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지로 이사 후, 3월 한 달 간의 이야기

#교육이야기

by 재웅쌤


몇 년 전부터 고민하던 학군지로의 이사, 그리고 3월 한 달. 여러가지를 느낀 한 달이었습니다. 무엇이 그렇게 다를까요?


1. 돌봄교실에 남는 아이들이 없다.

개학 전 아이들의 방과후 스케쥴을 짜는 과정부터 난관이었습니다. 이 동네 분위기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기존에 살던 곳에서의 생각으로 방과후 스케쥴을 짰더니 딸 아이만 돌봄교실에 덩그러니 남겨지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와이프와 상의하여 15시 30분까지 돌봄교실에 있다가 하교하여 4시에 학원을 가는 스케쥴로 정리를 했는데, 완전 큰 실수였습니다. 그 시간까지 돌봄교실에 남는 아이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어라? 그럼 아이들이 다 어디가지?' 개학 전 다닐 만한 학원들을 알아봤더니, 14시 30분부터 수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었습니다. 그 시간에는 아이를 픽업하기에 너무 빠르다고 생각했고, 그 시간에 거기를 가는 아이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큰 오산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14시 30분 일정의 학원들을 많이 다녔고, 그래서 돌봄교실에는 15시만 되어도 아이들이 거의 없는 것이었습니다. 아뿔싸. 그래서 부랴부랴 아이의 돌봄교실 하교 일정을 조금 앞당겼습니다.




2. 동갑 친구들이랑 영어학원 같은 반을 하지 못할 거 같아요.

4시에 다니기로 한 학원은 집앞 영어학원입니다. 따로 레벨에 따른 교재만 다르고 따로 반이 없는 학원이었는데, 나름 인지도 있는 학원이고, 5시에 가는 태권도와 같은 건물에 있어서 하교 후 학원 두 군데의 동선이 매우 편해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원하는 시간(4시)에 할 수 있어서 좋았구요. 그런데 이 학원이 동갑 친구들이 없었습니다. 동갑 친구들은 다 14시 30분에 하는 근처 대형학원들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찍인 시간이 조금 부담되더라도, 대형학원으로 다니게 할까 싶었지만, 여기서 또 충격을 먹었습니다. 딸 아이 반에 그 학원들 다니는 여러 친구들과는 같은 반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이미 7세 때 파닉스를 다 떼고 올라온 아이들이라서, 2단계? 반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딸은 파닉스를 아빠랑(저) 집에서 독학하며 배웠기 때문에 파닉스를 완벽하게 떼지는 못한 상태입니다. 알고보니, 이 동네 아이들은 7세 때 영어학원을 다니는 경우가 매우 많았습니다.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많았고, 일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니더라도 에프터로 영어유치원의 영어클래스를 다니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기존의 살던 동네에는 7세가 다닐 수 있는 영어학원이 근처에 없었습니다. 셔틀타도 다니려면 다닐 수 있는 곳이 있기는 했는데, 멀기도 하고, 8세 되면 시작해야지 하고 생각했던 터라 안 보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살짝 후회가 되더라구요. 이래서 학군지 학군지 하는구나 싶기도 하구요. 하지만, 우리 딸 똘똘하니, 금방 실력 쌓을 것라고 믿고 조급해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3. 친구가 하니깐, 나도 하고 싶어.

딸 아이 학교에서는 매일 아침에 책을 읽습니다. 그런데 딸 아이 반에 영어책을 가져와서 술술 읽는 친구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평소에 영어책을 읽어주면 싫다고 하던 우리 딸도 영어책을 학교에 가져가서 읽고 싶다며 집에서 연습을 하는 중입니다. 학교에 가져갈 영어책 한 권을 지금 80% 정도 읽을 수 있는 상태입니다. 한 권만 죽어라 읽는 중... ㅎㅎㅎ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친구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런 환경이 학군지로의 이사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4. 학군지의 아이들의 삶은 고달프다

나름 학군지 지역인 이곳의 아이들의 생활은 고달프긴 고달픕니다. 학원을 가는 게 당연하고, 더 일찍 선행을 시작한 아이들도 꽤 많습니다. 딸 아이 역시 방과후교실 및 돌봄교실이 끝나고 집에 와서 잠깐 쉬었다가, 영어학원, 태권도학원을 갔다 옵니다. 1주일에 한번 구몬학습지 선생님도 방문하구요. 아무튼 매일 18시에 집에 오는 딸아이는 허겁지겁 밥을 먹고 조금 놀다가 영어학원, 구몬학습지 숙제를 해야 합니다. 그러고 씻고 뭐하면 잘 시간. 책을 좀 읽다가 9시쯤 되면 자러 갑니다. 아침에 또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요. 그런데도 딸 아이는 피아노학원도 가고 싶고, 축구교실도 가고 싶다고 합니다. 다 친구들 영향이죠. 학년이 올라가면 더 늦게 집에 오게 되겠죠. 19시,,, 20시,,, 이게 맞나 싶지만요. 그래도 주변에서 다 하니깐 딸 아이도 묵묵히 잘 할 것 같기는 합니다.



5. 성당에 아이들이 정말정말 많다.

매주 토요일에 성당 초등부 주일학교 어린이 미사에 갑니다. 기존에 살던 동네에는 어린이미사에 아이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정말 깜짝 놀란 것은 어린이 미사에 아이들이 정말정말 많고, 어린이 미사 시스템도 엄청엄청 잘 갖춰져 있다는 것입니다. 부모들의 활동도 마찬가지이구요. 초등부 주일학교 선생님들도 열댓분 정도 되시구요. 와!!!! 성당을 어릴 때부터 다녀서 이렇게 아이들이 많은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동네에 아이들이 많고 적고도 중요하지만, 초등부 주일학교 운영이 어떻게 되는지가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다니는지 마는지를 결정합니다. 이것도 학군지의 위력이라면 위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사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 이곳 성당에서 해결되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이곳 성당 무조건 보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덕분에 저도 오랜만에 열심히 성당에 다니고 있구요.



아직 한달 밖에 되지 않아서 제가 모르는 부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집이 좀 좁아진 것 말고는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더 일찍 오지 않은 게 아쉬울 뿐이죠.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일찍 옮기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물론 각자의 상황에 맞게 해야하겠지만요.


이곳에서 아이들이 밝고 행복하게 그리고 열심히 지내며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2025. 3월 말에 쓴 글을 5월 16일에 옮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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