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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기 반장 May 23. 2024

매출 1등 MD의 퇴사 전과 퇴사 후


올해 2월, 유튜브 <책다방>에서 출연 제의가 왔어요. 생소한 채널이라 기존에 어떤 콘텐츠들이 올라와 있나 살펴봤죠. 자수성가로 부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더라고요. 


느낌이 확 왔어요. 제가 출연할 채널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죠. 완곡한 거절의 의미로 이렇게 답장을 보냈어요. 

"제가 얼마 전에 퇴사를 해서 독립을 준비해 가고 있는 상황이라 현시점에서 섭외 대상에 적합할지 우려가 됩니다. 저는 독립을 이룬 상황이 아니고 독립을 이루려고 한 단계씩 밟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며칠이 지나도 답장이 안 왔어요. 제 뜻이 잘 전달된 줄 알았죠. 그런데 연락이 온 거예요. <책다방>은 작가들의 삶을 중심으로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루는 채널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고 출연해 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구독자도 몇 명 안 되는 신생 채널이고 출연료도 없다는 말에 마음속에서 두 목소리가 싸우기 시작했어요. 

"시간 낭비야. 괜히 남 좋은 일만 해주는 거 아니야? 별 도움도 안 될 거 같은데 거절해!"
"아니야. 소수지만 내 이야기가 꼭 필요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잖아. 그리고 책 홍보도 되니까 좋을 거야."


냉정하게 현실을 돌아봤어요. 동물원에서 호랑이인 줄 알고 살다가 야생에 나와서 길고양이 신세가 된 제 모습이 보였죠. 쓰레기통이라도 뒤져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출연을 승낙했어요.


3월에 촬영을 했고 담당 PD님, 촬영 감독님과 즐거운 분위기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무사히 촬영을 마쳤는데 돌연 PD님의 커밍아웃! "저 이번달까지만 일하고 퇴사해요. 저는 작가님과의 촬영이 마지막이에요." 


순간 14년간 회사생활을 해본 사람으로서 담당자가 바뀐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알기에 걱정이 됐어요. 촬영본이 후임자에게 제대로 인수인계가 될지, 후임자의 땀이 들어간 촬영분이 아닌데 편집에 얼마만큼 신경을 써줄 것인지, 궁극적으로 콘텐츠가 업로드될 수는 있는 것인지 머릿속에 복잡해지더라고요.


설사 콘텐츠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해도 즐겁게 촬영을 했고, 이 과정에서 제 생각이 한번 더 정리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고 나서는 홀딱 까먹고 지냈는데 얼마 전에 1탄과 2탄이 유튜브에 업로드되었다고 새로운 PD님께 연락이 온 거예요.


게다가 큰 기대를 안 했는데 편집도 재미있게 잘 되었고 구성도 1부는 퇴사 전, 2부는 퇴사 후로 나누어 신경을 많이 썼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을 받은 느낌이라 더 반갑고 기쁘더라고요.


현재 직장에서 존버하시며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원하는 분들은 1부, 사직서를 마음에 품고 계신 분들은 2부를 보시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실 거라 생각해요. 사실 대부분 직장인들이 사직서를 마음에 품고 있기 때문에 1, 2부를 모두 다 보셔도 좋습니다 :)


존버인이든 퇴준인이든 모두 응원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drcf72F-g


https://www.youtube.com/watch?v=mMuNFaAIJR0




[이학기 반장 연재]

월 : 이학기 스쿨의 월요일 진로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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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 이학기 스쿨의 금요일 고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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