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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엘 Nael Oct 12. 2024

나는 간식으로 책을 먹는다

틈새 글4_세계적인 간식 주문

얼마나 정신을 빼고 살았는지 어제 선배를 만나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강 작가님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이렇게 전해 들었고, 집에 돌아와 컴퓨터를 켜니 대한민국이 잔치 분위기다. 나도 늦었지만 각종 매체의 영상을 보고 축하 댓글도 달았다.


짤막하게 책을 읽어주는 한강 작가님의 목소리가 참 편안하게 와닿았다. 약간은 어둡지만 싫지 않은 편안한 음성과 꾸미지 않은 순수한 모습이 더 인간답고 더 작가답게 보여 사람들의 마음을 이끌기에 충분했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의 책 가운데 일부분을 읽어 주었을 뿐인데, 나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인간의 윤리적인 모습을 담고 있는 어느 한 대목이 나의 구매 의욕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 시대에 윤리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작가님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삶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삶 자체가 순수한 이성으로 만들어져 어떠한 색에 물들지 않으려는 몸부림 같은 게 아닐까 싶다.


고통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럼에도 이성을 팔고 고통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러한 고민을 종종 하는 나에게 어느 정도의 답이 되어줄 것 같은 책 같았다. 잘은 모르지만 말이다. 그래서 처리해야 할 일, 읽어야 할 책, 보고서류를 겹겹이 쌓아두고도 포기할 수 없는 욕심을 부렸다. 당장 먹지 못할 간식이 되더라도 쟁여놓고 조금씩 맛보고 싶은 마음으로 한강 작가님의 간식 세트를 클릭하고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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