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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 Oct 01. 2022

우울의 현상 1: 홀로코스트

(그래서 앞이 보이지 않는 거라네)

삶의 뒤편을 본 적이 있는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며

눈을 들어 바라보는 곳마다 죽음의 악취가 나며

귀 기울여 듣는 것마다 으스러지는 감촉이 나네

끝없이 짓이겨지는 마음의 살점들

마음에 형체가 있어 그 마음을 내가 본다면 

나를 인정하고 보듬을 수 있을까?


누군가 내게 말했다네

차라리 살점이 뜯기고, 뼈가 으스러지는 게 나을 텐데

그러면 병원에서 꿰매고, 수술받고, 쉬면 나아질 텐데

그러나 이 고통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고통!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 

아물지 않고, 끝없이 피 흘리는 모습을 보고 있다네

그래서 앞이 보이지 않는 거라네


수많은 사람들이 소리 없이 사라진다네

여자들은 끌려가서 고문을 당하고 

능욕과 멸시를 당하네

아무도 살아남지 못하는 아우슈비츠로 끌려간다네

약하고, 늙고, 병든 자들이 끌려가서 사라진다네


마음이 아파서 짓뭉개진 사람들

그들의 눈을 본 적이 있는가?

초점이 나가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그들의 눈동자를!

그래서 앞이 보이지 않는 거라네

어떠한 곳에도 초점을 맞출 수 없기에


그래서, 나도 

그때 

앞이 보이지 않았던 거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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