 영세업체를 연 매출 180억 원으로 성장시켰고 ‘올해의 최우수 사원’ 타이틀을 얻었다.     


왜 서두부터 재수 없게 자랑질이냐? 커머스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종합 예술의 장이다. 예술에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성과’라고 생각한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의외로 성과와 무관하게 일하는 직장인이 우리 주위에 널려있다.      


우선 성과가 나야 내가 일할 맛이 난다. 그리고 반드시 성과가 나야만 기업이 영속할 수 있다. 일하고 싶은 스타트업이 되려면 성과가 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수다. 최고의 성과는 어떻게 나오는가? 지난 직장 생활을 돌아보며 세 가지를 나누고자 한다.      



첫째최고의 성과는 리더의 부재에서 나온다.    

 

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지인이 자기가 쉬는 날마다 매출이 더 잘 나온다고 한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오너가 사라지자 오히려 매출이 오르는 이유가 무엇일까? 앞서 자랑질한 성과는 모두 내가 ‘팀장 대행’일 때 달성한 것이다.      


이랜드에서는 입사 3년 차 담당 나부랭이일 때 갑자기 15년 차 팀장이 타 점포로 발령 났다. 혼자서 1개 층 40개 브랜드를 관리하며 휴무도 제대로 못 하는 상황 속에서 이 난관을 돌파하거나 퇴사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우연히 <80/20 법칙>이란 책을 읽으며 나는 처음 스스로 기획하며 자율적으로 일했고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달성했다.     


쿠팡에서는 이직 3년 차일 때 팀장의 부재로 독고다이가 되었다. 그전까지 강력한 오너십으로 찍어누르는 팀장 밑에서 쭈구리가 되었었는데 내게 주도권이 주어지자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무려 팀 전체 성장률의 2배가 넘는 실적을 달성했다. 최고의 성과는 오너십에서 나온다.     



둘째최악의 성과는 리더의 미친 존재감에서 나온다.     


함께 일하기 싫은 세 유형의 리더가 있다. 결정장애가 있는 무능한 유형, 쓰레기 인성을 탑재한 유형, 마지막으로 ‘마이크로매니저’이다. “이럴 거면 지가 직접 하지!” 기본적으로 상대를 신뢰하지 않기에 끊임없는 간섭과 잔소리로 분노를 유발하는 사람을 마이크로매니저라 한다.      


경험상 지나치게 자기 확신이 없는 사람이 마이크로매니저가 된다. 실력이 없으니 HOW는 제시하지 못하고 성과와 무관한 비부가 업무만 잔뜩 생산해낸다. 매일 회의를 하는데 회의 때마다 업무 방향성이 달라진다. 마이크로매니저는 스스로 일하고 있다는 느낌에 도취하여 자신이 퇴사 유발자로서 조직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원흉임을 눈치채지 못한다. 나는 9년간 애사심을 갖고 다닌 회사를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지나치게 자기 확신이 있는 사람도 마이크로매니저가 된다. 지금까지 자기가 해온 방식만 옳다고 생각해 팀원을 전적으로 통제하며 오너십을 박탈한다. 작은 실수 하나를 찾아내 회의 때 팀원 하나를 완전히 공개석상에서 처형하는 공포 정치를 통해 조직을 장악하고 자신의 왕권을 강화하려 한다. 나는 회사 생활에서 난생처음 최악의 성과 평가를 받아보았다.      



셋째존재하는 리더가 부재하려면 코칭이 필요하다.     


코칭은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의사소통이다. 리더가 코치로서 존재하면 조직원은 오너십을 가진 채로 리더의 지지를 받으며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맥킨지 코칭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코치 경영의 도>에는 ‘기술/의지 매트릭스’라는 개념이 나온다. 리더는 조직원의 기술과 의지가 모두 높으면 ‘위임’, 높은 기술과 낮은 의지는 ‘격려’, 낮은 기술과 높은 의지는 ‘지도’, 기술과 의지 모두 낮으면 ‘지시’를 활용해 코칭하는 것이다.     


최고의 성과를 냈을 때를 돌아보면 리더가 ‘똑게’(똑똑하고 게으른 유형)이거나 ‘멍게’(멍청하고 게으른 유형)였다. 똑게 리더는 조직원의 자율권을 최대한 존중하며 지시가 아닌 질문을 던지는 훌륭한 코치였다. 반대로 멍게 리더의 경우, 아예 간섭이 없으니 주도적으로 일하며 마음껏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결국사람이 답이다.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므로 남들처럼 일해서는 승산이 없다. 일을 진짜 잘하면서 진짜 열심히 하는 인재가 필요하다. 동시에 사람을 진짜 소중하게 생각하는 인재라야 지속 가능한 성과를 낸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커머스이기에 결국 사람이 답일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에 필요한 인재는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다. 자기 삶의 핵심 가치와 직업 가치, 강점과 선호 스킬, 비전과 소명 등을 치열하게 정리하고 심플하게 답변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한명 한명의 맨파워가 중요한 스타트업은 애초에 채용을 잘하는 것에서 성패가 갈린다.     

 

핵심 인재를 영입하려면 기업의 핵심 가치가 중요하다. 어떻게 더 잘할 것인가가 아닌 더 다르게 할 것인가를, 나아가 더 깊어질 것인가를 지향할 때 스타트업은 one of them이 아닌 only one으로서 살아남을 것이다. 사람이 답이라고 동의한다면 계약 조건도 핵심 인재가 성과를 잘 낼 수 있도록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징 해보면 어떨까? 



[이학기 반장 연재]

월 : 이학기 스쿨의 월요일 진로반
화 : 이학기 스쿨의 화요일 독서반
수 : 이학기 스쿨의 수요일 작가반(끝)
목 : 이학기 스쿨의 목요일 직장반
금 : 이학기 스쿨의 금요일 고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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