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진우 May 18. 2023

[브런치북] 성격은 좋고 나쁜 것이 없다?

자기계발서, 새빨간 거짓말

MBTI, DiSC, TA, Enneagram, Birkman 등 우리 주변에 여러 성격 진단도구는 성격은 좋고 나쁜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은 대략 이렇다. 사과와 귤은 다를 뿐이다. 사과는 사과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고, 귤은 귤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 사과는 좋고, 귤은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사과가 귤이 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지만, 건강한 사과로 성장하는 것은 중요하다. 따라서 타고난 자신의 성격을 제대로 알고 자기답게 발달시키는 것은 인생의 과제다.


이처럼 시중의 많은 성격 진단 도구들은 휴머니즘이 넘쳐 난다. 이 얼마나 인간적인가? 성격은 좋고 나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타고난 성격적 특성을 멋지게 개발하라는 조언은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그런데, 과연 성격은 좋고 나쁜 것이 없을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 주변엔 왜 이렇게 성격 나쁜 사람들로 넘쳐 나는 것일까?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니, 내 성격이 나빠서 다른 사람 성격도 나쁘게 보이는 걸까?


성격은 개인이 지닌 비교적 독특하고 일관된 특질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특질을 상당 부분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다. 물론 성장환경의 영향도 중요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 특질은 거의 변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인간에게 성격이 필요한 이유는 사람들이 성격을 자신들이 직면한 환경에 대처할 때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전략적으로 활용한다고 해서 의식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신의 성격적 특성에 따라 같은 환경에서도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이해하는 편이 좋다. 환경에 따라 어떤 환경에서는 성격 특성의 한쪽 극단에서 나타나는 행동방식이 좋은 전략일 수 있지만, 다른 환경에서는 반대쪽 극단의 행동방식이 더 좋은 전략일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어떤 특정 행동방식이 언제 어디서나 유리했다면, 인간의 성격은 한쪽 극단으로만 진화했을 것이고, 성격이란 개념은 탄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바로 이 장면에서 사람들의 성격에 대한 오해가 비롯된다. 성격은 서로 다를 뿐이고, 환경에 따라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게다가 현대와 같이 빠르게 변하는 환경이라면 성격의 좋고 나쁨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성격 특성은 비교적 바람직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이를 알려주는 대표적인 성격진단도구가 바로 HEXACO(헥사코)다.



학자마다 성격에 대한 정의도 다르고, 연구 방식도 각각이었던 성격심리학의 암흑기를 지나 1990년대에 들어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다양한 성격차이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방법과 결론에 대한 합의에 이르게 된다. 그것이 바로 Big5, 5대 성격요인이다. 5가지 성격 요인은 외향성(eXtraversion), 원만성(Agreeableness), 성실성(Conscientiousness), 정서적 안정성(Emotional stability),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이다. 성격이 5가지 요인으로 정해진 배경은 바로 우리 인간이 어떤 언어권이든 관계 없이 성격을 표현하는 형용사를 크게 5가지 요인에 따라 구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크게 5가지(Big 5)로 표현한 이유는 5가지 아래 또 각각 6가지 하위 항목이 있어서다. 요인을 구분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활달함'과 '명랑함', '발랄함'은 서로 상관이 높아 비슷하게 묶이고, '수줍음', '조용한', '나서지 않는' 역시 서로 상관이 높아 비슷하게 묶이지만, 이것들을 구분하는 요인은 '외향성'으로 같다. '빠르다', '느리다'가 서로 반대되는 속성이지만, '속도'라는 하나의 요인으로 구분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듯, 다섯 가지 성격 요인은 한 가지 차원에서 반대되는 양 극단의 특성을 갖게 된다. 성격의 5대 요인은 이후, 뇌과학적 연구를 통해 뇌의 구조나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반응 패턴이 5가지 요인에 따라 서로 다른 것으로 입증되어 성격 진단의 확실한 대안으로 자리잡았다.


Big 5 Sub-facets



1990년대 후반, 이제는 세계적인 성격심리학자가 된 캐나다 캘거리대학교 이기범 교수가 웨스턴온타리오대학교에서 박사 학위 과정 당시, Big 5 관련 연구들이 주로 북미와 서유럽에 중점을 둔 사실을 발견하고, 한국어나 동유럽권의 다른 언어들도 마찬가지로 성격 형용사가 5가지로 나뉠지 의문을 품었다. 이에 한국어를 시작으로 각 언어별 성격 특성 어휘를 다시 들여다 본 결과, 5가지 보다 6가지로 구분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래서 발견된 요인이 바로 H factor(Honesty-Humility),정직-겸손성이다. 이기범 교수는 기존 5가지 요인에 H를 포함한 성격  요인을 HEXACO라고 명명했다. 아래는 HEXACO, 각 성격 특성을 대표하는 양 극단의 성격 형용사들이다.



이어, HEXACO 각 요인이 높고 낮음에 따라 어떠한 행동 특성을 보이는지도 소개한다.



각 성격특성에 해당되는 형용사나 행동 특성을 읽어 보니, 어떤가?


좋고 나쁜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가, 아니면 더 바람직한 성격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가? 다른 항목들 보다도 특히, 정직겸손성의 항목들은 좋고 나쁨이 분명해 보이고 정서성이나 원만성, 성실성 역시 좋고 나쁜 것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물론 각 성격 특성이 양극단으로 치우쳐 지나치게 높아도 문제고, 지나치게 낮아도 문제지만, 높은 것보다 낮은 것이 훨씬 위험해 보인다면 높은 것이 더 좋다라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누구든 H factor가 낮은 사람과 오랜 시간 함께 있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심지어 H가 낮은 사람도 H가 낮은 사람이 싫다. 이들이 서로가 좋을 때는 서로 이용가치가 있을 때다.


실제, Big5나 HEXACO는 산업및조직심리학자들이 매우 사랑하는 성격진단도구다. 왜냐하면 조직 내 다양한 결과를 이러한 성격변인이 아주 잘 예측해 주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C(성실성) Factor가 낮은 사람은 어느 회사든 입사하기 어렵다. 이들은 면접도 보기 전에 인적성검사에서 탈락될 확률이 매우 높다. C가 업무 성과(Task Performance)를 매우 안정적으로 예측해 주기 때문이다. O(개방성) Factor는 업무 성과와 직접적인 상관은 낮지만, 학습 효율성(traning efficiency)을 매우 잘 예측한다. 현재 수행하는 업무 성과는 낮은데, O factor가 높다면, 교육 훈련을 통해 직무 순환(Job rotation)을 고려하면 좋다. A(원만성) Factor는 갈등 표출이나 협업 등 관계적 측면(relationship)을 잘 예측해 준다. 대화나 협업이 어렵고 갈등을 유발하는 데 특기가 있는 사람은 대개 A Factor 점수가 낮다. E(정서성) Factor는 스트레스 관리(Stress managment) 수준을 잘 예측한다. E가 낮은 사람은 스트레스에 매우 취약하고 돌발 상황에 침착하게 대응하지 못한다. X(외향성) Factor가 높은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가정하는 경향이 분명하다. 사회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를 원하고 조직에서 리더의 역할이 기꺼이 담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외향성이 곧 리더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성과지표도 그렇지만, 특히 리더십의 효과성은 환경과 상호작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 이제 대망의 H(정직-겸손성) factor다.


H는 이 자체가 낮은 것도 문제지만, HEXACO의 다른 성격 변수와 상호작용하여 조직 내 또는 사회적 상황에서 행동을 잘 예측한다.

외향성은 높은데, H가 낮은 사람은 거칠 것 없는 나르시시스트다. 자신을 과시하고, 자신은 법과 질서를 어겨도 된다는 특권의식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다. 외향성이 낮은데, H도 낮다면 어떨까? 과묵하고 거만하게 사람들을 대할 것이다. 자기와 상대가 되지 않는 부류가 있다고 믿고 이들과 교류할 가치를 전혀 못 느끼고 부와 명예를 숨어서 즐기는 사람들이다.


성실성이 높은 것이 성과를 잘 예측한다고 했지만, 만약 성실성이 높은 사람이 H가 낮다면 어떤 모습을 보일까?

불법은 성실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들은 성실하게 준비해 사기를 치거나, 들키지 않게 배임과 횡령 행위를 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법꾸라지 역시 높은 성실성에 낮은 정직성이 결합된 결과다. 낮은 성실성에 낮은 정직성이라면 최악이다. 여러 범죄적 유형에 맞춤형으로 사리사욕은 강하지만 자기 통제력은 떨어져 유치장이나 교도소에 들어가 있을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훨씬 높다. 일반인과 같이 생활한다 하더라도 도박이나 알코올 중독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외향성과 성실성이 H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간략히 설명했지만, H Factor는 다른 성격 요인들과 상호작용하며, 사람들의 태도와 행동을 매우 잘 예측해준다.


이쯤이면, 자신의 H 수준이 어떠한지, 또  당신 주변 사람들의 H 수준은 어떠한지 궁금하지 않은가?


아래 링크로 들어가 좌측 메뉴 중에 'Take the HEXACO-PI-R'을 클릭한 후, 언어를 한국어로 선택하면 우리말로 된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마지막엔 그동안의 통계 자료가 모여 평균적인 사람들에 비해 당신의 성격 특성은 어느 정도인지 그래프로 만들어진 결과도 확인할 수 있다. 결과에 대한 해석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지만, 이기범 교수의 책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으니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H팩터의 심리학:정직함의 힘(문예출판사)).


http://hexaco.org/


성격은 좋고 나쁨이 있다. 특히 H Factor는 높은 것이 좋다. 그리고 만일 당신이 HEXACO라는 도구에 익숙해 진다면, 정직성이 낮은 사람들을 식별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이용 당하지 않고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맺으려면 당신의 H를 표현하고, H가 낮은 사람들을 경계하면서 High H의 인재가 조직에서 더 영향력 있는 위치에 갈 수 있도록 조직문화와 제도를 바꿔야 한다. 최근 Journal of Behavioral Decision Making(2023년 4월 최신호)에 조직 내 협업에 관한 H Factor의 역할을 잘 규명한 논문이 있어, 이 연구를 소개하고 글을 마무리하겠다.


많은 조직 심리학자들은 협업을 A(원만성) Factor의 역할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이 연구는 도덕적 딜레마 상황에서는 H의 역할이 더 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먼저 비교적 힘들게 일해 돈을 번다. 이들은 문서에 있는 데이터를 컴퓨터 프로그램에 입력하는 업무를 수행하면 한 장 당 20 토큰을 받는데, 나중에 1토큰은 0.01유로로 교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5장을 완수하고 100토큰을 모아야 1유로(1,500원)가 생기는 작업이다. 이렇게 지루하고 힘든 입력 작업을 마치면 참가자들은 받은 토큰을 가지고 공공재 게임에 들어간다. 공공재 게임은 자신이 가진 토큰 중 일부 혹은 전부를 공동 주머니(common pot)에 넣으면 2배로 불려 그룹 구성원들에게 1/n으로 나눠주는 방식이다. 이 게임을 하다 보면, 무임승차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자신의 돈은 한 푼도 넣지 않지만, 다른 사람이 넣은 돈을 활용해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또한, 자신은 적은 돈을 내면서 타인이 넣은 많은 돈으로 자신만의 이익을 불리는 유혹도 쉽게 느낀다.


연구자들은 공공재 게임을 시작하기 직전에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에게는 기여 프레임(contribution frame)으로, 다른 집단에게는 정직 프레임(honesty frame)으로 안내했다. 기여 프레임 그룹에게는 "당신이 가진 토큰 중에 얼마를 기여(contribute)하고 얼마를 보유(withhold)하고 있을지 선택하라"고 안내했고, 정직 프레임 그룹에게는 "당신이 가진 토큰 중에 얼마를 보고(report)하고 얼마를 숨길(hide) 것이지 선택하라"고 안내했다.


이후, 이러한 유사한 사회적 딜레마 장면들을 주고 실험한 결과, 정직 프레임에 노출되어 정직하게 행동할지 말지를 고민한 그룹이 집단에 기여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고민한 그룹에 비해 협력 정도가 유의미하게 높았다.


출처: Szekely, A., Bruner, D., Todor, A., & Volintiru, C. (2023). Preferences for honesty can support cooperation. Journal of Behavioral Decision Making, e2328.


조직 내 협업은 사회적 딜레마적 성격을 띄고 있다. 내가 나서지 않아도 누군가 그 일을 대신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이 때, 모두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동참할 것인가는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이나 돕고자 하는 동기보다, 정직성에 대한 자극이 필요하다. H factor가 높은 사람들이 협업 성향이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H factor가 크게 높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자신의 정직성을 떠올릴 때, 협업의 의지를 불태울 수 있다.


모든 조직에서 협업은 최고의 화두다. 여러 협업 방식과 도구로 좋은 성과를 보지 못했다면, H factor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 보시라 권한다. H가 높은 사람들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갈 수 있는 인사 제도, 당신의 H를 자극하는 조직문화, H가 낮은 사람들이 발둘 곳이 없도록 만드는 리더십과 업무환경이 조직의 장기적인 번영을 만들 것이라고 여러 연구들이 반복 증명하고 있다.





제 신작, <음악은 어떻게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는가>를 소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길을 걷다가 들려오는 노래에 발걸음을 멈추고 ‘어? 이거 내 이야긴데?’라든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이거였어!’ 하면서 무릎을 친 적이 있을 것이다. 음악은 우리의 마음과 귀를 붙잡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음악은 어떻게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는가』에서 저자는 우리의 마음을 붙든 노랫말들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한다. 물론 같은 노랫말이라 하더라도 듣는 사람의 기분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해석은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자는 음악이라는 친숙한 소재를 통해 인간의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심리 기제를 풀어냄으로써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우리를 자연스레 설득해나간다. 그 덕분에 우리는 마음의 작동 방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와 타인을 좀더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이 책은 특정 음악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BTS, 트와이스, 멜로망스, 이무진, 잔나비, 폴킴 등 33곡의 다양한 노래들을 심리학적으로 조명한다. 게다가 독자들이 손쉽게 노래를 찾아 들을 수 있도록 각 꼭지마다 QR 코드가 있어 읽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듣는 즐거움도 선사한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9810932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2800549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9553285&start=slayer




이전 01화 [브런치북] 말의 내용보다 태도가 더 중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