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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 출근 詩, poem 3

출근길 시 한 편, 출근 시

by 심 취하다

앞만 보고 달리다

덜썩 주저앉았다

덜컥 겁이 몰려온다.

지금껏 무얼 한거지?


할걸

조금


일도

화도

욕심도

짜증도

소리도

미움도

미련도


하지 못함보다

넘침이 아쉽다


근무시간 10분

회의시간 10분

잡담시간 10분

밥 한 숟갈

커피 한 잔


일꾼 한 줌 덜어낸다

부모 한 줌 덜어낸다

자식 한 줌 덜어낸다

동료 한 줌 덜어낸다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일꾼으로서, 부모로서, 배우자로서, 자식으로서, 동료로서 해야 할 일들이 나를 몰아붙인다. 더 빨리, 더 열심히, 더 많이 하라고 주문이 밀려드는 듯하다. 밀려드는 주문에 덜커덩덜커덩 움직이다 결국 덜썩쿵 주저앉는다. 내가 행복해야 함께하는 사람과 행복할 수 있다. 부쩍 신경이 날카롭고 화를 쉽게 내었던 날들을 생각한다. 무언가를 더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압박감 때문이었음을 깨닫는다.

출근 길. 나를 둘러싼 책임과 압박을 하나씩 덜어낸다. 하나라도 더 해내는 하루가 아닌, 나를 위해 한 가지 덜 하는 하루를 시작한다. 10분 덜 일하고 10분 더 산책하기. 커피 한 잔 덜 마시고 생수 마시기. 휴대폰 10분 덜 보고, 책 10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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