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진 Nov 19. 2023

첫 만남.

너무 추운 겨울이다. 나는 어릴 때만 해도 겨울이 가장 좋았다. 왜냐. 내 생일이 있는 계절이니까. 나는 겨울에 태어난 아이니까. 하지만 크면 클수록 몸을 제어할 수 없는 차가운 냉기가 꽂히는 게 견딜 수가 없다. 바람이 뼈를 때리는 냉함.

그리고 12월 추운 겨울. 우리는 처음 만났다.

삐걱대는 계단을 올라가면 나지막한 다락방 마냥 자리한 원형 테이블 몇 개. 왠지는 모르겠지만 따닥따닥 붙여놔서 프라이버시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던 그곳.


이맘때 예약 잡기가 어렵더라고요. 여기 2층은 어떠세요?


문자가 참 친절하다. 예의가 묻어난다. 사실 오늘 회사일이 일찍 끝났다. 흔치 않은 일이지만 좀 더 밍기적댔다. 너무 일찍 가는 것보다는 그래도 좀 맞춰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앗. 망했다. 밍기적 거리다 버스도 놓치고 잡히는 택시도 없고. 그냥 걷자. 좀 빨리 도착했어요. 란 메시지가 와있었는데도 차마 답도 못한 채.

바람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도착한 건물에선 2층 입구를 찾느라 휘뚜르마뚜루. 건물 설계를 이렇게 해서 장사가 되나. 호흡부터 가다듬고 하나 둘 셋.

누군가 앉아있는 게 보인다. 뒤돌아 앉아있어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한 명만 앉아있는 걸로 보아 그 남자임에 틀림없다.


죄송해요, 제가 시간 계산을 잘못해서.

아니에요, 저도 여기 찾는 게 어렵더라고요. 괜찮습니다.


어? 뭐지 이 따스한 느낌은. 포근한 느낌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