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벚꽃을 따라가다
이제 벚꽃이 피어오르는 계절이 됐습니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도쿄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벚꽃산책 장소를 몇 곳 소개합니다.
봄이 오면 신주쿠 교엔은 분홍빛으로 물듭니다. 지하철에서 내려 바쁜 발걸음을 멈추고, 공원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도시의 소음은 사라지고 벚꽃 향기만이 가득합니다.
오전에 방문하면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꽃잎들이 더욱 영롱합니다. 작은 보자기와 커피 한 잔만 있으면 완벽한 나만의 시간이 되지요. 친구들과 함께라면 작은 피크닉을 준비해도 좋을 듯합니다.
아마도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혼자 벤치에 앉아 책 한 권과 함께하는 것. 연분홍 꽃비가 내리는 동안 소설 속으로 빠져들면,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려질 테지요.
신주쿠 교엔의 벚꽃은 짧은 순간 머물지만, 그 아름다움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입니다.
우에노공원의 하나미는 축제의 장입니다. 지하철에서 내려 공원으로 향하는 길, 이미 설렘이 가슴 가득 차오르죠.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마음으로 모여드는 곳, 봄의 시작을 알리는 이 축제는 일본 문화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 됩니다.
우에노공원에 들어서면 1,200여 그루의 벚나무가 만드는 분홍빛 천장이 펼쳐집니다. 신이 내려준 선물 같은 이 풍경 앞에서는 누구나 동심으로 돌아가게 되죠. '사쿠라 마츠리'의 열기와 더불어 타코야키의 향긋한 냄새, 야키소바의 달콤한 소스 향이 벚꽃 향기와 어우러져 감각을 자극합니다.
블루 시트를 펼치고 자리를 잡는 것은 하나미의 시작입니다. 미리 준비한 도시락과 함께라면 금상첨화지만, 현장에서 구입한 간단한 음식들로도 충분히 축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어요. 모르는 사람과도 '캄파이'를 외치며 잔을 부딪히는 순간, 언어와 문화의 장벽은 사라집니다.
밤이 되면 등불이 켜지고 벚꽃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요. 요요기공원이나 치도리가후치보다 덜 알려졌지만, 우에노의 야간 벚꽃은 도시의 불빛과 어우러져 더욱 신비롭습니다. 축제의 열기 속에서도 잠시 한적한 곳을 찾아 고요함을 즐겨보는 것도 좋습니다. 신노이케 연못 주변은 상대적으로 조용해서 벚꽃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답니다. 꽃잎이 물에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일본인들이 말하는 '무상'의 의미를 깨닫게 될지도 모릅니다.
도쿄의 젊은 연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벚꽃 명소, 메구로강. 나코메구로 역에서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분홍빛 아치가 여행객을 반깁니다. 지도 앱보다는 사람들의 물결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강변에 도착해요.
강물 위로 늘어진 벚꽃 가지들이 만드는 환상적인 터널은 사진으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압도적입니다. 꽃잎이 흩날리는 모습은 마치 분홍빛 눈이 내리는 것 같아요. 셔터를 누르는 손이 분주해지지만, 가끔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그저 눈으로 담아보세요. 카메라 렌즈보다 마음에 새기는 풍경이 더 오래 남으니까요.
낮에는 햇살과 벚꽃의 조화가, 밤에는 라이트업된 환상적인 야경이 기다립니다. 해 질 무렵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하지만, 오전 일찍 방문하는 것을 좋습니다. 한적한 시간에 커피 한 잔 들고 여유롭게 산책하는 즐거움이 있을 테니까요.
강변 카페에서 벚꽃 라떼와 벚꽃 디저트로 달콤한 휴식을 취해보면 어떨까요? 현지인처럼 포장마차에서 판매하는 화전을 맛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거예요.
그 밖에도 요요기 공원, 이노카사라 공원, 스미다 공원, 요코하마 등이 있습니다. 금년은 3월 말에서 4월 초가 절정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즐거운 봄날, 벚꽃산책으로 여행의 기분을 만끽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