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평가 속에서 살아간다. 사람들 앞에 설 때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그리고 때때로 바보처럼 보일까 봐 고민하고 두려워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대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작가 로버트 프리츠의 책 《정체성 수업》을 읽으며, 이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차라리 바보가 되기를 결심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 말이 의아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 아래 이야기를 들어보자.
책에서는 위대한 영국 배우 엘러스터 심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는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을 ‘바보’로 규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현대 사회에서는 자신의 가치를 높게 생각하며 살아가라는 메시지가 강조된다. 하지만 심은 오히려 자신을 바보라고 인정함으로써 엄청난 자유를 경험했다.
그는 마치 어깨를 짓누르던 짐을 내려놓은 듯한 해방감을 느꼈고, 넘치는 에너지를 얻었다. 무엇보다 그는 그때부터 정말 중요한 것, 즉 연기의 예술과 자기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 스스로를 바보라고 인정한 순간, 더 이상 똑똑해 보일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되었고, 온전히 자신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결국 그는 영국 연극계와 영화계에서 가장 위대한 배우 중 한 명으로 손꼽히게 되었다. 그의 가장 유명한 배역은 세상에서 사랑받는 <크리스마스 캐럴>의 에비니저 스크루지이다.
우리는 타인의 평가 속에서 살아간다. 누군가의 한마디 피드백에 마음이 흔들리고, 때로는 그것이 나를 완전히 무너뜨릴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사람들이 평가하는 ‘나’가 끊임없이 변한다는 점이다.
스스로 설정한 가치 또한 마찬가지다. ‘선한 사람이 되겠다’, ‘진취적인 사람이 되겠다’, ‘특별한 사람이 되겠다’와 같은 선언은 방향성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곧 나 자신이 될 수는 없다. 세상에 완벽하게 선한 사람도, 완전히 진취적인 사람도, 절대적으로 독특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치란 본래 상대적이며,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인간의 불안이 무엇이든 소유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내 가치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대신, 그런 생각 자체를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스스로의 가치에 대한 집착을 버릴 때 비로소 우리는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차라리 자신을 어중간한 바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자. 이는 자기비하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태도다. 대신, 무엇을 만들어갈지에 집중하자. 엘러스터 심처럼 ‘똑똑해 보이려는 노력’을 내려놓을 때 우리는 진정으로 중요한 것에 몰입할 수 있다. 결국,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에 집중하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의 평가에서 자유로워지는 길은 ‘나’라고 하는 가치 자체를 내려놓고, 바보가 되기를 결심하며, 온전히 자신의 길을 가는 데 있다. 나의 가치에 대한 생각조차 하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얻고 창조하며 살아갈 수 있다.
“변화를 일으키는 첫 번째 단계는 초점을 정체성이 아닌, 인생의 실제적 열망과 가치에 다시 맞추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나 자기가 자신을 보는 시각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로버트 프리츠 《정체성 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