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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Aug 13. 2022

트러플을 좋아하는 그 남자

평생 몰랐던 그 남자의 취향

"아빤 다 잘 먹어~"


    평생 들어온 말이다. 아빠는 라면도  먹고 한정식도  먹고 심지어 아웃백도  먹는다. 크림소스도 느끼해하는 기색 하나 없이 잘만 드신다. 그래서 아빠는 뭐든지  먹는 사람, 요즘 표현으로 '막입'  알았다. 반대로 엄마는 아빠보다 오백 배는 까다로운 식성을 갖고 계신다. 싫고 좋음이 분명하시며  새로운 요리 만들기에 도전도 잘하시기에 '엄마는 미식가'라는 인식이  안에 강하게 있었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샤퀴 테리(가공육들) 플래터를 포장해서 본가에 가져간 적이 있었다. 그중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트러플이 들어간 '트러플 초리조'라는 품목도 있었다.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인 트러플은 버섯 주제에(?) 매우 높은 몸값을 자랑하며 레스토랑에서도 메뉴에 '트러플'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타 메뉴보다 가격이 확 올라가는 그런 요리 재료다. 짭조름하고 기름진 초리조를 씹으면 코에 트러플 향이 감도는 게 특유의 향이 참 좋다.

    엄마, 아빠랑 식탁에 둘러앉아 와인 한 잔과 샤퀴 테리를 함께 먹고 있는데 아빠가 "이게 제일 맛있네."라고 하셨다. 바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 트러플 초리조였다.

"엄만 트러플 무슨 맛인지 모르겠어~"

"아빠! 트러플 좋아해?!"

눈이 똥그래져 묻는 내게 엄마가 말하셨다.

"전에 네가 사 온 트러플 감자칩 그것도 아빠가 다 먹었어~"

    엄마의 말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허허 웃고 뭐든  먹는 아빠기에, 그런 아빠가 트러플을 '특히 ' 좋아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었다. 알고 보니 아빠도 미식가였던 것이다.



    또 다른 날은 내가 좋아하는 빈브라더스라는 카페에 아빠랑 함께 갔을 때였다. 아빠는 블랙커피를 좋아하시는 편이기에 왠지 산미 감 있는 원두를 싫어하실 거라고 생각해서 고소한 원두에 따듯한 아메리카노를, 나는 평소 좋아하는 조합인 산미 감 있는 원두의 따듯한 플랫화이트(라테보다 우유 양이 적고 진함)를 시켰었다. 이내 커피 두 잔이 나오고, 아빠가 플랫화이트를 드셔 보시더니 "이거 꼬소하니 괜찮네~"하시면서 홀짝홀짝 플랫화이트 한 잔을 다 드셨다.

"아빠, 아메리카노만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몰라서 못 먹지 뭐~"

    아빠도 취향이 분명히 있었고, 굉장히 예민한 혀를 소유한 미식가였다. 평생에 처음 알았다. 산미 감 있는 고소한 플랫화이트를 좋아하고, 트러플도 좋아하는 남자. 앞으로도 아빠가 좋아하는 게 뭔지 계속 계속 발굴해낼 예정이다. 또 다음, 아빠의 취향은 무엇일까?




- 파랑 -

https://brunch.co.kr/@creatorparang/106

지난번 쿠키 사건으로 감사하게도 다음 메인에 올라갔습니다. 아빠는 아직도 제 계좌를 모르신답니다.

뇌 속의 온갖 방을 열어보며 참신한 글감이 없을까 매일 매시간마다 찾고 있습니다. 현재 매일 한 개의 에세이를 써 매일 브런치에 업로드하는 '5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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