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
드디어 1월의 그날.
우리는 연인이 되기로 했다.
원래 좀 더 빨리 올 수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본부장의 방문으로 정시에 맞춰 왔다며.
차가운 바깥온기에 빨개진 손에는 종이가방을 하나 들고서.
물론, 신경 쓰지 않는 척 모른 척했지만 내심 혹시, 혹시 오늘인가 설레발치면서.
금요일 저녁에 와인 한 잔이 빠졌어도, 우리의 이야기는 한번 두 번, 그리고 세 번의 만남을 지나오며 쌓인 친밀감을 최대한 뽐내 보았다.
그리고 카페.
아.
아.
음.
그게.
사실 내가 주고 싶은 게 있는데.
횡설수설 우왕좌왕.
설마.
수줍게 종이가방에서 꺼낸 건 책 두 권과 투명 유리병에 든 드라이플라워.
어떨지 모르겠지만 전 좀 더 만나봤으면 하는데요.
같은 마음이면 책을 두권 샀는데 같이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서요.
알랭 드 보통.
뭔가 연애 이야기 책이면 좋을 것 같아서.
왠지 오늘은 술 없이 맨 정신으로 있고 싶어서.
그렇게 우리는 연인이 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