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시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다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꿈꾸는 당신에게 (feat. 글&사진 프리랜서작가)

by Juwon

블로거이자, 포토그래퍼이자, 작가이자, 이제는 요리책까지 출간하기 위해 준비중인 안나는 프리랜서 3년차의 생활을 하고 있다.


“나의 프리랜서 생활은 독일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오면서부터 시작되었어. 독일에서는 회사에서 온라인마케팅 관련 일을 하고 있었지. 이곳에 오기 전까지 프리랜서는 꿈도 꿔보지 못한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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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디어는 대개 샌프란시스코의 애플, 구글과 같은 일명 꿈의 기업들이나 어느 스타트업의 성공 케이스에 집중하는 편이다. 하지만 사실 샌프란시스코에는 소속감이나 명예보다는 자유와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기 위해 홀로 일하는 프리랜서들, 일명 숨어있는 고수들이 굉장히 많다. 그리고 이들이야 말로 실리콘밸리 특유의 창조적인 분위기와 다음의 혁신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다. 이곳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웹사이트(혹은 블로그)나 성공한 스타트업의 시작은 프리랜서들의 개인적인 프로젝트 혹은 소규모 비즈니스로 시작했던 아이디어가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큰 반향을 일으키거나 그들 스스로 일종의 깨달음 (epiphany)을 얻고 사업으로 발전시킨 경우가 많다. 조직의 시스템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고, 또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 까지 자신이 원하는 속도로 충분한 시간을 들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 역시 샌프란시스코에 오기 전까지는 프리랜서 생활을 한번도 꿈꿔보지 못했다. 한국에서 오직 한정된 성공의 방정식만을 배웠던 시절의 나에게 프리랜서란 취업을 하지 못했을 때 어쩔 수 없이 취하게 되는 생존 방식인줄 알았다. 불안정한 수입과 소속감의 부재가 가장 큰 요인이었다. 하지만 아트스쿨에서 광고 석사과정을 공부하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요즘, 프리랜서는 이제 내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옵션 중 하나이다. 안나의 집(이자 사무실)을 찾아 그녀의 프리랜서 라이프에 대해 인터뷰를 요청한 것은 바로 그런 개인적인 고민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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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의 영역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지의 여부는 누군가를 진정한 아티스트인지, 아니면 소위 "클라이언트의 꼭두각시인지"를 가르는 중요한 단서이다. 그런 면에서 안나는 성공적인 프리랜서였다. 안나는 지난 몇 년 간 개인 플랫폼을 통해서 샌프란시스코에서의 라이프스타일과 특유의 사진 스타일을 구축한 것을 바탕으로, 현재 AirBnB에서 호스트들의 집의 내부 사진을 찍어

올리는 포토그래퍼로,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의 대표적인 로컬 웹사이트인 7x7에서 곳곳의 맛집과 로컬 가게들을 소개하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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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새하얗고 밝은 분위기와 파스텔톤의 다양한 컬러들을 세련되게 조합하는 안나의 스타일은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그리고 이는 사진에서 뿐 아니라 푸드 스타일링, 패션, 그리고 자신의 집의 인테리어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삶 모든 곳에 펼쳐져 있었다. 내가 받은 이러한 인상을 그녀에게 설명했을 때 그녀는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 없다며 의외로 굉장히 부끄러워 했다.


“나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따를 뿐이야. 색깔도 그래. 어떤 분홍색이 어떤 파란색이랑 어울리겠다 그런 식의 계획을 해본 적 별로 없어. 예를 들면, 나는 분홍색을 굉장히 좋아해서 다양한 종류의 분홍색 아이템을 가지고 있고, 세라믹을 좋아해서 귀여운게 보일때마다 사서 모으는 편이야. 그리고 사진에 있어서는 사실 대단한 고급장비를 사용하거나 포토샵을 과하게 이용하지는 않아. 그저 최선을 다해 많이 찍고, 그 후에는 사진들 간의 일관성을 위한 나만의 필터를 첨가하는 게 전부지."



사실 그녀의 겸손한 코멘트와 다르게, 집의 구석구석은 그녀가 스타일링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책상 및, 탁자 위, 서랍장 위 자리가 있는 어디에든 여행, 디자인, 스타일 관련 잡지와 책들이 빼곡히 쌓여있었다. (그 쌓여있는 모습마저 화보처럼 보일정도니, 그녀가 책을 고를 때에는 안의 내용물 뿐 아니라 커버 디자인 마저 신경쓰고 있었다는 뜻이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좋은 사진을 많이 보아야 한다는 학교 사진과 교수님의 말이 떠올랐다.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의 사진을 찍고 싶다고 좋아하는 책 하나를 꺼내달라고 부탁했더니, 그녀는 한 여행 잡지를 꺼내들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주로 여행, 푸드, 인테리어 등의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책이나 잡지를 많이 읽어.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으니 이 도시에서의 개인적인 삶에 관한 컨텐츠를 계속 만들어 왔는데, 언젠가 캘리포니아 전역을 중심으로 한 잡지를 만들면 좋겠다 싶어. 동부에는 토론토나 뉴욕에서 그런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이 많이 만들어졌는데, 서부는 하이클래스를 겨냥한 잡지 말고는 이곳에서의 삶을 잘 그려주는 잡지들이 없더라고.”



한때 샌프란시스코 히피문화의 꽃을 피웠던 작고 예쁜 동네 Haight Ashbury에 위치한 빅토리안 빌딩의 꼭대기층에 자리잡은 오래된 아파트는 샌프란시스코 도시 전경을 뷰로 하고 있는데다 캘리포니아 특유의 강한 햇살을 듬뿍 받고 었다. 이런 곳에서 그 누가 샌프란시스코의 삶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날 나는 인터뷰 뿐 아니라 안나의 Portrait Photography를 찍어야 겠다고 결심했었다. 그녀의 집은 이미 화보 자체였고, 포토그래퍼일수록 오히려 카메라 앞에 서는 시간이 적으니, 내가 그녀에게 멋진 사진을 만들어준다면 인터뷰에 대한 멋진 보답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포토그래퍼는 카메라 앞에서 비교적 편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나의 철저한 오산이었다. 그녀는 생각보다 부끄러움이 많았고,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서는 굉장히 겸손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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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가 나에게 영감을 준 것 같아. 이곳에 와서 카메라를 사고 블로그를 시작했으니까. 나는 사실 내성적이고 부끄러움도 많은 사람이거든. 그런데 카메라가 나에게 용기를 주었어. 덕분에 새로운 곳들을 많이 찾아다니게 되었고, 사진을 찍으려면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해야하니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도 걸어야 하지. 그리고나서 블로그를 통해 내가 느낀 것들을 차분히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좋아.”



나에게 프리랜서의 삶이 걱정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스스로 일을 찾아 나서지 않으면 곧바로 백수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그녀의 내성적인 성격은 특히 셀프 프로모션Self-Promotion이 무엇보다 중요한 미국 사회에서 약점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강하게 만든 것은 특유의 끈기와 실행력 (일명 Just Do It)이었다. 지난 3년간 블로그를 꾸준히 일궈내었을 뿐 아니라, 원하는 일을 찾는 데에 있어서도 이러한 그녀의 강점이 빛을 발했다.


“7x7이라는 미디어 회사에서 일을 하고 싶었어.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큰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고, 내가 만드는 컨텐츠랑 방향이 맞으니까. 그렇게 한번 지원했는데 연락이 없더라, 그래서 또 지원, 또 지원, 그렇게 결국 연락이 올 때까지 계속 메일을 넣었던 것 같아. 그리고, AirBnB의 경우는 정말 웃겼어. 지원한지 3년이 지나고서야 연락을 받았거든. 하하 그래, 걔네들은 정말로 지원서를 몇년동안 저장해두나봐. 처음 지원했을 때는 이제 막 카메라를 사서 포토그래피를 시작한 왕초보였는데, 그냥 단순하게 ‘나는 카메라 있으니까 이제 포토그래퍼’라는 생각으로 지원을 해두었던 것 같아. 3년동안 내 웹사이트에 포트폴리오가 커졌으니까, 이제 연락이 온거겠지.”



같은 크리에이티브 분야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덧 우리가 친구로서 대화를 하고 있는건지, 아니면 일을 위해 인터뷰를 하고 있는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크리에이티브의 숙명이기도 했다. 일의 시작과 끝의 경계는 흐려지고, 내 일이 내 일상이, 내 일상이 내 일이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프리랜서로서의 완벽한 일과 삶의 균형의 환상에 줌인(Zoom-In)을 해보면, 끊임없이 영감을 받아야 하고, 무엇인가를 창조해내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하루 전체를 짓누르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주, 휴식을 위해 떠났던 런던 여행에서 나는 영감을 줄 수 있는 무엇인가를 담고 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카메라와 노트와 펜 사이에서 너무나 바삐 보내고 말았다. 안나는 나의 이야기에 깊게 공감했다.


“나는 그런적이 굉장히 많아. 아무래도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다루다보니까 24시간 내내 일하는 기분이 들 때가 많지. 한 번은 하와이로 휴가를 갔는데, 내가 가는 곳마다 사진을 찍고, 심지어 음식도 그냥 먹지 못하고 사진을 찍고 스타일을 연구하고 그러니까, 남편이 결국은 화를 내더라고. 그러고 나서야 나도 내가 휴식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걸 깨달았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작은 디테일도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하니까, 휴식의 시간을 가지는게 굉장히 중요해. 그리고 휴식을 취할 때는 정말 모든 욕심을 다 놓아버리고 무념 무상의 상태로 쉴 줄 알아야 해. 그렇게 흰 바탕을 만들어 놓아야 우리 스스로도 멋진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준비를 할 수 있는거야.”



그러한 일들을 거듭하며 이제 그녀는 삶과 일을 스스로 분리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친구들과 만날때와 같은 일상에서는 가급적 그 순간을 즐기려 노력하고, 대신 사진을 찍고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 위해 더 노력 중이라고 했다. 스스로를 '퍼블릭 스피킹의 젬병'이라고 일컫는 그녀가 얼마 전 Adobe의 사진 편집 전문 소프트웨어인 Lightroom 사용자들을 위한 강연에 나선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단다.


"네 앞에서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하고 있는 지금도 그렇고, 50명의 사람들 앞에서의 강연도 그렇고, 나 스스로의 틀을 깨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어. 하기 전까지는 걱정도 많고 떨리지만, 그런 경험을 통해서 더 새로운 영감을 얻고 또 사람들과 소통할 수도 있는거니까. 프리랜서로 지내다보면, 외롭기도 하거든.”




요즘 흔히 말하는 "1인 콘텐츠의 시대”는 프리랜서로의 라이프스타일을 더욱 확산시킬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프리랜서들이 어떻게 건강하면서도 생산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 보다는 성공한 스타들이 얼만큼의 돈을 버는지, 어떤 콘텐츠가 인기를 얻는지에 대해서만 집중하곤 한다. 내가 그동안 블로거 안나를 바라보는 모습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그녀의 화려한 사진들과 여행이야기만큼이나 엄청나게 화려하고 파워 넘치는 사람일거라 생각했다. 카메라 뒤에 숨어있는 안나를 카메라 앞으로 꺼내 세워두고, 그녀가 숨기고 있을 대단한 비법을 찾아내려고 했던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마주한 안나는 단지 자신의 수줍음을 뚫고 밝고 따뜻한 에너지를 주변에까지 전달하고자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일 뿐이었다. 프리랜서가 되기위해 프리랜서가 되었다기 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이 길일 뿐이었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사진처럼, 안나와의 시간이 그러했다. 우리의 대화를 곱씹어보고, 찍어놓은 사진을 다시 보아도,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안나처럼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용기있게 자신의 스타일을 세상에 공유하고,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을 보고 싶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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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뮤즈: Ana Kamin | 안나 카민

photographer + writer | food + travel blogger of fluxi on tour + 7x7 contribu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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