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래층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이들이 쿵쾅거려서 힘들다고 합니다. 우리 집에는 아이가 없는데 어찌 된 일일까? 우리 집에서 쿵쾅거릴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반려견 ‘소미’입니다. 그 아이의 몸무게는 4.5 킬로그램입니다. 그 아이가 우사인 볼트처럼 100m를 달려도 아래층에는 아무런 느낌을 주지 못할 것입니다.
거실 바닥에 귀를 세워보았습니다. 맞습니다. 우리 집 위층에서 쿵쿵 소리가 나고 있었습니다. 유치원 정도의 아이들 목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거실을 뛰어다닙니다. 아마 잡기 놀이를 하는가 봅니다. 그래! 이 소리는 주말에만 들렸습니다. 위층에는 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려고 손자들이 찾아온 것입니다. 이 소음이 우리 집 아래층까지 전달된 것입니다.
언젠가부터 나는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둔감해졌습니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종일 들어야 하는 직업 때문일 것입니다. 아이들 떠드는 소리를 들으면 편안해지기까지 합니다. 쿵쿵거리는 아이들 발걸음에 내 심장도 건강해짐을 느끼곤 합니다. 다만 아래층 주인도 듣는 소음을 느끼지 못하는 나의 둔한 감각에 다소 놀랐습니다.
전화를 받으면서 잠시 엉뚱한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위층의 소음을 아래층에 안 들리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천정을 높이는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우리 집의 경우 바닥에서 천정까지 높이는 2.4m라고 합니다. 만약 바닥에서 천정까지 높이가 3~4m라면 어떻게 될까요? 틀림없이 아래층에서 느끼는 소음의 강도는 낮아질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도 그렇습니다. 우리 마음을 3층 집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1층에는 감정이 살고 있습니다. 뇌과학자들은 이곳을 변연계라고 부르며, 기쁨, 평화, 즐거움, 분노, 슬픔 등 여러 가지 감정들이 살고 있습니다. 3층에는 이성이 살고 있습니다. 단기기억, 장기기억, 생각과 판단 등 우리 몸과 마음의 CEO 역할을 하며 전두엽이라 부릅니다.
2층의 주인 이름은 감성입니다. 감정(感情)의 ‘感’, 이성(理性)의 ‘性’을 따서 ‘感性’이 되었습니다. 단어에서 주는 느낌처럼 감정과 이성이 적절히 섞여 있는 곳입니다. 감성이라는 영역을 두고 이성과 감정은 서로 오고 갑니다. 어떤 사람은 그 공간이 매우 큰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위의 내용을 뇌 구조와 연결하여 볼까요? 전두엽의 앞부분을 전전두엽, 위쪽을 배외측전두엽, 아랫부분을 복내측전두엽이라고 부릅니다. 복내측전두엽 바로 아래에는 대상회((cingulate cortex)가 있습니다. 복내측전두엽과 대상회는 감성과 매우 관련이 깊은 자기조절, 정서적 집중, 동기 유발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뇌에서 2층 감성 집은 복내측전두엽과 대상회입니다. 이곳의 활성화 여부에 따라 감성 능력이 달라집니다. 타인의 고통이나 슬픔, 아픔을 접하면 이곳 뉴런들이 활발하게 활성화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감성이 높습니다. 만약 타인의 고통을 보고도 이곳이 별로 반응이 없다면 멀리해야 할 사람입니다.
이곳 뉴런의 적극적인 활성화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감성이 높은 사람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보면 답을 알 수 있습니다. 카이스트에 다니는 감성이 높은 제자가 있습니다. 공부도 잘하고 아름다운 품성을 지닌 청년입니다. 그 학생은 유치원 시절부터 20년이 넘게 아프리카 난민들을 돕고 있습니다. 그 부모님은 어떨까요? 노인 복지 회관에서 10년 넘게 급식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어려운 사람을 위해 나눔을 실천해 보아야 합니다. 힘든 이웃을 위해 봉사해 보아야 합니다. 그것이 감성의 씨앗입니다. 그 씨를 뿌리고 가꾸는 곳이 학교이고 가정입니다. 그 씨가 자라 ‘배려’라는 줄기가 되고 ‘함께’라는 열매가 됩니다. 그런 사람을 우리는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감성이 자라야 아이들은 아름다운 꽃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