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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그려지는 나의 소리들

가을 아침, 창문을 열자 선선한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오늘도 한강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에 차 키를 집어 들며 생각한다. 난 왜 이렇게 한강을 좋아하는 걸까?


운전대를 잡고 달리는 동안 라디오에선 가을 노래가 흘러나온다. 창밖으론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 나뭇잎들이 스쳐간다. 벌써 이렇게 가을이 왔다.


한강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린다.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자주 오는 곳인데도 늘 새로워. 강변으로 향하는 길, 코끝에 풀 냄새가 스친다.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벤치에 앉아 강물을 바라본다. 잔잔한 물결 위로 새 한 쌍이 유유히 떠다닌다. 어디론가 향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거겠지. 나도 그런가?


멀리서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가 들려온다. 까르르 웃음소리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저 웃음소리,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옆자리에 노부부가 앉는다. 할아버지가 할머니 어깨에 조심스레 담요를 둘러준다. 그 모습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


배가 고파서 편의점에서 김밥과 라면을 샀다. 김밥 한 조각을 베어 문다. 평범한 맛인데 여기서 먹으니 꿀맛이다. 강물 소리를 삼아 먹는 김밥과 라면,

이보다 좋은 게 있을까.


오후가 되자 조깅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가끔 눈이 마주치면 서로 고개를 끄덕인다. 모르는 사람과 나누는 이 짧은 교감이 좋다.


해가 질 무렵, 붉게 물든 하늘을 본다. 매일 보는 광경인데 매번 감탄이 나온다. 카메라로 담고 싶지만 참는다. 눈으로 보는 게 더 아름다우니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늘 하루를 되새긴다. 특별한 건 없었어. 그저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왜 이리 행복할까.


잠들기 전 내일 날씨를 확인한다. 또 맑음이래. 좋아, 내일도 한강에 가야지. 벌써부터 설렌다. 이런 소소한 기대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꿈속에서도 한강 풍경이 펼쳐져 저 평안한 꿈이 되길 바란다. 그렇게 되면 깨어나도 꿈같은 하루가 될 거란 생각에 즐겁다.

이런 날들이 쌓여 행복하 일상이 되겠지. 그 생각을 하며 새로운 아침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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