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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일상

토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도서관 가방을 챙긴다. 이제 이게 주말의 의식이 됐다. 차에 오르며 생각한다. 오늘은 어떤 책을 만날까, 어떤 향기에 취할까.


도서관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엔진을 끄자 세상이 조용해진다. 이 고요함이 좋다. 마치 책 속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고 있는 것 같아.


현관을 열고 들어서면 책 냄새가 훅 끼쳐온다. 누군가에겐 오래된 종이 냄새일지 모르지만, 나에겐 세상에서 가장 좋은 향수다.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아, 살 것 같다. 기분이 좋아진다.


자리를 잡고 앉는다. 옆자리 할머니가 돋보기를 코에 걸치는 모습이 귀엽다. 저 집중력도 언젠가 나도 가질 수 있을까.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들린다. 내 것도, 다른 사람들 것도. 이 소리의 하모니가 묘하게 아름답다. 마치 도서관만의 은밀한 클래식 음악 같다.


창밖으로 작은 정원이 보인다. 햇살에 반짝이는 나뭇잎들. 가끔 시선을 들어 그걸 바라보는 것도 독서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점심시간, 도시락을 꺼내든다. 옆자리 대학생이 나를 부러운 눈길로 본다. 괜히 뿌듯해진다. 나이 들어 도시락 싸 오는 것도 일종의 세련됨일까?


오후가 되면 피곤해진다. 그럴 때마다 화장실에 다녀온다. 가는 길에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핀다. 다들 행복해 보인다. 그 행복이 내게도 전염되는 것 같다.


해가 질 무렵, 아쉬운 마음으로 책을 덮는다. 벌써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괜찮아. 다음 주에 또 올 거니까.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며 생각한다. 오늘 읽은 내용, 본 풍경들, 들은 소리들. 그리고 내일의 오늘은 또 어떤 하루가 될지.


잠들기 전 다음에 읽을 책을 고른다. 벌써부터 설렌다. 이런 게 중독인가 보다. 그래도 좋은 중독이니까 좋다. 이 작은 행복에 중독된 채로 살아가는 나를 보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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