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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기 반장 May 31. 2024

82년생 직장인 #3

누군가는 이렇게 보고한다. 


“대박이에요! 마침 브랜드가 한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던 터라 의외로 쉽게 풀렸어요. 운이 정말 좋았어요!” 


물론 결과가 좋으니까 이렇게 보고해도 회사에서 잘했다고 칭찬을 받을 거다. 그런데 같은 결과라도 어떤 이는 이렇게 보고할 수도 있다.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드라마처럼 기승전결을 만들어 단계별로 보고하면서 극적인 상황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가장 먼저 기대치를 최대한 낮추는 단계이다. 


“처음에는 브랜드에서 만나려고 하지도 않더라고요. 저희 채널에 대한 기대치도 전혀 없는 상태였어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우선 미팅부터 성사시켜 보겠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극단적으로 예를 드는 것이라 '거짓말을 하라는 건가?' 이렇게 오해하면 절대 안 된다. 실제 실행한 팩트에 기반하여 보고의 묘를 살린 스킬이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이해하면 좋다. 그다음은 기대치를 조금 끌어올리는 단계인데 상황을 반전시킨 너의 노력을 부각하여 2차 보고를 한다.


“집요하게 미팅 요청을 해서 브랜드 키맨을 만났습니다. K-컬처를 화제 삼아 우리 채널의 강점을 활용해 브랜드와 콜라보하여 K-컬처 콘텐츠를 만들어보면 어떨지 제안했어요. 그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한 자료를 보여주니 조금씩 상대의 태도가 바뀌더라고요. 내부 검토를 해보고 차주에 다시 미팅하기로 했습니다.”     


이제는 매듭을 짓기 위한 단계로 브랜드에서 우려하는 사안들에 대해 추가 미팅을 통해 어떻게 설득했고 브랜드 대표까지 보고가 올라간 상태를 만들어냈다고 진척도를 보고한다. 그리고 마침내 극적인 타이밍에 OK 사인을 받아냈다면서 마무리 짓는다. 


거듭 강조하지만, 거짓으로 보고하면 안 되고 실제로도 액션을 해서 팩트에 기반한 보고 스킬을 사용해야 한다. 성과의 공을 너가 가져올 것이냐 아니면 상대에게 넘길 것이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소통 방법이니 너의 것으로 잘 갈고닦으면 강력한 무기가 된다.     

 

이를 적용하여 너가 붙인 이름인데 보고에는 ‘플러스 보고법’과 ‘마이너스 보고법’이 있다. 플러스는 성과이고 마이너스는 리스크라고 이해하면 쉽다. 플러스 보고법은 성과를 처음에는 최소치로 보고하고 그다음에 너의 노력을 통해 성과를 얼마나 극대화했는지, 성과를 플러스하는 방식으로 보고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부여받은 어려운 미션 중 하나가 협력사 수수료 5% 인상하기라고 가정해 보자. 여러 협력사에 수수료 5% 인상을 제안했을 때 어떤 곳은 저항이 심할 것이고, 어떤 곳은 의외로 쉽게 동의할 수도 있다. 이때 쉽게 협상한 건은 어떻게 보고할지 조금 감이 잡히는가? 아무렇지 않게 5% 인상해 왔다고 보고하면 팀장은 이렇게 말할 거다. 


“잘했어요. 다른 곳도 5% 인상 빨리해 오세요.” 


너의 노력은 그저 당연한 것, 심지어 무가치한 것으로 평가절하되는 느낌이 들 거다. 협력사에서 설사 처음부터 5% 인상에 동의했다 하더라도 처음에는 2%에서 시작해 어떠한 노력의 과정을 통해 최종 5%까지 협의했다고 단계별로 보고하는 스킬을 활용한다면 너의 노력이 좀 더 가치 있게 전달되지 않을까?    

 

사실 주니어 레벨에서는 소화하기 힘든 고급 스킬이긴 하다. 왜냐하면 한창 기본기를 다져야 할 때인데 무르익기도 전에 스킬부터 사용하면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악용하지 말고 선용하면 너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좋은 무기가 될 테니까 잘 선별하여 적용하면 좋다.


마이너스 보고법은 리스크를 최대치로 보고하고 그다음에 너의 노력을 통해 리스크를 얼마나 극소화했는지, 리스크를 마이너스하는 방식으로 보고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B라는 브랜드의 온라인 행사를 기획했는데 갑자기 화물연대파업 이슈가 발생해 물류가 꽁꽁 묶인 상황이다, 꼼짝없이 행사가 펑크 나게 생겨서 대안을 찾다가 브랜드 대표와 오프라인 매장의 물량을 자사 물류차량을 이용해 최대한 로테이션하도록 협의했다, 실시간으로 로테이션 상황을 체크해 결국 계획했던 행사 물량의 80%까지 확보해 놓았다, 이런 식으로 단계별로 리스크를 줄여나간 나의 노력이 드러나도록 보고하는 것이다.


고수는 이미 이겨놓고 싸운다고 하지 않던가. 이미 승리한 전쟁을 누리며 최고의 성과를 내는 직장인이라면 플러스 보고법과 마이너스 보고법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하고 있을 것이다. 주변 동료들을 잘 관찰해 보길. 애증의 팀장은 그렇게 자신의 핵심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떠났다.


사람은 많은데 인재가 없다는 말이 너의 회사에서 나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대기업인데도 팀장의 빈자리는 한동안 채워지지 않았다. 졸지에 임시 팀장 대행이 된 너는 회의 때마다 새로운 팀장이 언제 오는지 물었고, 궁여지책으로 다른 팀의 팀장이 너의 팀까지 2개의 팀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새 팀장은 전 팀장과 일하는 방식이 180도 달랐다.



(4화에 계속...)



[이학기 반장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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